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과 현대의과학의 통합적 학문체계 구성 방법론 연구
Ⓒ 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The Physiological Society of Korean Medicine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d integration methodologies to foster academic responses and development of Korean medicine with the modern medical science under the scientistic shifts of the contemporary medical market. The fundamental principle for an integrative understanding methodology lies not in the problem of incommensurability, but rather in overcoming it through the process of adjusting the scope of observation and recognition of subjects, followed by comparative and consilient interpretation to identify the common basis of phenomena. First, the structural and functional foundations are presented as common constituent elements of both medicine. Within this, structure is categorized into matter, visceral organs, connective tissue, sensory organs, and communication-regulation systems, thereby sharing a structure platform between Korean and Western medicine. Where direct corresponding terms or concepts are absent, such as Qi(氣) and Ying(營), Wei(衛), and Shen(神), conceptual interfaces should be created for mutual interpretation. The seven core idea of Korean medicine are Taegeuk, Yin-Yang, Three poles(三才), Four types(四象), Five phases(五行), Three yin three yang(三陰三陽), and Human-nature correspondence theory. They are presented with various explanatory models. As an example of Yin-Yang model, the double-layer balance model, internal-external Yin-Yang model, globe Yin-Yang model can enhance the efficiency of explanation in the education and clinical practice of Korean medicine theory and be significantly utilized for the consilience of the two medicines.
Keywords:
Integrative Medicine System, Methodology of Integration, Explanatory Model, Yin-Yang서 론
2025년 5월 WHO는 제78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전통의학과 주류 보건체계와의 통합 전략을 세우고 그 배경을 정부 주도든 개인 주도든 전통의학과 보완의학 및 생의학을 결합한 통합의학 임상이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라 기술하였다.1) 그리고 8월에는 한의학교육협의체가 통합의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의학의 핵심 가치 계승과 과학기반교육을 통해 교육을 혁신한다고 선언하였는데,2) 이를 요약하면 한의학에 ‘과학교육’을 더해 ‘통합의학’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추진계획으로는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등 첨단 교육기술을 교육에 활용하고 국내외 기관교류 활성화 및 개방형 교육 생태계 조성, 교육과정과 평가·시험·수련체계 개편 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세계적 보건추세와 부응하는 방향이며 내용의 핵심은 AI 활용교육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과학과 결부시킬 것인지 세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재 한의학계에는 한의학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한의학과 과학의 함수관계 또는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공론이 아직 없어서 진행 도중에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고유 가치와 정체성을 연구한 백유상은3) 결론에서 “아직 의견이 분분하므로 정체성의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고 하였으며, 이충열은4) “정체성이 임상과 연구 현장에서 구성되는 것”이라 하고 의학적 보편성과 한의학적 특수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 외에 구체적인 결론은 없다. 과학화 방법에 관해 지규용은5) 관련 연구가 없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였고, 한의학의 과학적 이해방법에 관해 나비 니마는6) 현대생리학적 기능개념을 가지고 證을 구성하는 주요 증상을 대응시켜 설명하고 이러한 통합적 설명이 통합의학으로 가는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응 설명은 많은 경로와 방법이 있으므로 증명과정이 없는 통합은 임의적이어서 과학적 논증이라 할 수 없다.
이처럼 통합의학이나 과학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목표나 기준, 방법에 관한 공식적인 논의나 합의가 없어서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선행 작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러한 선행 작업의 일환으로서 통합적 학문 체계를 구성하는 방법론과 한 예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이원화 제도를 채택하여 의미 있는 통합의학을 만들려면 법적、제도적 절차가 필요한데, 이는 상대가 있어서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양방 협진은 현재도 시행되고 있으므로 의료 현장에서 시급한 작업은 통합적 의학이론을 제시하여 상호 간의 이해를 촉진함으로써 상대 학문의 가치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통합적 학문 체계란 이론 단위를 확장하여 일반화한 것이며, 구성 방법론은 가용성 여부를 판단하는 공론의 기초 자료이다.
본 론
1. 연구를 위한 용어 정의
‘통합’ 또는 ‘통합의학’이라는 용어는 사전적인 본의에 더하여 사용자의 목표와 의도에 따라 다양하므로 본 연구의 전제로서 의미 정의가 필요하다. 통합(統合)은 사전적으로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를 하나로 합치는 것’, ‘여러 요소들이 조직되어 하나의 전체를 이룸’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통합이란 서로 다른 개체가 부분적으로 무질서하게 혹은 보완적으로 이어져 있는 단편들을 조직적이고 통일적인 체계로 재구성하여 효율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특성과 효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7)
여기서 ‘재구성’이란 인체의 구조·기능·질병·변증·진단 및 치료 방법에까지 전체 지식을 유기적이고 일관되게 현대의과학의 용어나 체계와도 부합하도록 구조화한다는 뜻이고, ‘새로운 효과’란 한의학의 현대화와 보건 체계 내 제도화 및 산업화에 적합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목표가 추가되는데, 현재와 같이 의과학과 의공학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인문·사회·자연 각 산업분야의 다양한 협력을 끌어내고 한의학 주도적 의제를 발굴할 수 있는 통합적 창조 능력이 요구되며 AI와 양자기술에 대비하려면 더욱 필요할 것이다. 통합의학은 이처럼 현대의 의과학용어로 한의학의 용어와 개념을 구조화하여 보건 체계와 산업기술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게 재구성한 의학이다.
