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 Special issue ]
Journal of Physiology &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 Vol. 35, No. 5, pp.151-161
ISSN: 1738-7698 (Print) 2288-2529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5 Oct 2021
Received 05 Oct 2021 Revised 22 Oct 2021 Accepted 22 Oct 2021
DOI: https://doi.org/10.15188/kjopp.2021.10.35.5.151

복잡계 과학 방법론을 활용한 한의학 연구: 현황과 전망

장동엽 ; 조나현1 ; 이기은2 ; 권영규3 ; 김창업*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1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2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양생기능의학부
Traditional Korean Medicine Research Using Methods in Complexity Science: Current Status and Prospect
Dongyeop Jang ; Na-Hyun Cho1 ; Ki-Eun Lee2 ; Young-Kyu Kwon3 ; Chang-Eop Kim*
Department of Physiology, College of Korean Medicine, Gachon University
1College of Korean Medicine, Wonkwang University
2College of Korean Medicine, Semyung University
3Division of Longevity and Biofunctional Medicine, School of Korean Medicine, Pusan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Chang-Eop Kim, College of Korean Medicine, Gachon University, 1342 Seongnamdaero, Sujeong-gu, Seongnam-si, Republic of Korea ·E-mail : eopchang@gachon.ac.kr ·Tel : +82-31-750-5493

Ⓒ 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The Physiological Society of Korean Medicine

Abstract

Traditional Korean medicine (TKM) takes a holistic view that emphasizes the balance between the elements constituting the human body or between the human body and the external environment. To investigate the holistic properties of TKM, here we propose to apply the methodology of complexity science to the TKM research. Complexity science is a discipline for studying complex systems with interactions between components that raise the behaviour as a whole which can be more than the sum of their parts. We first provide an introduction to the complexity science and its research methods, particularly focusing on network science and data science approaches. Next, we briefly present the current status of TKM research employing these methods. Finally, we provide suggestions for future research elucidating the underlying mechanism of TKM, both in terms of biomedicine and humanities.

Keywords:

Complexity science, Network science, Data science, Traditional Korean medicine research methodology

서 론

한의학은 인체에 대해 전체론적(holism)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1). 한의학의 생리관과 병리관은 인체의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성, 또는 인체와 외부환경간 밀접한 연결관계에 바탕을 둔다1). 예를 들어, 한의학의 오장론은 오장으로 대표되는 기능계(functional system)가 전체로서의 통일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고 본다. 또한 경락이론은 인체를 구성요소들 간의 유기적 연결성을 강조한다. 한편, 육기이론은 외부환경을 대표하는 육기와 인체의 생리적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질병의 발생과 진행을 강조한다. 한의학의 인체관과는 별개로, 한의학의 치료이론 또한 치료를 구성하는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본초학의 군신좌사 이론은 처방을 구성하는 본초들의 조합과 계층이 각 본초의 특정 효능을 극대화시킨다는 이론으로2) 본초 간의 상호작용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침구학은 단순히 경혈 하나하나의 주치를 조합하는 것이 아닌 경혈의 조합으로써 주치를 정의하는데, 이는 여러 경혈을 동시에 활용할 때 개별 경혈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효과가 발휘되는 현상을 포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3). 이렇듯 전체론적 특성은 한의학 기초 및 임상이론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환원주의적 연구방법을 통해서는 객관적인 파악이 어려워 한의학의 과학적 연구현장에서 오랫동안 간과되어왔다4).

한의학의 전체론적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기존의 환원주의적 접근과는 다른 새로운 과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90년대 이후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는 신과학, 사이버네틱스 등 기존의 과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광받던 학문을 이용하여 한의학을 해석하는 유행을 불러일으켰다5). 시스템이론, 정보이론, 사이버네틱스 등 새로운 과학 이론은 환원주의적 과학의 관심 밖이었던 전체성, 유기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에 뿌리를 두었으며, 중의학계에서도 이러한 조류에 호응해 1990년대까지 중의학의 전통적인 이론들을 시스템이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였다5). 특히 중의학은 인체가 부분으로서 기능하기보다는 전체로서 기능한다는 전일적 인체관을 근간으로 하며, 중의학의 기초이론이나 치료이론 모두 유기성과 창발성을 전제로 하였기에 시스템이론을 통한 중의학 연구는 중의학을 과학적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구체적인 연구가설제시 및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가설의 검증, 혹은 반증을 통한 과학적 연구성과들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원론적인 수준의 이론전개에 머물렀다6). 여러가지 한계요인이 존재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대량의 생체정보를 비롯한 한의학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기술이 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가 컸으리라 생각된다.

