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 Special issue ]
Journal of Physiology &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 Vol. 35, No. 5, pp.139-150
ISSN: 1738-7698 (Print) 2288-2529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5 Oct 2021
Received 05 Oct 2021 Revised 21 Oct 2021 Accepted 22 Oct 2021
DOI: https://doi.org/10.15188/kjopp.2021.10.35.5.139

한의학 기초이론 연구와 한의학 이론, 용어의 은유적 이해

이충열*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Searching for a New Path to Research on Basic Theory of Korean Medicine: Metaphorical Understanding of Korean Medicine Theories and Terminologies
Choong-Yeol Lee*
Department of Physiology, College of Korean Medicine, Gachon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Choong-Yeol Lee, College of Korean Medicine, Gachon University, 1342 Seongnamdaero, Sujeong-gu, Seongnam-si, Republic of Korea ·E-mail : cylee@gachon.ac.kr ·Tel : +82-31-750-5419

Ⓒ 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The Physiological Society of Korean Medicine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whether the conceptual metaphor theory, which has been recently treated as important research topic in the field of cognitive linguistics, can be a new method that can promote the modernization of basic Korean medicine (KM) theory. In addition, the significance and potential of this study are reviewed by looking at Chinese research cases that applied this theory to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heories and terminologies. The results are summarized as follows. From the viewpoint of metaphoric cognition, KM is a medicine that attempts to understand the human body (microcosm) through nature (great universe) by metaphorically projecting human experiences of nature on the human body based on the thought of correspondence between nature and human (天人相應). The language system of KM is based on a metaphor that extends our experience of nature to the human body, and an abundance of metaphors can be seen throughout the language of KM. Understanding and interpreting KM theories and terminologies from a metaphorical point of view allow us to understand the nature of KM theoretical key terms more deeply than now. And this understanding can help define and describe KM theoretical key terms and promote the modernization of KM theory research. In addition, various image schema that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metaphorical expansion of physical experience can be used for modeling KM theory. Research of KM theories and terminologies from a metaphorical point of view can serve as a bridge between traditional KM theory and modernization research, opening a new path to the modernization of basic KM theory in difficult situations.

Keywords:

Conceptual Metaphor, Korean Medicine Theory, Korean Medicine Terminology, Modernization of Korean Medicine Theory

서 론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한의학 기초이론 연구의 중요한 목표는 현대화(modernization)와 과학화(scientization)다.1) 이것은 과거 오랜 기간 한의학 임상을 뒷받침해왔던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들을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으로 제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을 현대(modernity)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합리적, 실증적, 과학적 이론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는 지금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의학 연구에 도입된 실험적 연구는 질적, 양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지금은 한의학 분야에서도 수준 높은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신약을 개발하거나 한의학 치료의 유효성(efficacy)과 안전성(safety)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데 목표가 맞추어져 한의학 이론 발전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다. 또 그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문헌적 연구도 과거에 비해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근래에 시스템의학, 네트워크 약리학, AI 등 새로운 방법론을 이용한 한의학 기초이론 연구가 시도되어 기대를 갖게 하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지금 시점에서 이 연구들의 미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계 안에서 한의학 기초이론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기초이론을 불신하는 분위기를 키우고, 이런 분위기가 다시 연구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위축된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없을까? 필자는 한의학 이론을 구성하는 용어로부터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동안 기초이론 연구를 진행하면서 용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한의학계 내에서 용어표준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지만 표준용어 선정, 한자나 발음의 통일 같은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작업이 주된 것이었고 용어의 정의(definition)나 기술(description) 같은 내용면에서의 작업은 큰 진척이 없었다. 이것은 한의학계의 노력 부족이라기보다는 한의학 용어를 연구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최근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제안된 개념적 은유 이론(conceptual metaphor theory)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이론은 은유(metaphor)에 대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식에 기초한다. 즉, 그 동안 우리는 은유를 문학적 수사나 비유 등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는 언어적 장식 정도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근래에 인지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은유가 우리가 잘 모르는 미지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보편적인’ 인지방법이라는 인식이 제기되었다. 개념적 은유 이론에서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바탕이 되는 일상적 개념체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은유적이라고 주장한다.2)

필자는 이미 몇 논문에서 한의학 이론용어를 은유의 관점에서 볼 것을 제안한 바 있다.3) 그리고 근래 중의학 분야에서도 은유인지의 관점에서 중의학 언어를 연구한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 연구들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험을 기술하던 언어들이 은유적 사상(mapping)을 통해 인체에 적용되어 중의학 언어가 형성되었으며,4) 이러한 중의학 언어의 은유적 본성을 이해함으로써만 중의학 이론의 현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5) 이와 같이 한의학 언어의 본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한의학 기초이론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이론 현대화 연구에 새로운 동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제안된 개념적 은유 이론이 어떤 것인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은유인지의 관점에서 한의학의 언어를 연구하는 것이 한의학 이론 연구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연구동향을 소개하면서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본 론

1. 은유적 인지와 개념적 은유 이론

은유는 전통적으로 미적, 수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비유적 언어표현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6) 하지만 1980년 레이코프(George Lakoff)와 존슨(Mark Johnson)은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 We Live By>라는 책에서 은유가 단지 문학적 수사나 비유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의 ‘특별한’ 용법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때 바탕이 되는 ‘일상적’ 개념체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은유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은유적 인지의 관점에서 이런 인식을 개념적 은유 이론으로 제시했다.7)

이들은 “은유의 본질이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의 관점에서(in terms of)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8) 즉, 은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A라는 개념영역을 우리가 잘 모르는 미지의 다른 개념영역 B에 은유적으로 투사(projection)함으로써 A를 통해 B를 이해하는 인지 방식이다. 개념적 은유 이론에서는 은유가 도출되는 개념영역 A를 ‘근원영역(source domain)’, 은유가 적용되는 개념영역 B를 ‘목표영역(target domain)’이라고 한다. 근원영역(A)을 통해 목표영역(B)을 이해하는 과정은 ‘영역 교차 사상’(cross-domain mapping)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결과 근원, 목표영역 각각에 속하는 요소들 사이에는 대응(correspondence)관계가 성립된다.9)

예를 들어 ‘이론은 건물(Theories are Buildings)’이라는 은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건물’이라는 근원영역의 개념을 ‘이론’이라는 목표영역에 사상함으로써 ‘건물’의 관점에서 ‘이론’을 이해하고, ‘건물’ 개념의 하위요소들로 ‘이론’이라는 개념을 은유적으로 구조화한다. 즉, 우리는 ‘이론은 건물’ 은유를 통해 ‘이론’은 확실한 ‘토대(foundation)’위에 ‘구축(construct)’되어야 하고, ‘탄탄한(solid)’ 논증으로 ‘지지되어야(buttress)’하며, 논증의 ‘힘(strength)’으로 지지받지 못하면 이론은 제대로 ‘서있지(stand)’ 못하고 ‘무너지고(fall)’ 말 것이라는 ‘이론’에 대한 새로운 종류의 이해를 얻는다.10) 위의 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개념적 은유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익숙하게 잘 아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사물이나 현상이 근원영역이 되고, 우리가 알고자 하는 미지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영역이 목표영역이 된다. 즉, 개념적 은유는 분명하고 구체적인 어떤 우리의 경험을 은유적으로 확장하여 우리가 잘 모르는 다른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영역을 이해하는 인지방식이다.