한의학이 의료시장에서 제도적 소외를 면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익집단 간의 정치적 세력 경쟁인 데다 결국은 기존의 독점적 권한을 받아와야 하는 것이기에 단순한 정사·선악으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적 선택의 문제가 남는데, 한의학이 비주류인 이상 현대의학 플랫폼에 맞추는 것이 부득이함을 이해한다면 다음 작업은 두 의학체계가 서로 이해하고 통섭하는 방법과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그간 한의학계에서 수행한 침구와 한약에 관한 기초실험 및 질환임상시험, 근거중심의학방법론에 기초한 임상진료지침 연구 등은 효과 증명과 그에 근거한 한의임상의 타당성인데, 실증주의 혹은 실재론자가 침구와 한약이론지식 자체의 정당화 과정이 없다고 논박한다면 설사 지식사회학 계열의 정당화 논리나 경험적 귀납을 강조해도 군색할 수밖에 없게 된다.8)
따라서 경쟁자의 독단적 배제 논리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통합을 시도하려면 소통이 가능한 지식형성 논리를 만들고 통합할 구체적 컨텐츠와 실천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합적 학문체계 구성 방법론이란 이질적인 두 의학 체계 사이의 통섭적 이해와 체계적 서술방법과 논리를 지칭하며, 전체적 개요와 그 일례로써 음양론의 현대적 재구성 작업을 제안한다.
2. 한의학과 현대의과학의 통섭적 이해 방법론
한의계 내외부에는 ‘과학화’와 ‘통합’은 불가능하다거나 억지라는 주장이 있는데, 배경에는 한의학 순혈주의와 방법적 회의주의 두 유형이 있다. 한의학 순혈주의는 결과적으로 의사들이 이론은 포기하고 치료수단 만을 취하는 통합의학을 주장한 의도와도 동일하다. 그 근거는 쿤의 ‘공약불가능성’ 개념인데,9) 이에 관해서는 변론이 필요하다. 우선 의료는 의학과 달리 문화에도 속한다는 점에서, 타자의 문화적 다양성과 이질성은 공약불가능성에 근거한 인식론적 진리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해석학적 태도와 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김선규의 주장을10)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가 인용한 Rorty의 문장을 재인용한다.
“해석학은⋯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인식론적인 설명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시도이다. 반면에 인식론은 우리가 이해한 것을 가르치고 근거 짓기 위해 집성(集成)하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 뻔뻔하게 당파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솔직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해석학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둘째, 그렇더라도 의학은 인체의 현상에 관한 실재 인식이고 침습적으로 개입하는 실천의 과정이므로 최선의 지식을 기초로 해야 하며, 따라서 공약불가능성 문제는 해석학적 태도 이상의 과학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를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에 적용할 수 있다. 물질과 세계에 관한 두 이해 체계는 절대시공간과 상대시공간, 결정론과 확률론 등으로 대비되며 쿤이 제시한 공약불가능성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그렇지만 개념적 모호성 때문에 쿤은 공약불가능성이 1962년 <과학혁명의 구조>에 설명했던 ‘패러다임 사이’가 아니라 1969년 개정판의 후기에서 ‘상이한 이론이나 용어, 실험, 개념들의 사이’에서 성립한다고11) 하였다. 이를 한의학과 서양의학에 적용하면 명백해진다. 천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여전히 이를 통합하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연구하듯이, 인체에 관한 이해방식이 달라도 두 의학을 통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음양론을 원자론과, 한의학의 肝과 서양의학의 liver를, 반하의 辛味작용을 辛味물질의 약리학적 효능으로만 치환시킬 수도 없고 억지로 해서도 안 된다.
사실 이것은 과학이 누적적으로 발전하다가 모순의 중첩과 전환기를 거쳐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과정이고, 앎의 범위가 넓어지면 기존 과학을 통합하는 해법체계가 대두하면서 ‘공약’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쿤은 1982년에 공약불가능성 개념의 오류 비판에 대해 비교 가능성과 의사소통 가능성12)을 제시한다. 이를 적용하면 인체의 생리현상을 설명하는 용어가 다르더라도 비교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약불가능하다고 지적되는 차이가 있지만 해석학적 비교와 담화, 의사소통을 거쳐 관찰 범위를 확장하거나 좁히다 보면 현상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두 의학의 이해 체계와 생명현상이 전개되는 역학장이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비교하며 두 의학의 통합적 이해 방법론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방법적 회의주의 유형의 반론이 있는데, 이충열은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천인상응론이나 음양오행론을 철학의 영역으로 미루고 은유체계로 이해하되, 음양생리·병리나 장상론과 정신기혈론 등은 한의학기초이론 영역으로 규정하며 은유와 象사유를 특징으로 한다고 주장한다.13) 그래서 한의학의 과학화가 아니라 현대화를 주장한다.14) 전체 문맥을 보면 현대의학 중심의 廢醫存藥 위험성을 막고 한의학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는데, 문제는 기존 한의학의 학습·연구방식과 본질적으로 동일하여 변화를 산출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시스템생리학이나 네트워크약리학 사례를 제시하지만, 이는 한의학과 유사한 방법론이기는 하나 선행지식에 의존하는 방법이라 개별 지식 형성을 위한 실험방법론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통합의학적 체계 구성의 대안이 될 수 없다.
(1) 두 의학 체계의 구성요소
<표준국어대사전>15)에서는 ‘의학’에 관해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조사하여 인체의 보건, 질병이나 상해의 치료 및 예방에 관한 방법과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한다. 지제근의 <알기 쉬운 의학용어 풀이집>16)에서는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하고 건강법을 모색하는 학문으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경험의료로서 존재해 왔으며, 일반과학이 진보함에 따라서 독자성을 지닌 과학으로 발전하여 인체에 관한 연구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된다. 역사적으로 병을 고치는 기술적 측면인 의료가 먼저 발달하고 나서 기초의학과 예방의학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한의학’에 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전통 의학.≒동의, 동의학”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에는 본질적인 정의가 없으므로 지규용의 정의를 참고하면, “환경과 사회 속에서의 인간의 삶과 심신의 구조와 기능 및 그들의 상관․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이나 손상의 상태와 원인、경과、예후를 진단、치료、예방하기 위한 이론과 방법 및 그 적용기술에 관한 학문이다.”17)
이렇게 보면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인체의 구조와 기능·질병·건강을 연구하고, 경험적 학문이며, 역사성을 지닌다는 보편적이고 일차적인 의미에서 완전히 동일하다. 여기서 구조, 기능, 질병, 건강, 예방, 치료 등이 의학의 핵심 구성요소인데, 구체적 진단과 치료법의 차이를 만드는 개념인 ‘질병’과 ‘건강’, ‘삶’, ‘마음’을 제외하고 구조와 기능이라는 인체의 일반 특성에 주안을 둘 것이다.