복잡계(complex system)란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개별 요소 수준으로 환원할 수 없는 현상을 창발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개미가 상호작용하여 군체 단위의 행동을 나타내는 것, 대기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복잡한 기상현상이 발생하는 것, 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세포 단위의 생명 현상이 창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복잡계의 예시이다. 일상적으로 흔히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고 표현하는 경우, 창발성을 보이는 복잡계를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7). 복잡계과학은 복잡계의 창발적 속성과 이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기존 과학의 분석적 접근과는 달리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의 방법을 적용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으로, 1960-70년대를 거치며 독립적인 학문으로 태동하였다. 복잡계과학은 물리학, 생물학, 사회과학에서 발견되는 복잡계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로 환원주의적 연구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연구질문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복잡계과학이 연구대상을 탐구하는 관점과 한의학이 인체를 이해하는 관점은, 구성 요소간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시스템 수준의 현상 이해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복잡계과학의 방법론을 한의학에 적용함으로써 한의학을 과학의 언어로 해석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8). 특히, 최근 오믹스 및 머신러닝 분야의 빠른 발전은 실제 데이터에 기반하여 한의학의 복잡계적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시스템 이론 등과 중의학의 접목시도와 달리 검증가능한 연구질문과 가설을 생성하고, 이에 대한 정량적 분석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한의학 연구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복잡계과학 방법론을 활용한 한의학 연구의 현황을 간략히 소개하고 미래의 연구방향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본 론

1. 복잡계 과학 (Complexity science)

1) 복잡성(Complexity)

용기에 들어 있는 기체를 분자 단위로 연구하는 것과, 인체 내의 장기를 세포 단위로 연구하는 것은 같은 종류의 질문일까? 다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Weaver는 1948년에 과학계에 복잡성과 복잡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Weaver에 따르면 과학에서의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9). 첫 번째는 2개 내지는 3개의 변수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단순성 문제(problem of simplicity)’로, 19세기까지의 물리학에서 주로 탐구되었던 질문이다. 예를 들어, 뉴턴이 질량과 가속도의 관계를 간단한 방정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른 요인들(공기의 저항)은 모두 배제하는 것이 단순성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두 번째는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 변수들의 경향성을 탐구하는 ‘조직화되지 않은 복잡성 문제(Problems of Disorganized Complexity)’이다. ‘조직화되지 않았다’는 표현은 관찰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거나 무작위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기체의 압력과 온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기체 안에 들어 있는 분자들의 물리학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분자들의 평균적인 속성을 통계를 이용해 분석한다. 이 때문에 조직화되지 않은 복잡성 문제는 ‘평균의 과학(Science of Averages)’으로 불리기도 한다. 평균적 속성을 분석하기 위해서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은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평균으로 접근할 시 분석 결과에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구성요소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갖는 대상을 탐구하는 데에 부적절하다. 생물은 세포와 세포, 조직과 조직, 기관과 기관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명활동을 영위하며, 단순히 평균적인 세포, 평균적인 조직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Weaver는 세 번째 문제인 ‘조직화된 복잡성 문제(Problems of organized complexity)'를 강조하였는데, 여기서 ‘조직화된 복잡성’이란 ‘함께 엮임으로써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질서정연한 상황이 복잡함’을 의미하며,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움’의 의미를 지니는 ‘혼잡하다(complicated)’와 구별된다10). 조직화된 복잡성 문제는 주로 주로 구성요소간의 상호작용의 강하고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창발현상에 대한 것으로, 복잡계과학(complexity science)은 환원주의 과학이 다루는데 미숙한 Weaver의 세 번째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제안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2) 복잡계 과학

환원주의 과학은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존재하지 않거나 무작위적인 것으로 가정하여 문제를 단순화한다11). 환원주의 과학은 대부분의 과학 분야의 근간이 되며, 복잡계로 여겨지는 생물조차 분자생물학에 기반한 환원주의적 접근을 통해 분석됨으로써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확장시켜 왔다. 이와 같이 환원주의 과학은 자연과 사회를 막론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지식을 빠르게 확장시켰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복잡한 대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대상의 부분적 특성에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 특성을 포착하지 못하였다는 한계 역시 명확하다.

복잡계과학은 연구질문의 대상이 갖는 전체로서의 속성은 대상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의 합이 아닌,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으로써 창발하는 현상으로 개별 요소로 환원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다7). 숲을 연구하는 문제로 비유하자면 기존의 환원주의과학이 숲이 아닌 나무를 관찰하는데에 치중하는 반면, 복잡계과학은 나무들로 구성된 숲 그 자체를 관찰한다. 복잡계과학은 기존의 환원주의과학이 선형적이거나 무작위적이라고 가정했던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비선형적이라고 가정한다. 구성요소간의 지역적인(local) 상호작용은 전체에 대한 정보가 결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단위의 복잡한 패턴을 창발하며, 이와 같은 창발적 현상은 개별 요소의 단순 합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복잡계과학은 환원주의 과학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계의 창발성을 설명할 수 있으며, 창발적 속성이 강조되는 대상과 학문을 탐구하는 데에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은 복잡계과학의 철학과 방법론을 생물학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12). 시스템생물학은 생명을 구성하는 요소의 상호작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기능, 즉 생명의 창발성에 대해 탐구한다. 생명체는 단순히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 혹은 세포들이 그저 모여 있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기능하지 못하며, 이들이 적절히 상호작용할 때 생명체로서의 기능이 발생한다. 기존의 환원주의적 연구방법은 생명체의 생리 및 병리를 미시 수준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는 반면, 시스템 생물학은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는 네트워크와 패턴에 주목하여 생명체의 거시적인 특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2. 복잡계과학의 연구방법 - 한의학을 중심으로