은유의 이런 특징은 레이코프와 존슨의 ‘체험주의(experientialism)’ 철학에 의해 설명되고 뒷받침된다. 이들은 서양철학의 전통적인 철학사상을 ‘객관주의(objectivism)’로 명명하고 자신들의 ‘체험주의’ 철학과 대비시켰다.11) 객관주의 철학에서 ‘개념’은 철저하게 탈신체화되어 있다. 이것은 객관주의 철학이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서양철학의 몸-마음 이원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초위에서 ‘개념’은 신체와 무관한 정신적인 산물일 뿐이다. 하지만 체험주의에서는 ‘개념’의 신체적 뿌리를 강조한다. 이른바 몸, 즉, 신체적 경험이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의 뿌리라는 것이다.12) 체험주의 철학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2세대 인지과학 분야에서의 성과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13)

체험주의 철학에서는 우리의 경험에 신체적·물리적 층위와 정신적·추상적 층위가 존재한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에 대한 이해는 신체적·물리적 층위에서 정신적·추상적 층위로 확장되는 방식을 띤다.14) 이 과정에 은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모든 경험은 신체적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신체화되어 있다. 체험주의 철학에서는 우리의 마음조차도 신체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라고 한다.15) 이것은 체험주의 철학이 마음을 신체와 독립된 실체로 보지 않는 신체 중심의 심신일원론에 기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정신적 또는 추상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현상은 신체적 경험이 확장되는 방식을 통해 은유적으로 구조화되어 우리에게 인식된다.16)

우리의 경험이 신체적·물리적 층위에서 정신적·추상적 층위로 확장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영상도식(image schema)이다. 마크 존슨은 이것을 우리의 신체적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상상적 구조(imaginative structure)라고 했다. 그는 영상도식을 우리의 경험과 이해를 조직화 하는 비명제적이고 선개념적인(preconceptual) 구조들로 보았는데 이것은 우리 인식의 근거로 작용하는 동시에 우리의 인식을 제한한다.17) 영상도식은 일종의 게슈탈트 구조로서 이것에는 ‘그릇(container)’, ‘힘(force)’, ‘균형(balance)’, ‘경로(path)’, ‘주기(cycle)’, ‘부분-전체(part-whole)’, ‘중심-주변(center-periphery)’ 등이 포함된다.18)

우리는 이러한 영상도식을 사용하여 세계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조직화한다. 존슨은 영상도식을 사용하여 인지나 개념이 확장되어 가는 방식이 은유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것을 ‘은유적 투사(metaphorical projection)’라고 불렀다.19)

레이코프와 존슨은 개념적 은유를 크게 구조적 은유(structural metaphors), 존재론적 은유(ontological metaphors), 지향적 은유(orientational metaphors)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20)

구조적 은유는 표적영역의 개념이 근원영역의 관점에서 구조화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논쟁은 전쟁’이라는 은유는 ‘전쟁’이라는 근원영역의 개념을 통해 ‘논쟁’을 이해하고 ‘전쟁’ 개념의 하위범주들로 ‘논쟁’을 구조화한다.21) 즉, ‘논쟁’은 언어적 ‘전쟁’으로서 ‘전쟁’과 마찬가지로 ‘공격’과 ‘방어’가 있고, ‘승패’가 있으며,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이 있다.22)

존재론적 은유는 추상적인 경험들(사건, 활동, 정서, 생각 등)을 마치 물리적 특성을 가진 물질이나 물건인 것처럼 개념화하여 사고하게 하는 은유를 말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추상적인 경험들을 물리적인 대상인 것처럼 지시하고(referring), 범주화하고, 분류하고, 양화(quantifying)할 수 있다.23) 예를 들어 ‘시간은 돈’이라는 은유를 통해 우리는 시간을 ‘아껴 쓰고’, 중요한 일에 ‘투자’하며, ‘귀중한’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기도’하고, ‘빼앗기도’ 한다.24)

지향적(방향성) 은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은유의 대부분이 위-아래, 안-밖, 앞-뒤, 접촉-분리, 깊은-얕음, 중심-주변 등 공간적 방향성과 관련되기 때문에 분류된 유형이다. 지향적 은유는 어떤 추상적 개념에 공간적 방향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25)

개념적 은유 이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도 은유가 하는 역할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브라운은 과학자가 자신의 관찰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형과 이론이 은유적 구성물이며, 과학자들의 활동, 즉, 과학자들이 실험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이론과 모델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연구결과를 기술하는 모든 과정에서 은유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26)

의학에서도 은유가 빈번하게 활용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유는 “인체는 기계”, “질병은 전쟁” 같은 것들이다.27)

2. 한의학 이론용어의 은유적 본성 - ‘한열’ 개념을 사례로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에서 만나는 가장 큰 장애물은 한의학 이론을 구성하는 용어들이다. 간,심,비,폐,신 오장개념은 물론이고, 정,신,기,혈,진액 등 인체 구성요소, 한,열,조,습,풍,화 등 육기, 육음, 그리고 경락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한의학 이론 용어들을 개념적으로 정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肝’이라는 용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무엇인지(개념의 외연) 아직 완전히 합의된 정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한의학 용어 표준화 작업에서도 동일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동의어들 중에서 표준용어를 선정하고, 발음, 한자 표기를 통일하는 것 같은 형식적인 표준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용어 개념의 정확한 의미 규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용어의 개념 정의와 기술(description), 용어에 대한 온톨로지 작업 등은 여전히 벽에 가로막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학파들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들을 현재에도 사용한다. 그러므로 용어가 만들어진 시대와 현대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커서 용어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 학파의 차이로 인해 같은 용어라도 의가들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용어의 의미를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뜻글자인 한자어의 특성상 하나의 용어가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 정리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한의학 용어의 특수성을 이론적으로 극복하고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은유인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의학은 天人相應觀을 기초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험을 인체에 은유적으로 투사하여 자연(대우주)을 통해 인체(소우주)를 이해하려 한 의학이다. 그리고 한의학의 언어는 자연에 대한 우리들의 경험을 인체로 확장시킨 은유에 기반한 언어다. 근원영역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구체적 경험이고, 목표영역은 한의학 형성기의 의가들이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알기 원했던 인체의 각종 현상들이다. 한의학 형성기에는 천인상응관이 크게 유행하여 자연과 인체가 상호 밀접한 관계 속에 있다는 인식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기에 자연에 대한 경험을 인체로 확장하여 인체를 이해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은유의 관점에서 중의학의 언어와 이론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 북경중의대 자춘화(賈春華) 교수도 중의학 언어가 은유적 인지에 기초한 언어이며, 중의약 언어에서 은유는 없는 곳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양의학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용어와 중의학의 ‘火’나 ‘熱’ 같은 용어를 비교할 때 후자는 분명히 은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의학 이론은 신체적 경험과 지각을 바탕으로 형성된 이론이며 은유적 인지에 기초한 이론으로서 ‘체화된 인지’의 특징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자연계에 대한 신체의 감지와 자연계의 거시적인 현상은 이론 형성의 기초이자 논리적 재료다”28)라고 했다. 여기서는 한의학의 ‘한열’ 개념을 예로 들어 은유의 관점에서 한의학의 언어가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한열’은 우리 신체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 중 하나인 온도감각에 기초하여 형성된 개념이다. 지금과 같은 온도측정 장치와 단위가 없었던 고대에는 물체의 온도를 판정할 때 인체가 느끼는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몸이 가장 원시적인 온도계였던 셈이다. 가장 원시적인 온도 측정 단위(scale)는 인체가 감지하는 ‘寒熱溫涼’이었다. 이것은 사계절의 기후변화에 대한 신체적 경험, 즉, 春溫, 夏熱, 秋凉, 冬寒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음양적 인식에 의해 溫, 熱은 天之陽이고, 凉, 寒은 天之陰으로 분류되었다.29) 한의학의 독특한 ‘한열’ 개념은 사계절의 변화나 일상생활 속에서의 ‘한열’에 대한 신체적 경험이 바탕이 되어 형성되었다.

예를 들어 ‘寒’은 겨울철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기후현상으로 물을 얼게 하고 초목을 凋落하게 하며 비를 눈으로 변하게 한다. 겨울에 나뭇가지는 말라 쉽게 부러지고 땅은 얼어서 갈라진다. ‘寒’에 대한 인체의 반응은 온몸을 떨고 웅크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寒’은 寒冷, 收引, 凝結이라는 성질을 가진 것이라는 이해를 얻게 된다.30)

‘寒’의 이런 특성은 인체에 은유적으로 확장되어 인체의 병증을 해석하는 데 활용되었다. 즉, ‘寒’에 대한 인간의 신체적 경험이 인체에서 ‘寒’과 관련된 병증범주를 구성하고 병기를 유추하는 기초로 사용된 것이다.