(2)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인식
(가) 한의학과 의학의 구조와 기능 분류 개요
먼저 국내의 한의과대학에서 학습하는 해부학교재의 차례를 보면 세포와 조직, 계통별 기관을 다루는데 이는 육안으로 관찰되는 실물(material)로서 biological corpus를 지칭한다. 생리학 교재를 보면18) 신체 기능을 크게 항상성과 피드백 통제로 요약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해부학적 구조를 따라 조직과 기관 및 기관계통을 기술하고 나서, 신체 구성물질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핵산을 다루고,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효소, 에너지, 물질대사, 세포 내외 상호작용 등을 기술한다. 이로부터 서양의학은 구조와 기능 및 물질을 분리해서 다루며 기능은 구조를 중심으로 설명됨을 알 수 있다. 이런 서술방법은 직관적이어서 파악하기 쉬운데, 현대생물학이나 의학에서 선택하는 표준적인 연구방법론이며 현대의학의 이해체계를 대표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학습하는 인체의 구조와 기능은 이론적으로 形氣(一體)論에 근거한다. <內經>의 여러 편에서 形은 象(모양)과 器(입체 구조물)를 의미하는데, 모양(form)은 삼각형이나 사각형, 원형 등으로서 움직임(態)의 定向 특성으로 작용하고, 입체 구조물(corpus)은 生化의 집으로서 크기, 길이·높이·내외·재질·후박·청탁·연견 등으로 설명된다. 形이 움직이고 기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동력원인 氣를 일정량 받아서 內守해야 하는데, 이 둘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에 따라 形氣의 相應 혹은 不相應이라 하고 이에 근거하여 夭壽를 예측하며, 器는 生長化收藏이라는 생명현상과 升降出入이라는 생리기능이 일어나는 구조물이면서 기능의 개괄적인 특성 즉 기의 운동형식을 규정한다.19) 여기서의 氣는 形器를 채우는 정신기혈진액 등 유무형의 물질과 에너지를 모두 지칭한다.
구조와 기능의 체계 분류에 관해서는 <동의보감>에 따른 인식이 대표적이며, <동의수세보원>의 장부론은 이와 다르긴 하지만 크게 보면 이와 유사한 방법론이므로 <동의보감>을 기준으로 한다. 차례를 보면 身形, 精, 氣, 神, 血, 夢, 聲音, 言語, 津液, 痰飲, 五臟六腑, 肝臟, 心臟, 脾臟, 肺臟, 腎臟, 膽腑, 胃腑, 小腸腑, 大腸腑, 膀胱腑, 三焦腑, 胞, 蟲, 小便, 大便, 頭, 面, 眼, 耳, 鼻, 口舌, 齒牙, 咽喉, 頸項, 背, 胸, 乳, 腹, 臍, 腰, 脇, 皮, 肉, 脈, 筋, 骨, 手, 足, 毛髮, 前陰, 後陰으로 되어 있는데, 기·신·몽·성음·언어와 충·대소변을 포함하는 것을 보면 구조와 기능을 통합하여 몸 안팎에 있는 물질, 형태, 기관뿐만 아니라 무형적인 현상(神, 夢)이라도 관찰·지각되는 생명 요소는 모두 묘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간단히 서술한 두 분류 방법과 한·양의학적 내용을 비교하면, 구조와 물질 등의 실물과 그 기능에 주목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미시적 관찰 수준과 그 분석에 의한 세부적 기술 용어(identification)와 부위·기관·물질의 특성과 존재 양상을 인식하는 방법론 즉 현상론과 인과론에 따라서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차이의 내용은 각 교재를 따르되 공통되는 구조와 기능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Table 1).
실행을 위한 교재와 교육은 이러한 분류 표제어 아래에 세분하여 실시할 수 있고, 실제 강의와 학습과정에서도 구체적 실물 대상의 구조와 기능이므로 통합에 별 어려움이 없다. 다만 *표시가 있는 ‘개념 확장’은 물질적 대응물은 있지만 기능과 작용에 관한 인식은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의미의 확장 혹은 변용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표시의 ‘매개 설명’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氣는 직접 대응하는 표제어가 없으며 神은 대응 개념이 일치하지 않고 광범하여 더욱 상세한 인식론적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삼초나 심포와 같은 전통적 쟁점에 관해서도 종합적 평가를 거쳐 실험·임상에 유의한 방식으로 생리기능이 정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명 작업은 각각 논리적 근거를 요구하고, 아직 선행 연구는 부족하므로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호하지 않으며 개념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분명해진다.