복잡계과학은 복잡계의 어떤 특성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연구의 목적과 연구방법이 나뉘어진다. 예를 들어, 외부나 중앙으로부터의 압력 없이 요소들간의 상호관계만으로 전체 단위의 조직과 기능을 형성하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 사회적인 규칙(법, 관습)없이 발휘되는 집단 단위의 행동을 지칭하는 집단행동(collective behavior),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을 점과 선으로 단순화한 네트워크(networks), 단순한 규칙에 기반하여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복잡한 행동을 발전시키는 진화(evolution)와 적응(adaptation), 자기조직화된 대상에서 발견되는 규칙적인 패턴들 간의 공통적인 속성과 패턴이 형성되는 과정 등 패턴의 이면의 공통적인 원칙을 연구하는 패턴 형성(pattern formation),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측불가능하며 비직관적인 운동을 분석하는 비선형적 역학(nonlinear dynamics)은 각각 복잡계의 다양한 측면을 이론화하여 복잡계과학의 연구주제이자 연구방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복잡계과학의 다양한 연구방법 중, 본고에서는 한의학의 복잡계과학적 연구에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 네트워크과학과, 앞으로 적용하였을 때 높은 과학적 성과가 예상되는 데이터과학(data science)적 접근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중 데이터과학은 엄밀하게 말하면 복잡계과학의 하위 분야로 보기는 어려우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데이터과학의 방법들은 예측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복잡계적 문제, 예를 들면 기상현상이나13)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문제에 적용되어14) 주목할만한 성과를 만들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기반한 데이터과학적 접근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과학 연구 패러다임은 보다 많은 연구대상에 계산과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복잡계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데이터과학을 복잡계를 연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여, 추후 한의학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되어 복잡계적 특성이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을 고찰하였다.

1) 복잡계 네트워크 모형

네트워크는 점(노드, node)과 두 점 간의 연결(엣지, edge)로 이루어진 집합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과학은 복잡계의 구성요소를 점, 구성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은 연결로 단순화시켜 복잡계를 네트워크의 형태로 표현한 뒤, 해당 네트워크에서 발견되는 상호작용성과 창발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네트워크 과학은 1998년과 1999년 독립적으로 발표된 두 연구, 작은세상 네트워크(small-world network)와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1998년에 던컨 와츠(Duncan J. Watts)와 스티브 스트로가츠(Steven Strogatz)는 인간 관계에서 몇 단계만 거치면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는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관계는 대부분의 지역적인 연결과 소수의 임의의 연결로 구성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15). 구체적으로, 천 명의 사람들이 각자 10명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고 가정할 때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 알게 되면 평균적으로 50단계를 거쳐야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반해, 임의의 연결이 조금만 늘어나도 사람들 간의 거리가 크게 줄어들며 이와 같이 약간의 무작위적인 연결만으로 지름이 크게 줄어드는 네트워크를 작은 세상 네트워크라고 정의한다. 한편, 버러바시 얼베르트 라슬로(Barabási Albert-László)가 1999년에 제안한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노드의 연결 수를 의미하는 차수(degree) k의 분포가 다음과 같은 멱함수(power function) 꼴로 나타나는 네트워크를 의미하며, 이때, 멱함수의 지수인 γ는 많은 복잡계에서 2보다 크고 3보다 작은 값을 갖는다16).

Pk~k-γ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대부분의 점이 매우 적은 수의 다른 점들과 연결되는 반면, 일부 점이 수많은 점들과 연결되는 ‘허브’의 구조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바라바시가 소개한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예시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이다. 월드 와이드 웹은 문서들과 문서들이 다른 문서로 연결하는 하이퍼링크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웹페이지는 다른 웹페이지들로부터 하이퍼링크를 거의 받지 못하는 반면, 대형 포털 사이트는 다른 웹페이지들로부터의 하이퍼링크를 독점하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의 허브로서 기능할 수 있다17). 네트워크 모형은 어떠한 복잡계의 구성요소와 구성요소간의 상호작용을 모형화하여 복잡계에서 발생하는 창발적 현상을 시뮬레이션하고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과학은 혁신의 전파와 같은 사회과학적인 연구주제에서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의 구조를 모델링하는 데에 활용18)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네트워크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생물의 다양한 시스템도 네트워크로 표현 가능하며, 이를 통해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Protein-protein interaction network, PPI network)이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다른 두세네개의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반면, 일부 단백질은 수많은 단백질과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연결의 비대칭성은 단백질 네트워크 상에서 일부 단백질에 허브의 위상을 부여하며, 연결을 독점한 허브 단백질들은 연결된 단백질들을 통해 들어오는 신호를 종합하여 다른 단백질로 전달하는 세포의 효율적인 신호전달체계의 허브로서 기능한다19). 네트워크에 근거한 단백질의 신호전달 기전은 개별 단백질에 대해 환원적으로 접근하여서는 알 수 없는 현상으로, 네트워크로 단백질간의 상호작용을 모형화함으로써 발견할 수 있었던 창발적 속성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과학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복잡계를 모형화하는 데에 활용되어 복잡계로서 창발되는 속성을 이해하고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도구를 제시한다.