첫째, 寒은 寒冷으로 음에 속하여 양기를 쉽게 손상시킨다. 인체가 惡寒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手足厥冷과 정신적으로 위축된 증상이 나타날 때 한의학에서는 寒冷이 인체의 양기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라고 유추한다.31)

둘째, 익히지 않은 날 음식과 차가운 음식을 먹은 후에 脘腹冷痛, 嘔吐, 심하면 腹瀉, 下痢淸穀 등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것을 寒冷한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32)

셋째, 겨울철에 추위로 시냇물이 어는 것을 경험하고 사람들은 이것을 인체에 적용하여 ‘寒’이 인체 氣, 血, 津液에 대해 氣滯不暢을 유발하고, 血, 津液의 凝滯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33)

넷째, 겨울철의 혹독한 추위는 식물을 凋落하게 하는데 한랭이 인체에서도 기능을 위축시키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위에 식물이 凋落하고 땅이 얼어 갈라지는 것으로부터 ‘寒’이 인체 皮膚腠理, 肌肉, 筋脈, 血脈 등의 조직을 收縮, 緊張시켜 뻣뻣하게 만들고, 피부를 건조하게 하며 심하면 각질이 생기게 한다고 유추했다. 인체 관절 또한 ‘寒’으로 인해 屈伸不利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34)

Metaphorical mapping between ‘Cold’ in the natural world and ‘Cold’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35)

‘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 속에서 ‘熱’은 쌓인 눈을 녹게 하고, 물을 수증기로 변하게 할 수 있다. 솥의 물은 계속 가열하면 줄어들고 나중에는 말라 솥이 타게 된다. 여름철의 酷熱은 식물의 잎을 시들게 하거나 바싹 마르게(焦枯) 할 수 있다. 그리고 暑와 熱과 火는 모두 가족유사성에 의해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있는데 타오르는 화염이나 끓는 물처럼 ‘열’과 관련 있는 사물현상은 격렬한 운동상태를 나타내거나 사방으로 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36)

신체가 경험하는 자연의 熱(溫暖)은 태양의 열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며 이것은 동식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다. “溫,熱者, 天之陽也”와의 유비를 통해 溫, 熱이 인체의 陽氣라는 인식을 얻게 되었으며, <황제내경>은 陽氣가 인체내에서 溫煦, 推動, 興奮, 升騰, 發散 등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기술한다.37)

열에 대한 이같은 경험은 인체에 은유적으로 확장되어 熱로 인한 인체의 병증을 유추하는 데 활용되었다.

첫째, 열이 물을 소모, 감소시키는 현상과 열이 식물의 잎을 시들게 하거나 바싹 마르게 하는 현상은 은유에 의해 열이 성하면 진액을 손상시킨다(熱盛傷津)는 해석에 사용되었다. 인체의 열이 성하면 진액을 煎熬하여 口渴喜冷飮, 咽乾舌燥, 小便短赤, 大便秘結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38)

둘째, 끓는 물이 사방으로 튀는 현상은 은유에 의해 인체의 열이 성하면 진액을 外泄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인체에서 혈과 진액은 모두 水家族에 귀속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熱은 津을 압박하여 外泄하게 할 수 있고, 또 혈을 압박하여 망행(迫血妄行)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은유적 해석을 기초로 한의학에서는 출혈 증상에 대해 종종 熱邪가 교란한 소치로 인식했다.39)

셋째, 열이 인체의 혈 속으로 침입할 수 있는 이상 혈을 압박하여 밖으로 나가게 할 수도 있고 血肉을 煎灼하여 국소부위에 응체되도록 할 수도 있다. 열이 생고기를 익히는 것에 대한 관찰과 체험을 통해 한의학에서는 인체에 종기가 생겨 붉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며 통증이 심한 것을 熱이 盛해서 그런 것으로 본다.40)

Metaphorical mapping between ‘Heat’ in the natural world and ‘Heat’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41)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자연계의 寒, 熱에 대한 경험을 확장하여 한의학의 독특한 ‘한열’ 개념을 형성했다. 그리고 ‘한열’은 생리, 병리, 본초, 임상 등 각과에서 이론을 구성하고, 병증을 해석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활용되었다. 생리학에서 ‘한열’은 “陽化氣, 陰成形”의 인체내 음양대사 결과로 나타나는 인체의 중요한 음양현상 중 하나로 인식된다. 병리학에서 ‘한열’은 天人相應의 관점에서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외부환경요소(六淫)이며, 한과 열은 각각 인체내에서 고유한 병리적 기전을 통해 장부, 기혈진액, 경락 등에 다양한 병증을 유발한다. 임상에서 ‘한열’은 寒證과 熱證으로 대표되며 한의학에서 질병을 귀납하는 중요한 범주(category)로 활용되었다. 본초학에서 ‘한열’은 약물의 효능을 설명하는 氣味論의 중요한 이론적 구성요소(寒熱溫涼의 四氣)가 되었다.

‘한열’ 개념을 사례로 살펴보았듯이 한의학에서는 자연 속에서, 그리고 당시의 사회생활에서 경험했던 구체적인 체험들을 인체에 은유적으로 확장하여 인체 생리, 병리 현상을 해석하는데 활용했고, 다양한 의학 이론을 만들었으며, 동시에 이 언어들을 그대로 의학이론을 구성하는 용어들로 사용했다.

한국에서 한열에 대한 현대화 연구는 주로 한의학의 八綱에 속하는 한증과 열증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크게 보면 한열변증 관련 설문지 개발과 생체지표 발견이 중심이다. 설문지 연구에서는 한의학 고전에 기술된 한증과 열증의 증상 내용을 분석하여 한글로 된 설문지 문항을 구성하고 이를 기초로 임상에서의 한증과 열증 진단 객관화를 시도했다.42) 또 생체지표에 대한 연구에서는 주로 한증, 열증과 관련된 생체 지표들을 찾아 한증과 열증을 객관화하고 정량화하려고 시도했다.43) 하지만 한열과 관련된 연구는 한열 개념의 탄탄한 정의가 바탕이 되는 이론적 모델이 있어야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팔강변증과 관련하여 중요한 텍스트로 평가받는 <醫學心悟>에는 병의 한열을 口渴과 不渴, 渴而消水와 不消水, 飮食喜熱과 喜冷, 煩躁와 厥逆, 소변의 長短赤白, 대변의 溏結, 脈의 遲數으로 구분한다.44)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증상들이 온도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체온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이 증상들을 묶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현대화를 위해서는 한증과 열증을 관통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찾아야 하는데 그 기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우리에게 한의학의 한열 개념이 어디서 왔으며 그 본성이 무엇인지 조금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질문을 던지고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개념적 은유 이론은 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 이론은 팔강에서의 한증과 열증이 은유에 기반한 것으로서 자연현상에서 경험한 신체의 온도감각과 경험을 인체에 은유적으로 투사하여 만들어진 병증 범주라고 제안한다. 실제로 앞서 기술한 은유적 관점에서 한증과 열증에 속하는 증상들을 해석하면 체온이라는 기준으로 해석할 때보다 훨씬 더 설명력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한의학 언어는 은유에 기반한 언어다. 음양오행, 육기론부터 장상론, 방제의 군신좌사이론, <황제내경 소문 영란비전론>에서 국가 관직에 유비하여 장부를 이해하려고 한 것까지 한의학의 곳곳에 은유가 깔려 있으며, 중국의 자춘화 교수가 말한 대로 한의학의 언어에는 은유가 없는 곳이 없다.

3. 중국학계의 은유 연구동향

중국에서 중의학 관련 은유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中國知網(中国知网, CNKI)에서 ‘中医隐喻’를 키워드로 검색했다. 그 결과 2021년 8월 26일 현재 학술지 논문 107편, 학위논문 35편(박사학위논문 14편, 석사학위논문 21편), 학술대회 발표문 3편, 총 145편의 논문이 검색되었다. 연도별 논문 발표 편수는 Table 3과 같다. 중의학 분야에서 은유 연구를 이끄는 핵심적인 연구자는 북경중의대 자춘화 교수다. 총 39편으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또 자춘화 교수는 초기의 연구들을 묶어 2017년 <中醫學-一個隱喩的世界>라는 책45)을 출판하기도 했다.