(나) 통합이론과 설명 방법론
비록 목표는 다르지만, 통합은 한의학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예컨대 전문 분과가 과도하여 지식이 분절화되자 미국에서는 1950년대 말부터 통합교육이 시작되고 서울의대에서는 1970년부터 도입하여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되었다.20) 분자생물학 지식에 의한 임상의 문제점이 쌓이면서 근거 통합연구가 나왔고, 생물정보학 발전으로 시스템·네트워크 생리학과 약리학 등이 발전하자 분자 단위로부터 상위 장기와 전신 생체 수준에서의 상호작용과 경로들로 통합하여 질병연구에 적용하고 있다.21) 이는 현대의학에서의 통합적 이해가 기관과 물질에 대한 미시적 수준의 분절 지식에서 거시적 수준의 상호관계 연구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한의학에서는 성립 초기부터 거시 수준에서 개별 신체의 내외와 전신적 기관 간의 상호관계에 주목하고 생리와 발병 원리를 구축하여 전승되었다. 이러한 전체론적 원리(holistic and individual approach)의 임상적 유의성은 이천년을 격하여 현대의 한의학으로 이어졌으며 생의학이 이제야 시스템·네트워크에 주목하기 시작한 사실과 대비된다. 그렇지만 아이디어가 같다 해도 설명방법은 현재의 지식론에 부합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22) 분자적 미시지식이 부족한 반면, 현대생의학의 인식론적 한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23) 이것이 두 의학 체계를 통섭해야 할 필요성이며 「허준선서」의 학문발전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구조와 기능의 구체적 대응 및 설명에 있지 않고 오히려 부차적이며, 때로는 충분히 수용할 만큼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핵심은 <內經>과 <傷寒雜病論>, <神農本草經>의 醫三墳書 혹은 <難經>을 포함한 四大經典에 기초하여 한의학의 고유한 개념인 태극, 음양, 삼재, 사상, 오행, 삼음삼양의 여섯 가지 원리를 통섭하는 작업이다. 이 개념들이야말로 한의학 이론과 임상 및 진단과 치료의 독창성과 효과성을 나타내는 整體的 사고의 원천이고 생의학의 실체론적 구조와 기능 인식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이 여섯 개념어에 공통되는 인식론적 토대는 天人相應論 또는 천인상관사유이다. 이들은 모두 하나의 실물이 아니어서 특정한 구조나 기능으로 한정할 수 없고, 일정한 사유체계에 부수된 추상명사여서 사상과 문화와 배경이 다른 학문체계의 특정 개념과 단순하게 대응시킬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개념들의 통합은 라히리의 ‘번역’ 용법처럼24) 상상과 창조를 수반하며 새로운 모습을 띠게 하는 변신이 요구된다. 그만큼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통합이 어려운 원인이기도 하지만 의미 있는 통합을 위해서는 필수과정이다.
다만 太極은 위에 언급한 4대 경전에 등장하지 않는데, 무슨 근거로 여기에 제시하는가에 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太極은 《周易 繫辭》에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八卦定吉凶 吉凶生大業”이라 한 문장에 등장한다. 팔괘는 相盪하여 현상만물을 생성하는 중간단계이고, 태극은 천지만물과 생명을 생성하는 근원이며 우주의 본체라는 의미를 갖는다.25) 이런 의미로 <素問 陰陽應象大論>에서는 “陰陽者 天地之道也 萬物之綱紀 變化之父母 生殺之本始 神明之府也”라 하여 음양을 사용하였는데, 여기서의 음양은 음과 양이라는 두 명사가 아니고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하면서 변통하는 원리’라는 “一陰一陽之謂道”(<周易 繫辭>)로서 태극과 같은 의미이다. <內經>의 용어로는 “太一”(<靈樞 九宮八風·歲露>)이나 “天元”(<素問 天元紀大論>) 등이 가장 가깝다. 전국 시기의 《呂氏春秋 大樂》에서 “太一出兩儀 兩儀出陰陽”이라 하고 《禮記 禮運》에서 “是故 夫禮必本於大一 分而爲天地 轉而爲陰陽 變而爲四時”라 함이 그 예증이다. 요컨대 태극은 정신과 육체가 통합된 일원적 생명 자체를 개념화하여 지칭하는 용어이며, 생명 개체 수준에서도 사용하고 기관 단위에서도 未分·未發·不動 상태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3) 한의학 교과목에서의 통합설명 방법
근대 이후 서양의 자연과학에서 원자모델26)과 세포모델을 사용하여 빠른 진보를 이룬 것과 같이, 실험이나 이론연구 과정에서는 의미관계와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모델을 사용한다.27) 한의학 교육현장에서 술어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표준 이미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다 보니 수용자의 상상력에 의해 각자 나름대로 개념화하는 데서 기인한다. 더구나 이질적인 학문 체계에다 개념까지 통섭하고자 하면 먼저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설명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상에서 볼드체로 쓴 일곱 가지 용어 모두 해야 하지만 분량상 음양에 관해서만 제시한다.
(가) 음양의 기본 개념
태극은 만물이 생으로 향할 때 필연적으로 최초의 움직임이 있게 된다. 이처럼 생명체가 不動 상태로부터 밖에서 가해지는 자극과 안에서 무르익는 계기가 만나 서로 감응하면서 有形의 변화와 운동이 일어날 때 상반되는 특성으로 관찰되는 두 상(相, phase)이 음양이다. 두 相이란 다양한 시공간의 장(중력장, 전자기장, 고체·유체역학장, 양자장, 텐서장1) 등)에서 한 개체(一物, 태극)의 양면적 특성이 서로 대립·의존·전화하거나 이물(二物)이 상반·상보하며 한 몸처럼 움직이는(통일) 관계일 때 위상과 모멘트의 양극적(bipolar) 특성과 상호작용의 거동을 벡터와 스칼라양(量)으로 관찰할 수 있다.3)
예컨대 적용하려는 사건이나 상황(발병)이 시간적 순환에서 반복될 때는 하나의 주기(週期) 안에서 승강·소장·굴신하는 마루-골 대립 관계(일주기 리듬에 의한 주야의 음양), 공간·물질적으로 성장·운행·분화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공유하는 물질-에너지의 상하·동정·강유 관계(물체、생명체、남녀노소의 음양) 등을 들 수 있다. 편의상 두 부류로 나누었지만 실제로는 《周易》과 《醫學入門》의 관점으로 보면 天地人 또는 天地人物의 구조를 함의한다. 그러므로 음양은 언제나 이러한 동시적 분화 속의 위상이나 속성 및 운동 등에서 관찰되며 비교 대상인 구체적 사물A와 사물B, 한 사물의 기능a와 기능b, 사물의 존재 상태α와 상태β 사이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모두에는 작용이나 힘인 氣가 내재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상의 상반되는 속성으로의 분기와 모순관계의 통일이 본래 연속적이고 동시적인 종횡·복합과정이라는 점이며, 이를 일상 언어에서 상반되는 개념에까지 확장하여 적용한 것이 《노자 2장》의 주제이다.3)
생명체는 이처럼 물질과 시공간의 계기들이 중첩·누적되면서 성장·변화하며, 중첩과 누적의 빈도가 커질수록 존재는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특성을 띠며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물질은 미시적인 아원자 수준부터 천체의 거대시스템까지, 시간도 나노초부터 연월일시와 지질학적 단위까지, 공간도 미시적 세포 환경부터 지구의 방위 요인까지 음양을 적용할 수 있고, 중첩하며 누적되는 각 계기는 곧 태극의 분기점이자 생명활동의 변수(變數)가 된다. 즉 생명이라는 복잡계는 그 계기마다 본래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만 개체가 吉하고 건강하며 사회(nexus)에서 조화할 수 있고, 실조되면 흉하며 발병하여 소외된다.