2) 데이터과학적 접근

복잡계를 측정한 고차원(많은 변수)의 대용량 데이터에는 변수들 간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이 내재되어 있다. 신호와 잡음이 혼재되어 있는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지식을 탐색하는 데이터과학은 복잡계의 전체적 속성을 발견하고 전체적 속성을 발생시키는 부분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과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 머신러닝은 최근 10여년동안 딥러닝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이미지 인식, 생성,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응용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이들 연구는 분류, 예측, 생성과 같은 실용적 목적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이 연구들을 복잡계과학의 연구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머신러닝은 그동안 예측불가능하거나 카오스적으로 여겨졌던 복잡계적 연구대상들을 분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측가능한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기상현상은 대기와 지표면의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전형적인 카오스적 연구대상으로 손꼽힌다. 현재까지도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기상현상은 최근 딥러닝의 일종인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해 기존의 기상모델과 대등한 성능으로 예측되면서13), 복잡계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머신러닝을 대두시켰다. 또 한가지의 주목할 만한 사례는 단백질 구조의 예측이다. 단백질의 서열을 기반으로 3차원 구조를 예측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단백질의 구조를 아미노산 간의 분자적 상호작용으로 환원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단백질의 구조는 여러 아미노산과 그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창발적 현상으로, 환원주의적 연구방법으로는 창발적 현상인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딥마인드에서 발표한 Alphafold는 딥러닝을 활용하여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여14) 생명과학의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머신러닝을 포함한 데이터과학적 접근방법이 복잡계의 창발적 현상이 나타나는 패턴을 포착하고 궁극적으로는 창발적 현상의 발생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블랙박스로 비유되는 이들 알고리즘의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즉 해석가능성(interpretability)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관련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최근 학습된 모델의 작동원리를 분석함으로써 다시 현실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천억개의 뉴런과 100조개의의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는 뇌는 생명체에서 가장 대표적인 복잡계로 손꼽히며, 그 복잡성으로 인해 뇌에 대한 많은 연구질문이 미제 상태로 남아 있다. 딥러닝은 동물의 뉴런의 연결과 구조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딥러닝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뇌의 작동방식을 역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과학은 그 자체가 이미지, 텍스트와 같은 비정형데이터로부터 패턴을 포착하고 이를 정형데이터로 변환하는데 활용됨으로써20,21) 대용량 데이터를 복잡계과학의 방법론을 이용하여 처리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복잡계를 모사하기 위해 활용되는 머신러닝은 그 알고리즘의 특징 상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며 목적에 맞게 가공하는 데이터과학의 발달은 머신러닝이 복잡계과학에 적용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3. 복잡계과학의 관점으로 분석한 한의학

1) 본초 및 방제의 복잡계과학적 연구

한의학의 방제이론은 처방을 구성할 때 구성 본초 단독의 효과를 고려할 뿐 아니라, 군신좌사에 따른 구성 본초들의 역할, 배오에 따른 약물 효과의 시너지 등 조합으로서의 효과를 중요시한다. 이는 한약물의 효과를 처방을 구성하는 개별 본초들의 효능으로 환원시키지 않고, 본초의 조합으로써 발생하는 효능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의의가 있어 복잡계과학의 관점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의 과학화가 시작된 이후 한약물의 효능 연구는 주로 개별 본초 혹은 개별 본초의 대표적인 성분으로 환원되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연구방법은 한약물이 포함하는 다양한 성분들이 상호작용함을 연구의 가정에서 배제하였다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기존의 약리학은 단일 성분이 단일 표적에 작용하며 단일 표적의 변화가 질병의 호전 혹은 악화를 일으킨다고 가정한 반면, 네트워크약리학(network pharmacology)는 여러 성분이 여러 표적에 작용할 수 있으며, 표적의 조합으로써 약리효과가 발휘된다고 가정한다22). 네트워크 약리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활용해 약물의 분자생물학적 표적들을 예측하거나, 여러 표적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단백질-단백질 네트워크를 활용해 분석하는 등 복잡계과학적 연구방법과 데이터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합하여 활용하고 있다. 네트워크 약리학은 본초나 방제 단위의 한약물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23). 한약물은 복합 성분으로 구성된 본초를 조합하여 사용하므로, 한약물의 기전 연구를 위해 복합성분-다중표적 전략에 기반한 네트워크 약리학을 활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약리학을 이용한 한약물 연구는 각 본초의 성분들의 단백질 표적을 예측하여 본초-성분-표적 관계를 복잡계 네트워크로 모형화한다. 특히, 본초의 기전을 단순히 본초-대표성분-표적의 일대일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닌, 본초에 함유되어 있는 다양한 성분이 다양한 표적에 동시 작용하며, 이러한 표적의 패턴으로써 단백질의 네트워크라는 복잡계에 자극을 가해 개별 성분으로는 환원이 불가능한 효과가 나타닐 것을 전제로 한다. 네트워크 약리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한약물의 기전을 분석한 연구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모려, 지실, 황금, 감초, 죽여, 신곡으로 구성된 한약물이 역류성식도염에 작용하는 기전을 예측함. 그 결과 한약물의 단백질 표적이 소화기계, 사이토카인, 흉곽내압과 연관된 생물학적 경로들(예: 소화액 분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반응 등)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연관이 있으며, 생물학적 경로들에 작용하는 것으로 예측되는 후보 성분을 추론함24)