Number of Research Papers Published by Year on Metaphor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중의학 관련 은유 연구는 기초이론과 임상분야 전반에 걸쳐 폭넓은 내용과 주제로 진행되었다. 주제별 논문 발표 현황은 Table 4와 같다. 이론용어와 관련해서는 병인병기 용어, 그 중에서도 육음 관련 논문이 많이 발표된 것이 눈에 띤다. 이것은 2008년 자춘화 교수가 개념적 은유 이론을 중의학계에 처음 소개하면서 병인병기를 처음 연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46)(Table 4)

Number of Research Papers Published by Subject on Metaphor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장상학설에 대해서도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오행에 대한 은유 연구를 바탕으로47) 목,화,토,금,수 오행의 근원영역으로부터 목표영역인 오장의 생리적 특성, 기능, 병리, 진단, 치료 방면으로 은유적 사상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연구했다.48) 이외에도 五色, ‘時臟相應’이론, 藏象術語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49)

또 눈여겨 볼 것은 중의학계가 은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중의학의 전통적인 取象比類 방법과 은유의 관계가 관심주제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면에서 볼 때 취상비류와 은유는 동일한 인지구조를 가지고 있다. 취상비류가 比類의 兩端, 즉, 두 개의 영역을 서로 비교, 추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은유도 근원영역과 목표영역 사이의 사상을 통해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취상비류는 두 영역 사이의 ‘비교’를 통해 주어진 유사성을 ‘발견’하는데 집중하는 반면 은유는 ‘비교’를 통해 새로운 유사성을 ‘창조’한다는 점이 다르다. 취상비류와 은유가 비록 인지 구조와 의미가 생성되는 방식-두 개 영역 사이의 비교를 통해 의미가 생성-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인지가 발생하는 메커니즘과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취상비류는 주로 직관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과정을 ‘應象’이라는 단어로 개괄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반면에 은유는 사상(mapping)에 의해 의미가 생성되는 메커니즘과 과정에 대해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훨씬 풍부하다.50)

취상비류와 은유가 서로 차이가 있지만 유사성도 많다는 점에서 중의학계 내에서는 왜 취상비류를 굳이 은유라는 외래적인 방법으로 대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51) 취상비류는 근래 중의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象思維’ 또는 ‘意象思維’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인지방법이기도 하다.52) 이에 대해 은유 연구자들은 개념적 은유가 중의학에서의 어떤 개념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작동하며 논리적 추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할 때 취상비류 보다 분명히 뛰어나다고 강조53)하면서도 취상비류 사유에도 은유적 인지의 특징이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하고 이를 ‘중국식 은유’라고 부르기도 했다.54) 대체로 중의학계에서는 기존의 중의학 전통의 ‘상사유’와 은유이론을 접목시키는 절충적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서 ‘象隱喩’라는 새로운 은유 유형을 제안하기도 했다.55)

중의학계를 비롯한 중국학계가 중의학 관련 은유 연구를 진행하면서 번역과 관련된 연구 논문을 많이 발표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56) 번역, 특히 중의학 용어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는 용어 표준화와 고전의 번역, 영문으로 된 중의학 서적의 출판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어왔다. 2004년과 2005년 3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WHO 서태평양 지구의 전통의학 표준용어집(IST,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을 예로 들 수 있다. IST에서는 전통의학 용어의 표제어를 영어로 표기하기로 했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한자로 된 전통의학 용어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중국의 시에주판(謝竹蕃) 교수는 ‘target-oriented translation’을 주장했고, 대만의 와이즈만(N. Wiseman)교수는 ‘source-oriented translation’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風火眼’이라는 용어를 영어로 번역할 때 시에주판 교수는 이 용어가 서양의학의 급성 결막염에 해당하는 병명으로 볼 수 있으므로 ‘Acute Conjuntivitis’로 번역하자고 제안했고, 와이즈만 교수는 이것에 반대하면서 한의학 용어 본래의 고유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양의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해도 ‘Wind-Fire Eye’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한의학 병명에서 ‘風’은 가려움증과 ‘火’는 發赤, 發熱과 관련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한의학 병명 구성에 포함된 본래의 의미와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는 직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자가 한의학 용어가 최종적으로 지시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target-oriented), 또 서양의학과의 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종의 의역에 가까운 번역이라면 후자는 한의학 전체 이론체계 속에서 용어 본래의 고유한 의미와 명명법에 초점을 맞춘(source-oriented)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다. 이처럼 한의학 용어의 영문 번역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친 논쟁이 있었다. 그러므로 개념적 은유 이론이라는 인지언어학 분야의 새로운 이론으로 중의학 언어를 연구하게 된 이상 은유 이론에 입각하여 중의학 용어의 체계적 번역이론을 연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은유에 대한 연구는 국가가 지원하는 과제로도 진행되고 있다. 국가자연과학기금 과제로서 《인지언어논리심리에 기초한 중의병인병기의 개념은유연구(基于认知语言逻辑心理的中医病因病机的概念隐喻研究)》(編號30973971), 《“觀其脈證, 知犯何逆, 隨證治之”의 인지심리학 연구와 동태인지논리묘사(“观其脉证,知犯何逆,随证治之”的认知心理学研究与动态认知逻辑刻画)》(編號81173464), 《체화된 인지 관점으로 본 중의오행 개념은유의 인지심리언어논리 연구(具身心智视域下的中医五行概念隐喻的认知心理语言逻辑研究)》(編號81373770)등이 있다.57)

4. 은유적 인지와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

은유적 인지란 인간이 어떤 한 분야의 경험을 사용하여 다른 분야의 경험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인지활동을 말한다. 그 해석과정은 근원영역과 목표영역 사이에서 특징들의 유사성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일종의 개념적 연계를 조직하는 것이다.58) 한의학 이론이 은유적 인지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고, 한의학의 언어가 은유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이런 인식이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의학은 동아시아, 특히 중국 고대 문화 속에서 형성된 전통의학이다. 한의학의 언어는 한의학 형성기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언어로서 당시 사람들의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인식,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한의학 이론 또한 마찬가지다. 한의학의 이론은 한의학 고유의 언어들을 사용하여 만들어졌고, 이론체계의 구성에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문화, 사고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의학에는 대량의 文,史,哲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한의학은 형성기의 자연과학과 인문, 사회적 지식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일종의 융합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59)

반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 이론 현대화는 서양의 과학과 생의학적 지식, 모델을 원용하여 한의학 이론을 지금의 자연과학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언어와 구조로 변환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을 현대화하는 작업에는 전통시대와 현대 사이의 세계관, 역사, 문화, 사고방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쉽게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고, 패러다임의 차이로 인한 근본적인 부조화(mismatch)가 존재한다. 東西와 古今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을 넘어서야만 한의학 이론의 현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현대화가 미래 한의학이 가야만 할 길이라면 동서고금의 간격을 좁히고 또 부조화를 해소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중간단계의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간단계 연구는 일종의 ‘해석’의 과정이다.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과 언어가 현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석되고 현대적인 이론 모델로 정리되어야만 현대화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해석과정은 한의학의 직관적 사고를 개념적 사고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중의학의 고유한 사고방식으로 ‘상사유’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상사유’는 일종의 직관적 사고에 해당한다.60) 그러므로 중의학계의 상사유에 대한 연구는 그 자체로만 본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한의학 이론의 현대화라는 목표를 두고 생각한다면 한의학의 언어를 개념적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개념적 은유 이론은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이론적 도구가 된다.