이제 음양 개념을 구체적 현상에 적용하면, 시간의 주야조석과 춘하추동, 공간의 동서남북과 상하좌우 내외전후, 몸체의 형기·기혈·동정·승강·굴신·왕래·명암·경중·복배·표리 등과 같은 두 가지 특성과 양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반드시 共存하며 相反하는 관계이고, 궤도열차의 순환마디같이 오르내림의 주기를 반복하면서 생화극변하는 종시(終始)의 관계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시간과 공간 및 물체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 태양의 영향을 받아 구체적인 특성이 결정되고 물체는 특정 시공간에 존재하므로 구체적 사물(一物)에서 동시에 하나로 관찰된다. 이를 바탕으로 음양론을 정의하면 ‘만물의 존재와 생명현상을 음과 양의 모순·대립·호근 관계를 통한 상호 생성·승강·소장·전화·통일의 반복과정으로 해석하는 이론’이고, 음과 양은 특정한 상황에서 사물 혹은 사물 간의 상반되는 양면성을 대표하는 위상·운동·특성들이며, ‘음양’은 사물이나 사건이 음과 양으로 대립하고 통일하면서 지속하는 모든 변화와 운동이다.
그러므로 음양은 모든 계기와 상황에서 적용되며, 이어서 특히 四時와 四方에 내장된 태양열에너지와 생명체 활동의 네 가지 서로 다른 특성에 의해 형기(形氣)의 성쇠와 다소로 표현된 모습이 사상(四象)이다.
(나) 음양의 설명모델
음양을 표현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설명모델은
과 ⚋ ⚊이다.
은 動靜과 消長 및 그 反復性과 互根性을 표현하고 ⚊ ⚋은 剛柔·虛實과 與受·動靜 및 數理의 陰陽을 표현한다. 여기서는 이 둘을 통합하고 현대과학에서 사용되는 이론을 빌려 음양론 설명모델을 새로 추가하고자 한다.
첫째, 《태극도설》과 복층 천칭 음양모델
태극도 전체 중의 <음양> 부분도로서 주돈이의 해설에 주자가 주석을 달았으며 참고로 각주에 해석을 붙였다.4) 음양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므로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 《태극도설》 음양 모델은 음과 양이 서로의 존립 근거(互根)임을 보인다. 세 층으로 보이는 흑백의 弧가 상대하며 맞댄 모양은 가운데 본체가 자라서 상대편의 음양으로 현상화하는 과정의 표현이다. 이는 根葉 구조와 같아서 음양이 성장·발전하고 수렴·퇴축하여 반대편에 있는 양과 음으로 바뀌는 전화(轉化)와 변역(變易)의 의미 및 관련 현상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원래는 양동음정(動靜)의 상을 표현한 것인데 그림에서 직관적이진 않지만, 중층적 대립·호근·화생·전화 등의 음양속성 설명에 적합하다.
우측의 복층 천칭 모델은 평면성을 보완하여 중층적 입체모형을 표현한 것이다. 천칭 혹은 시소가 중복되며 一物(개체, 시스템) 안에 음과 양을 내포하여 균형과 대응을 이룬다. 각 음과 양은 국부 태극으로서 다시 음양으로 나뉘고, 계속 십·백·천·만의 수로 대칭·병립하면서 복합적으로 의존·호근하는 현상(heterosatasis)과 음양의 다소에 따라 중심점이 유동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동태적 대칭·평형(allostasis) 설명모델이다. 이러한 인체의 복층구조가 곧 整體이며, 체질적 음양 편차를 가진 생리 병리 상태를 표현할 수도 있다.