- 보골지, 백지, 방기, 오매, 감초로 구성된 한약물이 백반증에 작용하는 기전을 예측함. 이를 위해, 단백질 복잡계 네트워크의 위상적 속성을 기반으로 한약물의 후보 타겟 단백질 299개 중 23개의 핵심 단백질 표적을 선별하고 핵심 단백질 표적이 백반증과 연관된 생물학적 과정들과 경로들(예: 스테로이드 합성, tumor necrosis factor 경로 등) 에 작용할 수 있음을 보임25,26)

- 사상체질별 보명지주에 근거하여 분류된 본초를 통해 각 체질의 단백질 수준의 biomarker를 추론함. 이를 위해, 각 체질에 배정된 본초들의 단백질 타겟을 조사하고, 타겟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연관되어 있는 생물학적 과정과 경로를 도출하여 체질 간의 차이점을 분석함27)

2) 경락경혈학 및 침구학의 복잡계과학적 연구

경락이론은 한의학에서 인체의 유기성과 연결성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경락은 인체를 그물망처럼 연결하며 경락을 통해 인체는 장부의 기혈이 운행하고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28).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 경락이론은 치료이론인 침구이론 뿐 아니라 진단이론, 방제이론까지 폭넓게 기여하였다. 이는 곧 인체의 전일성과 유기성이 다양한 임상기술에 녹아들어가 활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경락이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인체의 전일성과 유기성은 한의임상의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침구처방은 환자의 증상과 해당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침구처방이 일대일로 연결되지 않는다.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환자를 변증하며, 변증에 대한 침구처방, 즉 경혈의 조합을 제시한다. 개별 경혈이 아닌 경혈의 조합으로써 처방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본초-방제와 마찬가지로 경혈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되는 치료효과의 창발성을 주목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본초와는 달리, 경혈은 자극을 위한 도구, 자입의 깊이와 각도, 유침의 시간, 염전의 정도에 따라 경혈의 효과가 단순히 배가 혹은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으며 특히 자침의 시간이나 환자의 호흡과 같은 리듬으로 침을 조작하는 방법 등은 경혈의 자극과 환자의 전신적인 상태, 혹은 외부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경락이론은 사지말단과 오장의 상호작용, 오장 간의 상호작용 등 인체의 구성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설명하며, 경락이론을 바탕으로 구축된 침구이론 또한 침구치료를 구성하는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복잡계과학의 관점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락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프리모관(봉한관)과 같이 새로운 해부학적 구조물을 발견하려는 같은 도전적인 시도29,30)가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락에 정확히 대응되는 해부학적 구조물을 특정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경락연구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사물을 지칭하지 못하는 이상 경락을 환원론적 과학관에 기반하여 연구하는 것은 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침구치료의 원리를 해부학적인 연결보다는 기능적인 연결에 주목함으로써 침구치료의 효과를 인체의 유기성으로 설명하여 경락의 인체통합적 의의를 드러내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기능자기공명영상법(fMRI) 등 뇌영상기술의 발달과 경혈침구학 연구에의 적용은 복잡계 뇌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경혈자극의 기전을 연구할 수 있게 한다31). 한편으로는, 한의사의 경혈 처방 행위를 데이터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함으로써 한의사의 복잡한 경혈 선택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간단한 원리를 파악하여 처방 행위 자체를 이해하는 연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한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통해 경혈의 조합을 선택하는데, 이 때 증상들간의 관계, 증상과 경혈과의 관계, 경혈들 간의 관계를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경혈의 조합을 처방한다. 따라서 한의사는 증상과 경혈로 구성된 복잡계 네트워크를 내재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환자의 증상들이 주어졌을 때 증상의 진단학적 우위를 판정하고 증상의 조합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경혈의 조합을 선택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통해 경혈의 조합을 선택하는 과정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32) 경험적으로 학습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한의사의 침구치료에의 의사결정과정을 모형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다. 한의사가 암묵적으로 수행하는 의사결정과정을 드러내기 위해, 한의사가 임상에서 수행한 침구치료를 바탕으로 구축된 데이터에서 패턴을 포착하고 포착된 패턴이 갖는 기초의학적 및 임상적 의의를 파악하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침구치료 데이터를 데이터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접근하는 연구는 한의사가 내재화한 한의학 개념의 복잡계에 접근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경락 및 침구학을 복잡계과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한 연구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fMRI를 활용하여 침구치료의 중추적 기전을 분석한 42개의 연구에 대해 체계적 문헌고찰을 적용한 결과, 침 치료군에서 가짜 침 치료군에 비해 중뇌수도회색질(periaqueductal gray),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좌후대상피질(left posterior cingulate cortex), 우전방뇌섬(right anterior insula), 변연계(limbic system) 및 쐐기앞소엽(precuneus)의 연결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된 것을 확인함33). 이는 침구치료의 효과 통증치료가 뇌의 영역들간의 상호작용성을 조율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함

- 알츠하이머에 대해 보고된 침구처방 91건을 분석한 결과 주로 독맥의 경혈을 빈용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였으며, 풍지-백회, 대추-백회, 신수-백회, 내관-백회의 경혈조합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인함34). 이를 통해 한의사가 알츠하이머를 침구경혈학적으로 접근하는 관점 및 경혈간의 상호작용의 임상활용 방식을 추론할 수 있음