개념적 은유 이론은 한의학 이론용어의 은유로서의 본성을 이해하고 이에 기초하여 이 용어들의 의미를 개념적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이론적 도구다. 특히 이 이론은 현대의 인지언어학과 인지과학의 연구성과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인지과학은 철학, 심리학, 논리학, 언어학, 인류학, 신경생리학, 컴퓨터과학 등의 학문이 융합된 종합적인 학문이며, 이 분야의 탄생은 미래의 학문 융합에 참고로 삼을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공한다.61) 인지과학 연구는 인류의 미래 발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선도적 과학 문제를 탐구하는데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62) 그러므로 우리는 이 분야들에서 발전시킨 다양한 이론들을 한의학 이론용어의 개념 해석에 적용할 수 있다. 인지과학 연구의 결론, 방법, 형식을 한의학 연구에 도입한다면 지금의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용어의 정의에 은유 관련 이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六淫’ 개념을 사례로 살펴보고, 또 한의학 이론을 모델링하는데 영상도식이 갖는 중요성도 살펴본다.

1) 용어의 정의와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 - 六淫 개념을 사례로

인지언어학에 따르면 개념은 범주화의 산물이다. 범주화는 범주63)를 나누는 과정으로서 외부 사물의 성질, 모양, 기능 등의 차이로부터 유사성을 발견하여 이를 類屬으로 분류하는 심리적 과정이다. 이것은 외부 세계에 질서 있는 구조를 부여하는 인지 활동이기도 하다. 범주화의 최종 결과물인 ‘개념’은 인지언어학에서는 ‘인지범주’ 또는 ‘개념범주’라고 불리며, 범주 구분방법을 연구하는 이론을 ‘범주이론’이라고 한다.64) 범주화와 관련된 고전적인 이론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이론에서는 범주를 필요충분한 의미자질을 갖춘 구성원들의 집합으로 보았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이같은 고전적인 범주이론이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가족유사성(family resemblances) 이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65) 1970년대 심리학자 로쉬(E. Rosch)는 비트겐슈타인의 가족유사성 이론을 바탕으로 원형이론(prototype theory)을 제안했다. 원형(prototype)은 어떤 한 범주의 중심이 되는 구성원으로서 그 범주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이고, 적절하며, 이상적인 실례(example)를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 범주 구성을 규정하는 인지적 참조점(reference)이 된다. 원형이론에서는 어떤 범주의 가장 대표적인 실례인 원형을 중심으로 원형과 구성원들이 공통의 속성을 공유하여 관계를 맺음으로써 범주가 형성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원형에 의해 원형과 공통의 속성을 많이 공유하는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 사이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원형효과(prototype effect)라고 한다. 그러므로 원형이론에서는 범주가 중심-주변 도식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범주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범주에는 개방성과 모호성이 있으며, 범주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지위도 평등하지 않다.66)

중국의 구하오룽(谷浩荣) 등은 이같은 인지언어학의 원형이론(prototype theory)과 개념적 은유에 기초하여 한의학의 六淫 개념을 연구했다.67) 이 연구에서 이들은 육음이 여섯 개의 실체가 아니라 육기를 원형으로 형성된 여섯 개의 범주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육음 연구를 예로 들어 이 이론들이 한의학 용어의 본성을 이해하는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한의학에서는 자연의 風,寒,暑,濕,燥,火 六氣에 太過, 不及 같은 이상변화가 생겨 인체에 치병인자로 작용할 때를 육음이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육음은 “風,寒,暑,濕,燥,火 등 여섯 가지 外感 病邪로 六氣가 지나쳐서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 것”이라고 정의된다.68) 그러나 한의학 병인론의 현대화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위의 정의만으로 부족하다. 위의 정의에는 현대화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육음에 대한 현대화 연구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위의 육음에 대한 정의에서는 육음과 육기가 모두 기후현상과 관련이 있으며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이 정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사나 열사로 인한 병증이 추위나 더위 같은 기후의 이상변화로 발생했다는 것이 된다. 과연 그런가? 이같은 정의는 검증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풍사가 일으키는 질병으로서 “傷風”은 “頭痛, 汗出, 惡風” 등이 주증이다. “風痺”는 “病位游移, 痛無定處”가 특징이다. “風疹”은 “發病迅速, 變化無常, 此起彼伏”이 특징이다. ‘風邪’(육음)와 관련된 이 병증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병증들이 단순히 ‘風氣’(바람으로서의 육기)의 이상변화라는 어떤 물리적인 실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풍기의 특성, 즉, 出入無常, 時急時緩, 時强時弱하여 정해진 규율이 없이 변화무상한 특성이 병증인식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69) 그렇다면 둘째,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육음이란 병을 일으키는 실체인가, 아니면 인체에서 특정 병증을 묶는 범주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개념적 은유와 원형이론은 한의학의 육음이 육기를 원형으로 형성된 여섯 개의 범주이며, 이 범주는 자연에서의 육기와 관련된 경험을 인체라는 목표영역에 영역 교차 사상(cross domain mapping)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석한다.70) 이 해석에 따르면 육음은 육기를 원형으로 만들어진 여섯 개의 범주이지 실체가 아니다. 그리고 육기와 육음은 동일한 범주로 묶일 수 없는 개념이다. 육기는 기후현상으로서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개념이고, 육음은 의학에 속하는 것으로서 인체의 특정 병증과 관련된 범주다. 육기와 육음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에 속하는 완전히 다른 개념범주다.

寒邪로 예를 들면 자연계의 ‘寒’에 대한 체험으로부터 ‘寒’이 사물에 대해 寒冷, 收引, 凝結작용을 유발한다는 인식을 얻게 되었고, 이런 ‘寒’에 대한 체험을 영역을 뛰어넘어 인체에 은유적으로 사상함으로써 한의학의 ‘寒’과 관련된 병증 범주가 형성되었다. 寒邪(육음)가 일으키는 병증들은 寒氣(육기)의 특성들이 원형이 되어 만들어진 범주들이다. 다만 한사로 인한 병증 범주가 육기의 ‘寒’을 원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는 ‘寒’의 특성이라는 유사성을 공유하는 관계가 존재한다.71)

그렇다면 우리는 병인으로서 육음을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 구하오룽 등은 지금의 육음이라는 용어에 다음 두 가지 측면이 함께 들어와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옛사람들은 자연계 육기의 이상변화 이후 질병이 폭발하거나 확산되는 추세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고 이런 관찰로부터 육기의 이상변화가 인체에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육음)이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둘째, ‘육기’의 이상이 없는데도 ‘육기’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과 유사한 병증이 나타날 경우 이른바 ‘辨證求因’의 방법을 사용하여 이런 병증들을 모두 ‘육음’이라는 원인에 귀속시켰다. 이러한 ‘변증구인’의 과정에는 원형인 육기를 참조(reference)로 인지대상인 병인을 확장시키는 은유적 방법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72) 그러므로 ‘육음’은 이미 더 이상 ‘육기’의 이상변화만으로 정의될 수 없는 개념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육음을 육기의 이상변화로 정의하는 것은 실제 병증을 다 포괄할 수 없는 반쪽짜리 정의가 된다. 육음을 육기 각각의 특성을 원형으로 형성된 여섯 개의 병증 범주로 정의해야 실제 병증과 부합하게 된다.

이처럼 은유 이론은 한의학 이론을 구성하는 용어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한의학 용어의 개념을 정의하는데 도움을 주며, 한의학 용어에 대한 이같은 이해는 한의학 이론의 현대화 연구에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2) 개념적 은유 이론에서의 영상도식과 한의학 이론 모델링

개념적 은유 이론이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은 ‘영상도식’을 이용한 한의학 이론의 모델링이다. ‘영상도식(image schema)’은 마크 존슨의 <마음 속의 몸>이라는 책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주제이다. 존슨은 그의 체험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영상도식이 우리 몸의 지각과 운동 등 신체적 경험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우리의 경험을 구조화하는 주된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다.73) 영상도식의 핵심은 ‘신체화(embodiment)’이다. 즉, 존슨은 영상도식을 우리의 경험이 “의미있고 연결된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행위와 지각, 개념에 패턴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영상]도식은 이러한 지속적인 질서 짓는 활동들 안에서의, 이 활동들의 반복적인 패턴, 형태, 그리고 규칙성”이라고 정의했다.74) 신체적 경험의 층위에서 형성된 영상도식은 은유적 투사를 통해 추상적, 정신적 층위로 확장되어 이 영역의 개념에 정합성(coherence)을 부여하고 구조화하는 작용을 한다.75) 영상도식은 우리의 인지활동 속에서 무의식적이고 관습적으로 사용된다.76) 영상도식은 ① 비언어적이라는 점에서 선개념적(preconceptual)이며, 비명제적이고, ② 신체적 경험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신체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③ 일련의 구조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조직적인 패턴이나 체계로서, 구조화되어 있고, ④ 비표상적이며, ⑤ 도식적이라는 의미에서 추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77)