둘째, 內外 음양모델
한 사물 안에서 음과 양의 본질적인 역할과 위치는 안과 밖으로 규정된다. 대표적으로 <음양응상대론>의 “음은 안에 있고 양은 밖에 있다”5)는 문장과 <생기통천론>의 “음은 정을 안에 간직하여 빠르게 여기하고 양은 밖을 지켜서 인체가 고밀하게 만든다”6)고 한 문장은 내외가 음양의 기능을 만드는 원칙과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또 <수요강유>의 “안에 있는 것 중에 오장은 음이 되고 육부는 양이 되며 밖에 있는 것 중에도 근골은 음이 되고 피부는 양이 된다”7)는 문장으로부터 구조를 해석할 때 내외를 기준으로 음양을 정한 다음 다시 내외를 세분하여 음양이 결정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대물리학의 원자모델을 보면 양성자가 안에 있고 전자가 밖에 있어 음양의 위치가 반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한의학의 밖이 양(外陽)이고 안이 음(內陰)이 된다는 이론과 개념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 왜냐하면 존재가 밖으로 향하여 움직이려면 양이 밖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動하는 것은 양이고”(<陰陽別論>) 밖에 있는 衛氣는 빠르게 움직이며(衛者水穀之悍氣也 其氣慓疾滑利<痺論>) “(안에 있는) 간기가 쇠하면 근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上古天眞論>)
이제 원자모델에서 원자가 다른 원자와 반응하는 동적인 작용이 일어날 때 주요한 반응처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ⅰ)전자의 수에 따라 원자의 화학적 성질 즉 안정성과 반응성이 결정되는데 ⅱ)주기율표의 족에 따라 일정한 특성을 나타내고, ⅲ)전자가 이동하여 양이온 혹은 음이온이 되고 산화와 환원이 일어나며, ⅳ)불안정한 전자를 공유하여 안정한 분자가 되고 ⅴ)이온결합, 공유결합, 금속결합, 산화-환원 반응 등 실제 원자의 결합반응은 전자가 주도하며 ⅵ) 전기에너지 또는 전류의 발생 및 미토콘드리아에서의 ATP 생성도 전자의 이동에서 비롯되고 ⅶ)세포막 통과 전위를 형성하여 세포 성장과 생존을 일으키는 신호전달 등이 모두 전자의 기능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소의 최외각전자가 쌍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정해지면(失調) 활성산소가 되어 염증 손상(산화성)의 주원인이 되는 점에서 사화(邪火)의 작용과 유사한데, 대개 미토콘드리아에서 주로 나타난다. 실제로 보음약은 산화성 손상을 개선하는 효능28)이 다른 약보다 6배 강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생화학·생리·병리적 사실들로부터 ‘전자’는 한의학에서의 ‘양’에 대응한다고 판단된다. 반면에 양성자는 무게가 전자의 1,836배로 무겁고 안정적이며 그 개수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인 원소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의 陰이 靜하고 重하며 形質을 구성하는 것과 흡사하게 대응한다.
따라서 음양모델은 원자모델을 동일한 맥락으로 원용하되, 다만 원자핵(양성자)은 음의 작용, 전자는 양의 작용으로 해석한다. 양성자와 전자는 기본 전하 +e와 −e를 각각 갖는 입자로서 전하량을 측정하여 전기적 상호작용과 입자 간 힘의 성질 및 크기를 결정할 수 있는데, 내외 음양모델은 영위, 동정,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 관련 기능 설명, 특히 세포생물학의 여러 막구조물을 한의학적으로 해석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지구의 회전운동 음양모델
천지운동 음양모델은 설명모델로서보다는 음·양기의 생성 근원을 표현하는 모식도이며, 두 가지 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하나는 <음양이합론>에 “양은 생명에 바름(正氣의 작용)을 授與하고 음은 생명을 위하여 主持(養成)한다”8) 하였는데, 인체의 생리기능에서 운행과 化生을 추동하는 것은 양기의 ‘與’이고 이를 성형하여 유지하는 것은 음기의 ‘受’이다. 그림에서 하늘의 태양이 볕을 주고 땅은 이를 받아 지녀서 생물을 기른다는 類比이면서 과학적 사실이다. 남자는 藏精하여 施泄하고 여자는 繫胞하여 受精하는 현상 역시 같은 유비이다. 또 하나는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궤도를 공전하는 운동에서, 지구의 축을 따라 상하좌우의 양극성이 형성되고 상반대립하면서 공존상응하는 특성과 자전·공전에 의해 한열·승강의 반복·순환성이 형성된다. 이를 통해 극즉반하고 한극생열·열극생한하는 생병리적 현상과 시간주기에 따른 陰陽氣의 交易과 待對 및 升降浮沈·屈伸往來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음양기의 생성 근원은 《소문 생기통천론》9)에 잘 표현되어 있는데, 지구의 생명체에 빛에너지를 제공하는 원동력으로서 여기서 주야와 춘하추동이 생기고 물질 합성과 에너지대사가 일어남을 유비한다. 물리학적으로는 천지 사이의 만유인력과 중력에 따라 형체와 에너지(形氣) 사이에 작용하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S > 0)10)을 도출할 수 있으며, 여기서 升降과 順逆의 기초 원리가 설명된다. 또한 만물(氣)이 四時와 四方에 따라서 기후가 변화하고 오매·기복(寤寐起伏)하며 운동하는 주기적 규칙성(cyclical up & down harmony)이 자연과 인간의 음평양비(homeostasis & allostasis)의 원리 혹은 음양실조(ataxia)의 병리를 초래하는 설명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
태양에 의해 형성되는 빛과 그림자의 유비는 모든 개론서에서 음양(陰陽)의 원의라고 밝히는 데서 보듯 물리적으로도 설명되지만, 칼 융의 분석심리학 이론 중에서도 ‘그림자(shadow)’ 개념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면에서 칠정병과 기울병리를 설명하는 과정에 역시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겠다. 이상의 세 모델은 각각 주요한 사용목표가 있으며 셋째 모델이 가장 종합적이지만 단순하지 않고, 첫째와 둘째는 비교적 단순하여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다) 음양의 현대과학적 목록
음양론이 과학과 한의학, 고금을 막론하고 필연적으로 유의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가 있다. 뉴튼의 1, 2, 3 운동법칙에서 물질과 운동 및 힘 사이의 상관관계, 전자기와 원자 등의 장과 물질구조가 나타내는 극성 대칭과 상반·대립·모순 및 호근호용 관계, 생명체 세포막의 유동성과 안정성 혹은 산소의 산화과정에서 에너지 생성과 조직 손상이 균형·조화 여부에 따라 동시에 나타나는 근원적 모순·통일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설명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예시하고자 한다.