- 80명의 한의사를 대상으로 10명의 가상 환자에게 처방한 경혈을 분석한 결과, 증상에 상관없이 족삼리와 합곡을 빈용함을 발견하였으며, 치료하고자 하는 증상이 근골격계 질환군인지, 정신심리적 질환군인지, 혹은 내과질환군인지에 따라 특정한 경혈의 조합을 사용하는 현상을 발견함32). 이는 한의사가 증상과 경혈을 일대일로 연결짓는 것이 아닌 증상의 조합과 경혈의 조합으로써 침구처방에 접근한다는 것을 시사함

3) 한의진단 및 병리관에 대한 복잡계과학적 연구

한의학은 인체 내부의 상태를 증상들의 집합으로 이해하고 증(證)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한의학의 진단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체 내부의 상태(藏)가 증상으로 드러나며(象), 증상들은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닌 인체의 내부 상태를 교란변수로 하여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시각을 전제로 한다. 이는 한의학이 인체의 다양한 증상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것이 아닌, 인체가 전체로서 반응하여 나타내는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접근방법이 표면화되고 지식화된 것이 바로 변증(辨證)으로, 변증은 인체를 단순히 개별 증상의 존재 여부가 아닌 다양한 증상 조합을 고려한다35). 단일 증상이 아닌 증상의 조합을 강조하는 변증의 특성 때문에 변증은 명시지적인 요소에 비해 암묵지적인 요소가 주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의사결정과정을 모사함으로써 한의학 지식의 암묵지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인체의 전체적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관찰하는 소증(素證)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소증으로 변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모델링하고 이해하는 작업은 한의학이 전통적인 언어로 포착하고자 하였던 인체의 복잡계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소아 감기 환자의 의무기록 384건에서 한약물 치료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임상군과 그렇지 않은 임상군을 유형화하고, 각 임상군의 환자들이 갖는 증상들의 동시발생성을 네트워크로 모형화하여 두 임상군의 차이점을 비교분석한 결과 증상발현의 패턴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함36). 이는 기존 한의학적 진단방법이 포착하지 못했던 증상군을 변별할 수 있는 진단기준이 필요함을 시사함.

- 6475명의 간질환 환자를 증상의 유사도를 기준으로 연결하여 네트워크로 모형화하여 환자를 303개의 유형으로 분류함. 그 중 대표적인 유형들을 대상으로 간기범비, 비기허 등 한의학 변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여, 한의진단의 타당성과 보완점을 탐색함37)

- 신체계측정보, 한의학적 소증, 성격 등이 기록된 3891명의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의의 사상체질 분류를 머신러닝으로 모사한 결과, 늑골각도를 포함한 신체계측정보가 태음인과 다른 체질을 분류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반면 소음인과 소양인을 분류하는 데에 성격과 한열소증이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함38)

4) 한의학 문헌의 데이터과학적 연구

하나의 문헌 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념들은 문헌 안에서 서로 연관관계를 형성하며, 따라서 각 문헌은 개념들의 복잡계를 고유하게 포함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의학의 문헌 연구는 주로 사람이 직접 텍스트를 읽고 그 내용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연구되어 왔으나, 이러한 연구방법은 노동집약적이고 대량의 텍스트를 분석하기에는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39). 텍스트마이닝은 대량의 한의학 고전문헌에서 네트워크와 같은 복잡계 연구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속성들을 빠르게 추출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한의학의 고전문헌은 현대의 한의임상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어, 고전문헌에 대한 연구는 기초의학적인 이해를 증진시킬 뿐 아니라 임상에서의 의사결정과정을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의학 문헌을 데이터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한 연구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동의보감, 침구경험방, 사암도인침법에 공통으로 수록된 질환 14종에 대해 각 서적이 처방하는 경혈조합을 조사하고 경혈조합의 서적별 및 질환별 유사도를 분석함. 그 결과 경혈처방은 질환 그 자체보다는 출전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특히 출전에 따른 차이는 각 출전별로 선호하는 경혈의 속성의 차이에 기인할 것이라고 주장함40). 이와 같은 연구는 같은 질환에 대해 한의사에 따라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동병이치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음

- 상한론의 각 편에 기재된 증상과 본초를 수집하여 각 증상과 본초의 통계적 특성을 파악하고, 하나의 조문에서 동시등장하는 증상과 본초의 조합을 분석함. 이를 통해 상한론의 각 편의 특징을 대표적인 증상과 본초로써 설명하여 각 편의 특징을 비교하며, 상한론이 인식하는 본초의 주치증을 추론함으로써 상한론의 증상과 본초에 대한 인식을 재발견함41)

- 동의보감에 등장하는 질병의 패턴과 경혈 간의 연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질병패턴에 대한 경혈의 상관성과 경혈에 대한 질병패턴의 상관성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분석함. 그 결과 각 경혈별로 주치하는 질병패턴을 도출할 수 있었음42). 이러한 연구는 복잡한 경혈의 특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할 뿐 아니라 동의보감의 저술 시 전제되었던 질병과 경혈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음