영상도식의 종류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한의학적 사고의 원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영상도식은 한의학 용어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한의학 이론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 한의학 이론을 모델링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영상도식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그릇(container)’도식(容器도식으로 번역되기도 함)은 포함과 경계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존슨은 “[포함과 경계성은] 가장 흔한 신체적 경험 중 하나이다. 우리는 우리 몸이 어떤 물건들(음식, 물, 공기)을 집어넣고 다른 것들(음식과 물의 찌꺼기, 공기, 혈액 등)을 배출하는 삼차원의 그릇이라는 사실을 친숙하게 알고 있다. 우리는 환경,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물리적 포함을 경험한다.”78) 그리고 “안-밖 지향성(in-out orientation)의 체험적 근거는 바로 공간적 경계성의 경험이다”79)라고 하여 ‘그릇’도식이 ‘물리적 포함’이나 ‘안-밖 지향성’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2) ‘힘(force)’도식에서 힘은 ① 항상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되며, ② 벡터 성질, 즉 방향성을 가지고, ③ 운동 경로가 있으며, ④ 기원 또는 원천이 있고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행위자가 그 힘이 표적을 향하도록 할 수 있고, ⑤ 능력 또는 세기의 정도가 있으며, ⑥ 상호작용을 통해 힘을 경험하므로 거기에는 항상 구조 또는 인과성의 연쇄가 개입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80)

(3) ‘균형(balance)’ 도식에는 축 균형(axis balance), 천칭 균형(twin-pan balance), 평형(equilibrium)이 있다.81) 균형은 균형 잡기라는 우리 몸의 활동으로부터 배운 것으로서 보행을 배우기 전 어린 아이의 일어서기와 같은 활동으로부터 경험한 것이다.82)

(4) ‘경로(path)’도식은 경로에는 근원 또는 출발점이 있고, 목표 또는 종착점이 있으며, 근원과 목표를 연결하는 행로가 있기 때문에 방향성이 있고, 시간성이 부여된다.83)

(5) ‘연결(connections)’ 도식은 탯줄에 의해 생물학적 어머니와 연결되어 태어나는 것, 물리적 대상들이 연결에 의해 서로 관련되는 등의 경험에서 유래한다. 이것은 시간적으로 연결되는 사건들의 인과적 연결, 이 세계를 연결의 그물망으로 이해하는 등으로 확장된다. 이것은 두 개의 개체(A와 B) 사이의 연결 구조로 표시되는데 연결도식은 유사성의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84)

(6) ‘주기(cycle)’도식은 신체적 경험과 우리가 속한 물리적 세계에 대한 경험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우리 몸에서 심장 박동, 호흡, 소화, 여성의 월경, 수면, 혈액순환 등의 주기를 경험한다. 또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주야, 삭망, 계절, 삶의 행로(탄생과 죽음), 식물과 동물의 성장 단계, 천체의 운행 등의 주기를 경험한다.85)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간적 주기이다. 주기는 어떤 초기상태에서 출발하여 다시 시작했던 곳으로 회귀하여 끝나며 이를 반복한다. 그러므로 가장 단순한 주기 도식은 원 운동으로 표현된다.86) 그러나 주기를 원의 형태로 표현할 경우 우리가 주기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정점(climax)이 있는 구조를 포함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주기는 주기적인 ‘상승’과 ‘하강’을 볼 수 있는 사인 곡선(sign wave)에 의해 표현될 수도 있다.87)

(7) ‘부분-전체(part-whole)’도식으로서 부분으로 전체를 대신하는 것은 환유(metonymy)에 속한다. 88)

(8) ‘중심-주변(center-periphery)’도식을 통해서는 원근이 규정된다. 또 이 도식이 그릇도식과 결합하면 중심을 안쪽으로 경험하며 주변을 바깥쪽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안-밖 지향성은 다양한 추상적 대상으로 확장되어 주관-대상, 자기-타인 등의 구분을 낳는다.89)

<黃帝內經 素問 六微旨大論>에는 “승강출입은 그릇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그릇은 生化의 집으로 그릇이 흩어지면 [승강출입이] 분리되고 生化도 쉬게 된다”90)고 하여 우리 몸을 중심으로 神機, 氣立과 升降出入을 연결 짓고 있다. 여기서 ‘그릇(器)’은 형체, 곧 우리 몸을 가리킨다. 즉, 우리 몸이 존재해야 승강출입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인체의 기화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그릇도식에 기초한 그릇은유다. 그릇도식은 한의학 인체관의 중심이 되는 도식이다. 인체는 외부환경과 경계를 두고 있는 일종의 그릇이다. 승강출입의 인체 기화활동은 우리 몸을 중심으로 발휘되는데, 특히 출입은 이러한 경계가 있어야 가능한 ‘안-밖’ 지향성(방향성)을 표현한 것이다. 인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음식물과 呼吸之氣이다. 인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대변, 소변, 땀, 呼氣 같은 것들이다. ‘안-밖’ 지향성은 ‘表裏’, ‘內外’같은 개념을 중심으로 한의학 이론에서 극도로 중시된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과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인체와 외부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이며 한의학의 생리, 병리이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안-밖’ 지향성의 인식과 해석에는 힘 도식도 관여한다. 외부의 邪氣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힘이며, 인체의 正氣는 사기를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싸우는 힘이다. 예를 들어 寒邪는 체표에서 인체를 束縛하여 안의 기운과 밖의 기운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막는다. 한, 토, 하 삼법은 이러한 관점에서 사기를 밖으로 쫒아내기 위한 치료법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체라는 그릇 안에서는 기의 승강이 중시된다. ‘水升火降’은 기의 승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의 상징적 표현이다. 인체 장부 또한 ‘肝升肺降’, ‘腎升心降(수승화강)’, ‘脾升胃降’의 승강이 있으며, 장부기의 승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장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표현이다.

영위기의 순환에는 주기도식과 중심-주변도식이 포함되어 있다. 영위기는 인체를 하루 50회순환하며, 맥을 기준으로 영기는 맥내를 위기는 맥외를 순환하는 특징이 있다. 중심-주변 도식이 확장되어 영기와 위기의 순환이 체내와 체표를 순환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것은 온병의 위기영혈 변증에서 사기의 전입단계를 구분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영위기의 순환에서 위기의 순환은 특별하다. 위기의 순환은 주야에 따라 달라지는데 낮에는 체표의 陽經을 주로 순환하고, 밤에는 체내로 들어가 오장을 순환한다. 주야나 사계절의 시간 주기변화에 맞춰 위기의 순환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위기가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여 인체가 환경변화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주기(cycle)도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도식을 자연계와 인체의 다양한 현상에 투사하여 구조화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계절의 변화나 천체의 운동 속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어 이를 음양升降이라는 주기적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인체 생리현상도 이와 상응하는 변화 패턴을 갖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점에서 위기의 순행방식은 인체와 환경의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음양과 오행론의 해석에는 ‘힘’과 ‘평형’도식이 기초가 된다. 음양과 오행은 모두 동태성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항동관) 음양, 오행론의 최종목표는 동태적 평형의 관점에서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다. 동태적 평형은 인체에 적용되어 생리적 기능이나 현상의 최종목표로 인식되며, 병리적 현상을 해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陰平陽秘, 亢害承制, 오행의 相生相克 등이 모두 평형도식과 관련된 개념들이다.

경락이론에서 경기의 순환은 주기, 경로, 연결도식에 기초한다. 경기의 순환은 영기의 순환과 동일하며 여기에는 수태음폐경에서 시작하여 다시 수태음페경으로 돌아오는 如環無端의 주기와 경로, 연결도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또 경락에서의 標本, 根結이론은 출발점과 종착점, 근원과 목표라는 경로도식에 기초한 것이다.