한의학의 학제간 연구나 통합적 한의학교육과 통합임상을 할 때 음양론의 적용 범위와 관련되는 작용기전 및 의의 등을 과학적으로 추론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기서 Table 2에 제시한 대응 목록들은 ‘음 혹은 양과 동일하다’는 고정적인 명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입증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자세한 설명도 의미가 없다. 음양론이라는 대립·호근·모순·상보의 개념·원리를 실제 적용하고 구체적으로 실험·분석하려면 대상에 따라 다양한 측정 지표와 수단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러한 실험용 예시들일 뿐이다. 우주적 원리로서 추상화한 개념은 상황에 종속되는 개별적인 물질이나 실물 현상과 범주가 상이하여 논리적으로 등치시킬 수 없다. 이제 생리기전에서 막전위로 든 음양 가설을 구체적 실험으로 설계하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활동전위는 신경세포 하나의 동작 과정인데, 이온의 세포내외 이동과 생리적 의미가 같지만, 실제 측정에서는 수치를 다루므로 전위차를 가지고 예시한다. 신경막전위차(mV)-70(-)/-50↑(+)이란 뉴런의 안정막전위는 약 –70mV이고 활동 개시 전위를 –50mV라 할 때 이를 각각 음과 양으로 본다는 뜻이다. 심근세포나 골격근 세포의 안정막전위는 –90mV이므로 조직의 종류와 기능에 따라 고유값은 다를 수 있다. 또 탈분극은 온도와 압력 조건에도 정비례하므로 이런 설정이 타당할 것으로 예측한다. 요점은 정지상태를 음, 역치값 이상의 활동상태를 양으로 보는데, 다만 사지의 골격근과 소장의 평활근은 조직의 생리적 특성과 기능이 다르므로 각각의 어떤 상태가 인체에 안정이나 활동을 일으키는지를 고려하여 음양을 정한다. 실제 실험을 하려면 한의학적 음양 개념의 막전위 지표 정의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상의 한의학적 음양 원리를 도출하기 위한 기준도 있어야 하는데, 음양의 작용에 관한 포괄적 원리에 따른다. 대표적인 문장은 “陰陽者 天地之道也, 萬物之綱紀, 變化之父母, 生殺之本始, 神明之府也”<素問 陰陽應象大論>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구체적인 의미를 상상하고 생병리 기능에 적용하기가 어려운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실험에서 만나는 상황들을 판정하기 위한 음양개념의 범주를 개괄적으로 제시한다. 다만 여기서도 위와 마찬가지로 최종적인 음양 판정은 개체에 대한 증후 발현 양상에 따른다.
현대의학이론을 통합하여 한의학의 개념어를 대응시키는 시도29)도 있긴 하지만 이론과 문맥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두 의학이론의 내용 자체도 복잡하거니와 관찰방법과 설명체계 및 서술범주 등이 달라서 내용별로 대응하는 관계를 정확하게 매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생명과학 교과에서 통합설명의 목적은 구체적 이론 간의 직접적 대응보다는 한의학의 핵심 원리와 관찰 방법을 현대의학의 기초 이론과 현상에 적용하여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표변화의 임상적 의미를 한의진단과 통합하여 해석방법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질환을 치료할 때 두 의학의 이론을 결합하여 검사결과를 해석·교차검증(cross-check) 함으로써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다. 그러려면 두 이론체계의 비교되는 부분이 원리적으로 상통해야 하고, 이론을 구성하는 개념 사이에 논리적 모순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초보적 상호해석 과정을 거친 임상결과가 쌓이고 이론과 개념이 정밀해진다면 장차 공약할 수(commensurable) 있는 수준에까지 진전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크게 설명원리 중심으로 의생명과학과목의 주제를 대별하여 통합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의학을 구성하는 주제별 개념어를 체계적으로 분명하게 분류·정의하고, 이에 대해 태극, 음양, 삼재, 사상, 오행, 삼음삼양 육기 등의 한의학적 원리와 해석방법을 결합하여 생리와 병리기전 및 치료 원칙 등을 재해석할 수 있다. 물질과 에너지는 정혈진액과 기 등을 의미한다.
고 찰
해방 후 한의사제도가 설치되고 한의대가 설립된 후 한의학은 내외부적으로 과학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왔고30) 최근에는 WHO나 한의사협회도 통합의학을 추구하겠다는 주장이 있었다.31) 이러한 주장과 표어들은 각기 나름의 시대적 필요성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한 당위성이 있지만, 추진 주체나 연구자에 따라서 구체적인 목적과 이유 및 방법론이 다를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합의된 방안과 실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근대과학기술과 산업자본주의가 양성한 서구 문명의 자기중심 팽창 성향은 식민지 확보와 1,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면서 20세기의 불행한 역사를 만들었고, 당시 그러한 문명적 위기를 보면서 이를 성찰하고 극복하려 했던 호르크하이머나 아도르노, 키에르케고르와 니체,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은 인간의 실제 삶에 집중했다.32) 초열대야가 지속되는 현재 지구환경의 생태학적 위기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근대성에 내재된 마음과 몸, 인간과 자연을 이원화하고 국가와 기업의 이기적 독점과 난개발에 따른 교류·공감·공동체 사고의 소멸에 기인한다. 근대의학의 에피스테메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이에 반해 한의학의 천인상응 사유는 자연과 인간이 구조적으로 상응하며 같은 뿌리로서 자연은 인간이 生長하고 歸藏하는 바탕이라는 일원론적 인식에 기초한다. 작금의 문명과 생태 위기를 치유하려면 이러한 인식이 인간의 문화와 관습에 배어들고 공동체의 규범으로서 공유돼야 한다. 이는 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소극적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명에 요구되는 세계관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은 비과학과 제도적 소외의 덫에 걸려 현실적인 기여는 못 하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의학은 의학적 가치에 더하여 문명 위기를 극복하는 사유체계와 그 이상의 실천방법을 제공하는 리소스이다.’ 그리고 ‘의생명과학 체계와의 차이는 과학과 비과학 여부가 아니라 관찰 범위와 대상 인식의 차이에 있다’. 따라서 ‘두 의학의 대상 인식의 범위와 방법을 조정하여 통합적 의학체계를 구성하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개념화하였다. 즉 한의의 관찰 범위는 인간과 자연 및 사회환경이고 대상 인식은 삶에서 심신으로 느끼는 불편 상태라면, 서의의 관찰 범위는 인체의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고 대상 인식은 질병이다. 이러한 차이는 필연적으로 질환을 관계론적 변화 추세를 중시하는 의학과 실체론적 변질 상태를 중시하는 의학의 차이를 만든다. 따라서 두 의학의 공통점과 차이에 근거하여 관찰범위를 조정하고 동기화할 방법이 명백해지므로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명과 사회환경, 지식 형성의 방법론이 달라진 현재 통합의학의 체계와 연구 방법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먼저 두 의학에 공통되는 구조와 기능에 주목하였다. 현대의학의 구조와 기능이론은 한의학의 形氣論과 대응하며 形의 분류 즉 구조 계통은 <동의보감>의 신형편을 해부생리학적 체계와 비교·통합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와 기능의 구체적 대응과 설명은 충분히 수용할 만큼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통합의 목표는 한의학의 고유 개념인 태극, 음양, 삼재, 사상, 오행, 삼음삼양의 여섯 가지 핵심원리를 통섭하는 데 있다. 이들은 한의학 이론과 임상 및 진단과 치료의 독창성과 효과성을 나타내는 통합적 사고의 원천이고, 환경과 문명 및 인간의 삶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찰하는 천인상응론은 생의학과 분석과학의 문제를 보완하는 세계관으로서 통합적 사유의 핵심이 된다.