4. 복잡계과학을 활용한 한의학 연구의 전망

1)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를 활용한 한의학의 복잡계적 질병관 이해

한의학이 사람의 질병을 이해하고 진단하는 과정은 인체 혹은 질병을 구성하거나 설명하는 요소들간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한’과 ‘열’을 단순히 같은 차원에서 원점을 기준으로 정 반대의 변수값을 갖는 개념이라고 가정한다면 두 대상이 함께 놓여있을 경우 한과 열의 변수가 더해져 그 중간의 변수값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한의학에서 이루어지는 진단, 예를 들어 상열하한은 단순히 한과 열 사이에 있는 어떤 중간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상한과 하한이 함께 발생하였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상황을 포착하고 이를 전형적인 한증 혹은 전형적인 열증이 아닌 새로운 상태로 정의한다. 또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한의학적 진단은 환자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증상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호소하는 다양한 증상들 중 의사가 평소 가지고 있는 질병에 대한 모델에 들어맞는 특징적인 증상들의 조합을 포착하고, 포착된 증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이후 진찰하는 항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 모든 증상을 수평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정 증상 혹은 증상의 조합에 대해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포착된 증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른 증상들의 진단에의 가중치 또한 달라지는 비선형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증상의 정도를 리커트 척도로 조사한 뒤 점수를 단순 합산하여 한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기존 한의진단 설문지43-46)들의 타당성을 재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인간의 건강상태는 한두가지의 요인으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을 정의하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생활적 특성 및 인간을 둘러싼 자연적 및 사회적 환경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는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식이, 여가, 운동 등 생활습관들은 질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역으로 질병현상 또한 생활습관에 변화를 유발하여 피드백이 발생하고 다른 생활습관이나 질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단일 변수들간의 관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계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 주거환경, 사회환경 등은 인간의 생활습관 및 건강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적 소인으로 인해 발생된다고 여겨지는 질환, 예를 들어 비만조차도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전파될 수 있는 질병임47)이 밝혀진 것과 같이 인간의 건강은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한의학에서 천(天)으로 대표되는 외부와의 관계를 조율하여 건강을 유지하고자 하였던 방법의 대표적인 예시는 양생(養生)이다. 한의학의 양생관은 단순히 개인의 생물학적인 속성에 국한하여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아닌, 음식유절(飮食有節), 기거유상(起居有常), 불망작로(不妄作勞), 사기조신(四氣調神), 염담허무(恬憺虛無), 도인안교(導引按蹻)와 같은 인간의 심리상태와 생활습관, 거주환경 등을 건강의 범위에 포괄하고 있으며48), 인간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군 시험을 통해 양생법이 실제로 고혈압, 근골격계질환, 정신질환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49-51). 대부분의 양생법은 국소적인 병리적 요소에 국한되지 않는 전신적인 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따라서 이러한 양생의 효과도 환원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체를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써 이해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양생법의 치료효과 유무를 판단하는 연구는 임상시험의 연구방법론을 채택하여 통계적으로 가설을 검정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양생의 원리 혹은 기전에 대한 연구는 환원론적 관점을 벗어나 시스템 단위의 기전을 분석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의 부재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진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를 총괄하는 시스템 단위의 질병 및 질병치료의 기전을 파악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인간관계를 네트워크로 모델링하여 비만의 전염성을 밝힌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47). 위 연구에서는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생물학적 요소 혹은 개인의 생활습관에 의해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간의 인간관계를 통해 비만을 일으키는 속성이 전파되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마치 인간을 숙주로 하는 전염병이 전파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위 연구는 생리적 및 병리적으로 병인으로 여겨지지 않는 사회관계를 복잡계 네트워크로 모형화하고 이를 통해 질병의 발생을 설명하였다는 방법적 의의가 있다. 한의학의 질병관 및 치료방법 또한 생물학적 요소, 생활적 요소, 환경적 요소, 사회적 요소 등을 총괄하는 복잡계 네트워크로 모형화하고 이러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임상데이터를 포함한 환자에 대한 정보의 수집이 가속화됨에 따라, 인간을 둘러싼 변수들로 구성된 데이터에서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체의 생리병리적 현상, 혹은 인체가 각종 중재(intervention)를 포함한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복잡계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에 대한 데이터는 주로 전자의무기록의 형태로 수집되며, 이러한 기록들은 국제표준형식(예: Fast Healthcare Interoperabilty Resources, FHIR)으로 저장되어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편리하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어 의료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가속화하고 있다52). 또한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생체신호, 생활습관 등이 더욱 편리하게 수집되고 있어, 통제된 실험환경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분자생물학적 의학이 보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나타나는 인체의 전체적 속성을 주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으로 자동차에 사람이 탑승하면 시트나 스티어링휠의 센서를 이용해 인체에서의 신호를 수집하여 응급상황에 대처하거나 차량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건강 진단에 활용한다는 전망을 제시하였다53). 이처럼 환자 데이터의 수집은 양적 및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더 많은 의학적 가설들을 데이터과학적으로 접근하여 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실사용데이터는 특별한 변인통제 없이 현실에서 그대로 얻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에서는 변인을 강력하게 통제하여 제한된 조작변인과 종속변인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기존의 의학 연구에서 얻어지는 데이터에 비해 보다 다양한 변수들 간의 비선형적인 상호작용이 반영되어 있다. 실사용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인체의 다양한 생리병리학적 지표, 생활습관, 인체에 노출된 외부 환경, 사회학적인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형성하는 복잡계를 분석할 수 있으며, 한의학의 다양한 가설을 복잡계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데에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2) 한의학 발전과정의 복잡계과학적 이해