또 부분-전체 도식에 기초한 환유는 한의학에서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다. 한의학에서는 ‘人身은 小宇宙’라는 일종의 부분-전체 도식을 통해 인체를 천인상응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고, 이를 기초로 인체의 장기, 기관, 조직의 형태나 생리 기능을 해석했다. 耳鍼, 頭鍼, 足鍼 등 分區鍼法과 중국의 全息理論에서 볼 수 있듯이 한의학에서는 부분-전체 도식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은유와 영상도식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한의학의 인체관과 인체 기능 인식에는 다양한 영상도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으며, 이 영상도식들을 활용하여 인체 생리, 병리현상을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영상도식은 한의학 이론을 모형화(modeling)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연구의 한계

한의학 이론, 용어에 대한 은유적 관점에서의 연구는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과 이에 대한 현대화 작업을 연결하는 중간단계로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이것 자체가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은유적 관점에서 한의학의 이론과 용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라는 긴 여정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리고 은유 연구가 아직은 시작단계라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그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이 연구가 한의학의 언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높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연구가 조금 더 축적되어야 이 연구의 가능성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91) 이것은 이론 연구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연구자들은 항상 임상과 긴밀히 결합된 이론체계를 갖추는데 기초이론연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관점을 끝까지 붙들어야 한다.92)

한의학 이론과 용어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의 한의계 현실 속에서 인지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발전시킨 이론들을 방법으로 삼아 한의학의 이론과 용어를 연구한다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한의학 언어의 본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한의학의 직관적 사고가 개념적 사고로 옮겨질 수 있을 때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이 논문에서는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한의학 이론용어에 관심을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서 최근 인지언어학 분야의 중요한 연구주제인 개념적 은유 이론을 살펴보았다. 또 이 이론을 한의학 이론과 용어에 적용하여 연구한 중국의 연구사례들을 통해 이 연구의 의미와 가능성을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은유인지의 관점에서 볼 때 한의학은 天人相應觀을 기초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험을 인체에 은유적으로 투사하여 자연(대우주)을 통해 인체(소우주)를 이해하려고 시도한 의학이다. 그리고 한의학의 언어는 자연에 대한 우리들의 경험을 인체로 확장시킨 은유에 기반한 언어로서 한의학에는 은유가 없는 곳이 없다.

은유적 관점에서 한의학의 이론용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한의학 이론용어의 본성을 지금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런 이해는 한의학 이론용어의 개념 정의와 기술에 도움을 주어 한의학 이론 현대화 연구를 촉진할 수 있다. 또 신체적 경험의 은유적 확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영상도식은 한의학 이론의 모델링에 활용될 수 있다.

한의학 이론과 용어에 대한 은유적 관점에서의 연구는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과 현대화 연구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중간단계의 연구로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한의학 기초이론 현대화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Notes