한의학과 의과학의 통합적 설명체계는 일차적으로 학습, 실험, 연구, 임상 과정에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설계를 촉진할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이들 핵심원리의 의미관계와 개념을 설명하는 모델을 제시하였다. 하나의 사례로서 음양과 음양론의 의미와 개념을 태극도설음양모델과 복층천칭 음양모델, 내외음양 모델, 지구본 회전운동 음양모델 등의 그림으로 구체화하여 공통의 표준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 그림에 근거하여 비판과 수정안이 제시될 수 있다. 다음은 이처럼 통합적 연구설계를 수립하였더라도 실제 수행하려면 측정과 관찰 지표를 결정해야 하는데, 음양론을 적용하여 해석하는 사례로써 음양의 지표목록을 제시하고, 음양의 개념과 증후유형 범주를 결합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임상 상황별 측정 가능한 목록을 다양하게 예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의생명과학에서의 통합의학적 구성방법 역시 한의학과 공통되는 주제로 목록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즉 구조와 기능, 물질과 에너지, 질병, 치료, 정신 등을 분류하고 여기에 한의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현대의학 지식체계와의 결합·구축 방법을 재구성할 수 있다. 향후 각 주제별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하나의 사례로서 지33)의 염증에 관한 연구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통합의학의 학문체계 구성 방법론에 관하여 최초로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었다. 먼저 통합방법론 연구의 부재와 어려움의 이유를 탐색하고 비판적 검토를 수행하여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 과정임을 먼저 밝혔다. 그러나 통합방법론의 개요와 함께 구체적 사례가 필요한 만큼 음양론에 한정하여도 분량이 과다하여 근거를 일일이 제시하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의미를 모호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방법론은 본래 전문가 다수의 참여로 구성되는 것이므로 불가피한 한계이며, 차후 연구에서 다루고자 한다. 다음은 의생명과학과목 중심의 통합방법에 관해 제목만으로 그쳤는데, 이 역시 분량 문제로 통합방법은 한의학 교과와 동시에 함께 진행하여야 한다는 요지와 개요만을 제시하였다. 향후 구조와 기능 등의 각 항목에 해당하는 주요 개념어와 한의학적 원리가 통합하여 상술돼야 한다.
결 론
현대 의료시장의 과학주의적 환경변화 속에서 한의학의 학술적 발전을 위한 토대로서 현대의과학 체계와의 통합방법론을 연구하였다. 한의학은 역사상 새로운 이론이나 약물과 치료수단 등이 들어오면, 탐색과정을 거쳐 기존 이론의 범위를 확장하거나 수정하며 차이를 조정하고 회통하여 체계 안에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마찬가지로 현대의학과 조우한 근 100년의 갈등 상황도 역시 통합을 거쳐 발전할 것이다.
한의학과 현대의과학의 통합적 이해 방법론의 기본 원칙은 공약불가능 문제라기보다 관찰 범위와 대상 인식을 조정하며 비교와 통섭적 해석을 거쳐 현상의 공통기반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다. 두 의학 체계의 공통 구성요소로서 구조와 기능을 비교하되 구조는 다시 물질, 내장기관, 결합조직, 감각기관, 소통조절계 등으로 분류하여 한·양의학의 구조 플랫폼을 공유하고, 氣와 營, 衛, 神처럼 직접 대응하는 표제어가 없거나 개념이 다르면 상호 해석을 위한 개념적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다. 한의학의 고유개념으로서 통합의 일곱 가지 핵심이론은 태극, 음양, 삼재, 사상, 오행, 삼음삼양과 천인상응론이며 각기 설명모델을 통하여 현대 사유·논리와의 통섭을 촉진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상황에 맞는 음양론의 개념과 용도에 따라 복층천칭모델·내외음양모델·지구본음양모델 등을 적절히 선택하면 한의학이론의 교육과 임상 현장에서 설명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한·양의학 간의 이론적 통합에도 유의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Notes
此○之動而陽、静而隂也. 中○者其本體也.
者, 陽之動也, ○之用所以行也.
者, 隂之静也, ○之體所以立也. 右半陰靜圖中央之陽者, 左半陽動圖之根也. 左半陽動圖中央之陰者, 右半陰靜圖之根也(朱熹) 음양도 전체는 태극○이 動하여 양을 낳고 靜하여 음을 낳는 것이다. 가운데 ○는 그 본체이다. 좌반도는 양의 動함이니 태극○의 用이 운행하는 것이고, 우반도는 음의 靜함이니, 태극의 體가 세워진 것이다. 음정도 가운데 양은 陽動의 근본이고, 양동도 가운데의 음은 음정의 근본이다.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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