한의학이 다루는 대상-인체와 질병현상,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복잡계를 구성할 뿐 아니라, 공시적, 통시적으로 수많은 행위자들 간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해온 한의학의 이론과 임상체계 역시 복잡계로써 존재한다. 한의학 이론체계의 표준화와 객관화를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원리나 규칙을 발견해내기 이토록 어려운 것은, 처음부터 한의학이 여러 행위자들에 의해 진화해온 복잡계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한의학의 이론과 임상체계는 절대적 사실이나 확립된 최적 솔루션이 아니며,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진화해온 결과물이라고 가정한다면, 복잡계과학의 방법론들이 우리 앞의 한의학 지식체계를 받치는 내적 논리가 무엇인지 힌트를 줄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은 기존의 정적인 네트워크 구조 연구를 넘어 동적으로 진화하는 네트워크(Network evolution model)에 대한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54,55). 동적으로 진화하는 네트워크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과정,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모델링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행동 패턴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분석하는 데에 활용56-58)된다. 이러한 진화하는 네트워크 모델은 한의학의 의사학적인 발달과정이나 이론체계의 변화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한의학의 발달과정을 시공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의가들이 다른 의가의 저작들을 인용하여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과정을 네트워크로 모형화하고 분석함으로써, 의가들에게 어떤 이론이 선호될 수밖에 없었고 반대로 어떤 이론이 사장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한의학의 발전 과정과 서양의학의 발전 과정을 각각 네트워크로 모형화하고 비교함으로써 한의학의 발전과정과 서양의학의 발전과정에서 보이는 차이점을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한의학의 발전 과정을 통시적 및 공시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현재의 한의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3) 다중체학(multiomics)에 기반한 한약물 연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약의 네트워크 약리학적 연구들은 네트워크 모형을 기반으로 복합성분의 다중표적 효능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복잡계과학의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연구에서 실제로 수행되는 시스템 수준의 효능 예측은 주로 단순히 표적 정보를 합산하여 확립된 생물정보학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와 통계적 연관성을 비교하는 등 선형적 결과를 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생명체의 복잡계적 속성을 한약물의 효능 예측에 반영하기 위해, 유전자-전사체-단백질-대사체를 망라하는 다중체학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복잡계 네트워크 모형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는 약물과 약물의 비선형적 조합효과 및 표적 간의 창발적 관계에 대한 분석방법의 개발이 동시에 수행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암종 간의 유전자 발현 패턴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상에서 유전자 발현의 위상학적 자료 분석(topological data analysis)를 수행함으로써 암의 발현과 연관성이 높은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연구59), 그래프로 표현된 단백질 구조의 위상학적 특징을 분석하여 아미노산 서열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단위의 구조적 특징을 발견하고 단백질의 기능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60), 신경학적 질병의 발생 원인을 신경계를 구성하는 단일 요소의 결함이 아닌 신경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네트워크에서 발견되는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설명한 연구61,62) 등은 생물학적 네트워크가 발생시키는 창발적인 현상에 주목하여 기존의 환원론적 연구방법이 밝히지 못했던 연구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며, 생명체의 생리학적 및 병리학적 현상이 시스템 단위의 창발성에서 비롯됨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한편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복잡계적 속성을 활용하여 약물의 효과를 예측하는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의 경우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상에서 약물의 효과가 전파되는 과정을 반영하여 약물의 효능을 예측한 연구들63,64)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네트워크 약리학적 연구들이 약물이 작용하는 단백질 표적을 일차원적으로 분석한 데에 반해, 위 방법들은 약물의 효과가 단백질-단백질 네트워크 상으로 전파되어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약물의 작용 기전과 효과를 예측하며 기존의 예측 방법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인다. 이와 같은 예시들은 한약물의 효과를 예측함에 있어 생명체의 유기성과 창발성을 고려하였을 때 복합 성분이 여러 표적에 작용하는 한약물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여 더 좋은 예측력과 설명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 론

한의학은 인체의 전일성과 유기성을 강조하며, 이는 시스템 단위에서 나타나는 속성에 주목하는 복잡계과학의 관점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본고에서는 한의학의 연구질문을 복잡계과학의 방법을 이용해 탐구하는 연구의 현황을 조사하고, 복잡계과학의 연구방법과 관점을 적용한 한의학 연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안하였다. 한의학의 과학화를 환원주의적 과학의 방법에서 벗어나 시도하는 연구는 1980년대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총론적인 연구에 그쳤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구체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한의학의 복잡계적 속성을 밝히는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본초와 방제, 경락과 침구, 진단, 원전 등 한의학의 전범위에 걸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환원주의적 연구방법이 해결할 수 없었던 연구질문에 대해 복잡계과학을 이용한 연구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한의학의 전일적 속성을 이끌어냈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생명현상의 유기성과 창발성에 대한 이해, 심화된 복잡계과학 연구방법의 적용, 임상데이터 및 실사용데이터 수집 가속화는 보다 다양한 한의학의 연구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년도 정부(미래창조과학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기초연구사업임(No.2020R1F1A107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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