1) 과학화는 본래 현대화의 일부분으로 현대화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과학화와 현대화가 서로 대립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즉, 한의학의 과학화는 과학 또는 서양의학을 표준으로 한의학을 과학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으로, 또 현대화는 한의학이 중심이 되고 현대 학문과 과학기술들의 도움을 받아 한의학의 고유한 본질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즉, 과학이 중심이 되는 연구는 과학화, 한의학이 중심이 되는 연구는 현대화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현대화를 과학화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사용한다.
2)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삶으로서의 은유(수정판), p.21, 박이정, 2006.
3) 이충열. 한의학 기초이론의 현대화와 한의학 이론용어.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7(5), 2013, pp.540-552.; 이충열. 한의학의 음양론적 인체관과 음양개념의 은유적 이해.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8(5), 2014, pp.465-477.
4) 賈春華. 基于隱喩認知的中醫語言硏究綱領. 北京中醫藥大學學報 37(5), 2014, p. 293-296.
5) 谷浩榮,賈春華,付橋橋,牛銳,陳麗名,李小會,楊景鋒,譚潁潁. 隱喩認知及認知科學相關原理在中醫理論硏究中的應用.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21(11), 2019. pp.2480-2484.
6) 은유(metaphor)는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되어 왔다. (1) 은유는 낱말의 속성이다. 즉, 언어적 현상이다. (2) 은유는 어떤 미적·수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다. (3) 은유는 비교되고 동일시되는 두 개체 사이의 닮음에 기초한다. (4) 은유는 낱말의 의식적이고 고의적인 사용이다. 그러므로 은유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 (5) 은유는 없어도 살 수 있는 비유적 표현이다.(커베체쉬 저, 이정화,우수정,손수진,이진희 역. 은유-실용입문서. p.ⅹ, 한국문화사, 서울, 2003.)
7) 이들의 은유에 대한 견해를 전통적인 은유에 대한 관점과 대비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은유는 낱말의 속성이 아니라 개념의 속성이다. (2) 은유의 기능은 예술적, 미적 목적뿐만 아니라 어떤 개념을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3) 은유는 종종 유사성에 기초하지 않는다. 은유는 유사성을 따라가거나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사성을 창조하기도 한다. (4) 은유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노력없이 사용할 수 있다. (5) 은유는 없어도 살 수 있는 언어적 장식이 아니라 인간 사고와 추론의 불가피한 과정이다.(커베체쉬 저, 이정화,우수정,손수진,이진희 역. 위의 책. pp.ⅹ-ⅺ.)
8)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24.
9) 머레이 노울즈, 로자먼드 문, 김주식, 김동환 역. 은유 소개. pp.46-48, 한국문화사, 2008.
10)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p.96-97.
11)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p.304-361..
12) 노양진. 은유와 몸의 철학. 담화인지언어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03, pp.33-41.
13) 레이코프와 존슨은 2세대 인지과학의 중요한 발견을 (1) 마음은 본성적으로 신체화되어 있다, (2) 인간 인지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다, (3) 우리 사고의 대부분은 은유적이다라고 요약한다.(G. 레이코프, M. 존슨 지음. 임지룡,윤희수,노양진,나익주 옮김. 몸의 철학. 박이정, 서울, p.25, 2002.)
14) 노양진. 위의 논문, pp.34-36.
15) 노양진. 위의 논문, pp.34-36.
16) 노양진. 위의 논문, pp.34-36.
17) M. 존슨 저, 노양진 역. 마음 속의 몸. 철학과현실사, 2000, pp.104-106.
18) <마음 속의 몸>이라는 책에는 다양한 영상도식들이 소개, 설명되어 있다.
19)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61-209.
20)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21) 머레이 노울즈, 로자먼드 문, 김주식, 김동환 역, 위의 책, pp.46-47.
22)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p.22-23.
23) G.레이코프, M.존슨.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58.
24)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p.27-28.
25) G.레이코프, M.존슨 저.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p.37-52.
26) Brown, Theodore L., Making Truth: Metaphor in Science, pp.14-30,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2003.(강달영, 나익주 역. 과학의 은유-진리 만들기. 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2020.)
27) Geraldine W. van Rijn-van Tongeren. Metaphors in medical texts. (Utrecht Studies in Language and Communication), Rodopi, 1997.에서는 의학이론과 용어에 들어와 있는 은유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28) 賈春華. 위의 논문, p. 294.
29) 楊曉媛,賈春華. “寒”,“熱”在溫度感覺與中醫學之間的槪念隱喩.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17(12), 2015, p.2497.
30)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황제내경 소문>의 운기편에서도 한, 열 등의 기후변화가 인체나 사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상세하게 기술되고 있다.
31)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32)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33)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34)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35)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36)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500.
37)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499.
38)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500.
39)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500.
40)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500.
41) 楊曉媛,賈春華. 위의 논문, p.2500.
42) 유현희,이혜정,장은수,최선미,이성근,이시우. 한열 변증 설문지 개발에 관한 연구.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2(6), 2008, pp.1410-1415. 김숙경, 박영배. 한열변증 설문지 개발. 대한한의진단학회지 7(1), 2003, pp.64-75. 이외에도 경희대 한의대 기기진단과학 교실과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병연구단에서 한열변증 진단 설문지 개발과 관련하여 다수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43) 김지은,박경모,이승기,유화승. 건강군과 질환군의 한열지표 차이에 관한 고찰.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 2006, pp.224-228. 김수정,이시우,이영섭. 건강군과 미병군의 한열지표 차이에 관한 연구.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1(1), 2017, pp.49-56.
44) “一病之寒熱, 全在口渴與不渴, 渴而消水與不消水, 飮食喜熱與喜冷, 煩躁與厥逆, 溺之長短赤白, 便之溏結, 脈之遲數以分之.”(程國彭 저. 吳海峯 批註. 吳批醫學心悟. 旋風出版社, 타이베이, 민국59년(1970). (성보사 영인본) p.16.
45) 賈春華 主編. 中醫學-一個隱喩的世界. 人民衛生出版社, 北京, 2017.
46) 賈春華. 認知科學背景下的中醫病因病機的槪念隱喩硏究. 中國醫藥導刊 10(8), 2008,pp.1141-1143; 黃慧雯,賈春華. 中醫隱喩硏究12年. 世界中醫藥 16(6), 2021, pp.942-946.
47) 馬淬蘭,賈春華. 基于隱喩認知的中醫五行學說硏究述評.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19(9), 2017, pp.1502-1506.
48) 谷浩榮,賈春華,謝菁. 基于槪念隱喩理論的中醫藏象學說考察.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14(5), 2012, pp.2092-2095.
49) 石勇. 認知隱喩視角下的中醫學硏究:背景與前景.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21(9), 2019, pp. 1842-1843.
50) 馬子密,賈春華. 取象比類-中國式隱喩認知模式.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14(5), 2012, p.2084.
51) 黄慧雯,贾春华. 위의 논문, p.944.
52) 싱위루이는 상사유에 대해 “상사유는 대상으로서의 '존재'(세계의 본질)를 하나의 '상'으로 보는 것이다. 즉 자연은 전체로 현시된다. 대상의 상은 나눌 수 없기 때문에 개념을 빌려 이성과 논리로 파악할 수 없고 오직 '상'으로 이루어진 기호와 문자 체계의 도움을 받아 표현된다. '상'에 대한 해석과 해설을 통해 세계의 본질과 규율에 관한 인식이 도출된다. 즉 以象說象이다.” 그리고 “상사유란 객관적 상과 마음속의 상이 轉化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며 획득한 객관적 정보를 ‘意象’으로 轉化하여 관련성을 생산하는 사유다”라고 정의하고 있다.(邢玉瑞. 中醫象思維的槪念. 中醫雜志 55(10), 2014, pp.811-814.)
53) 黄慧雯,贾春华. 위의 논문. p.943.
54) 馬子密,賈春華. 위의 논문, pp.2082-2086.
55) 黄慧雯,贾春华. 위의 논문, p.944.
56) 陳易,鍾海橋,王小芳,劉成. 1999—2019年中醫術語隱喩性英譯硏究的回顧與思考. 中國科技術語 22(6), 2020. pp.69-72.
57) 石勇. 위의 논문, p.1842.
58) 賈春華. 위의 논문. p, 294.
59) 賈春華. 위의 논문, p, 296.
60) 邢玉瑞. 위의 논문, pp.811-814.
61) 谷浩榮,賈春華,付橋橋,牛銳,陳麗名,李小會,楊景鋒,譚潁潁. 위의 논문. p.2480.
62) 谷浩榮,賈春華,付橋橋,牛銳,陳麗名,李小會,楊景鋒,譚潁潁. 위의 논문. p.2480.
63) 범주는 사전적으로 “사물의 개념을 분류함에 있어서 그 이상 일반화할 수 없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최고의 유개념(類槪念)”이라고 정의된다.(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a8b8840506854532bf8bf07e51818106)
64) 谷浩榮,賈春華. 基于原型範疇理論的中醫“六淫”槪念隱喩硏究. 世界科學技術-中醫藥現代化 13(6), 2011, p.1091.
65) 임혜원. 언어와 인지. 한국문화사, 서울, 2013, pp.82-109.
66) 임혜원. 위의 책, pp.82-109.
67) 谷浩榮,賈春華. 위의 논문, pp.1091-1094.
68) 한의학용어제정위원회 편. 표준한의학 용어집. 대한한의학회/대한한의사협회. 2006, p.291.
69) 谷浩榮,賈春華. 위의 논문, pp.1092-1094.
70) 谷浩榮,賈春華. 위의 논문, pp.1092-1094.
71) 谷浩榮,賈春華. 위의 논문, pp.1092-1094.
72) 谷浩榮,賈春華. 위의 논문, pp.1092-1094.
73)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29.
74)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04-106.
75)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04-106.
76)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04-106.
77) M. Sandra Pēna 저, 임지룡,김동환 역. 은유와 영상도식. 한국문화사, 서울, 2006, p.60.
78)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93.
79)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93.
80)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25-128.
81)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94-197.
82)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175-178.
83)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228-234.
84)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234-236.
85)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236.
86)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237.
87)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237-238.
88) G.레이코프, M.존슨. 노양진, 나익주 역, 위의 책, pp.75-85.
89) M. 존슨 저, 노양진 역, 위의 책, pp.243-245.
90) “是以升降出入, 無器不有, 故器者, 生化之宇, 器散則分之, 生化息矣.”
91) 谷浩榮,賈春華,付橋橋,牛銳,陳麗名,李小會,楊景鋒,譚潁潁. 위의 논문, p.2483.
92) 谷浩榮,賈春華,付橋橋,牛銳,陳麗名,李小會,楊景鋒,譚潁潁. 위의 논문, p.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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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Metaphorical mapping between ‘Cold’ in the natural world and ‘Cold’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35)

Source Domain S Target Domain T Analogy f
* Analogy f: Metaphorical Correspondence between S and T
S1: 물질(水) T1: 물질(血, 津液) 寒冷→한의학의 ‘寒’
S2: 水液을 정체시킴 T2: 氣血津液을 阻滯시킴 水液→血, 津液
S3: ‘寒’은 樹枝를 乾硬하게하여 쉽게 부러지게 함 T3: 인체 四肢를 僵硬하게 함 樹枝→四肢
S4: 식물을 시들어 죽게함 T4: 인체 사망 식물→인체

Table 2.

Metaphorical mapping between ‘Heat’ in the natural world and ‘Heat’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41)

Source Domain S Target Domain T Analogy f
* Analogy f: Metaphorical Correspondence between S and T
S1: 물질(熱盛) T1: 물질(熱邪) 熱盛→中醫의 ‘熱邪’
S2: 물질(水, 動植物) T2: 물질(血,津液) 自然의 水→血, 津液
S3: 熱(特性) T3: 熱(特性) 동식물→인체
S4: 물이 끓어 사방으로 튐 T4: 津液과 血을 압박하여 外泄
S5: 식물을 시들어 마르게 하고 生肉을 익힘 T5: 血肉을 腐蝕하여 癰瘡이 생기게 함
S6: 水液을 태워 말림 T6: 津液 耗傷으로 口渴咽乾, 便祕 등을 유발

Table 3.

Number of Research Papers Published by Year on Metaphor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Year Journal Papers Dissertation Conference
presentation
Master Doctor
2008 2 1
2010 1
2011 6 3 1
2012 9 1
2013 6 4 1 1
2014 15 1 2 1
2015 10 1 2 1
2016 9 3
2017 9 2
2018 10 4 2
2019 15 2 1
2020 8 1
2021(8월 26일) 7 2 1
107 21 14 3

Table 4.

Number of Research Papers Published by Subject on Metaphor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Subject Journal Papers Dissertation Conference presentation Note
총론 중의학 전반 11
중의학 언어 일반 5 4 2
중의학 이론 6 2
연구동향 및 지침 3
기초이론 용어 9 3 초기에 병인병기 용어(육음) 연구가 많음
이론 19 8 1 오행과 장상 연구가 많은 편수 차지
임상 용어 2 2
병증해석,진단,치료 7 7
고전 고전 텍스트 언어 2
고전 텍스트 전반 2 3
번역 일반 용어 15 2
고전 텍스트 8 4
번역원칙,전략,동향 18
107 3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