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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Physiology &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 Vol. 37 , No. 5

[ SPECIAL ISSUE ]
Journal of Physiology &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 Vol. 37, No. 5, pp. 121-128
Abbreviation: J Physiol & Pathol Korean Med
ISSN: 1738-7698 (Print) 2288-2529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5 Oct 2023
Received 12 Oct 2023 Revised 25 Oct 2023 Accepted 25 Oct 2023
DOI: https://doi.org/10.15188/kjopp.2023.10.37.5.121

염증이론의 한의임상 도입을 위한 인터페이스 설계와 실험연구의 논증 방법
지규용*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외감병학교실, 동의대학교 한의학교육실

Interface for Introduction of Inflammation Theory into Korean Medicine and Verification of Experimental Research
Gyoo-yong Chi*
Educational Office of Korean Medicine, Department of Korean Patho-infectology, College of Korean Medicine, Dongeui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 *Gyoo-yong Chi, Department of Pathology & Infectology, College of Korean Medicine, Dong-eui University, 47227, 52-57 Yangjeong-ro, Busanjin-gu, Busan, Republic of Korea ·E-mail : cgyu@deu.ac.kr ·Tel : +82-51-890-3323


Ⓒ 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The Physiological Society of Korean Medicine

Abstract

Due to recent changes in Korean medicine education and the medical environment, emphasis is being placed on integrated curricular understanding of western medical theory. Concerning to inflammation accounting for the majority of diseases, the corresponding concepts and specific details as an interface between the two were compared for a comprehensive basic and clinical understanding in Korean medicine, and then explored the logical procedures required for the verification method through experimental research. The up-to-date concept of acute inflammation is defined by a spectrum of biological responses and processes against external disturbances and the resulting state. The response is the initial phase of struggle between the vital energy and the pathogenic factor(SVP), the process is a specific pathogenesis, and the state can be corresponded to a specific type of symptom set. Also, the contents of inflammation as physiological homeostasis control only a quantitative difference can be regarded with the constitutional theory and differential diagnostics and therapeutic theory(DDT). Summing up the above, the viewpoint of the homeostasis maintenance mechanism and the logic of inflammation theory against SVP & DDT theory were same. So, variables and indicator molecules in the homeostatic and inflammatory control mechanisms for each cell or tissue can be used in the experimental and clinical research of Korean medicine. And then the general hypotheses of Korean medicine theory induced or abducted from research hypotheses of an experiment can be obtained.


Keywords: Inflammation in Korean Medicine, Methodology of Experimental Research in Korean Medicine, Struggle between the Vital energy and the Pathogenic Factor

서 론

한의과대학은 2023년 현재 3주기 평가가 시작되어 진료수행평가시험(CPX, clinical practice examination)과 객관구조화술기시험(OSCE, objected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등의 시험방법뿐만 아니라 2022 한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KAS2022, 이하 [기준])에 의거하여 통합교과목 개설 등이 필수기준으로 채택되면서 교육방법에 대한 혁신도 진행하고 있다.1)

이 중에서 CPX와 OSCE는 1주기인 2011년부터 모듈 개발이 시작되고 임상진료지침사업과 함께 지금까지 수업자료 연구가 축적되면서 임상실습에도 반영되어 이제 거의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통합교육과정은 2008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한의전)에서 한의학교육에 처음 도입되었음에도 지금까지 타 대학으로 확산되지 못하였으며, 3주기 기준에서 수평통합은 필수이고 수직통합은 아직 선택으로 되어 있다.2) 그만큼 통합교육의 방법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도 있겠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통합의 목표나 정의가 [기준]에 제시되었다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의학이 지금 사회·제도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임상의사로서의 도구 사용에 대한 제한이고, 학문적으로는 인과관계 혹은 예측력을 입증하는 시험 결과(data)의 미비라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이론이나 명제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측정 기준과 방법을 수립하고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논리적 방법론을 사용하여야 한다. 즉 한의학 이론의 본의를 유지하면서 현대과학의 측정방법과 기준을 도입할 수 있는 이론으로 재구성해야 하는데, 통합교육과정의 도입에는 이러한 한의학의 당면과제 해결도 목표의 하나로써 포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작업이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이제 이런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미시계의 현상과 지식이 거시복잡계의 이론과 점차 통합되면서 모순적 현상들에 대한 수용이 가능해진 것도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진화생물학3)과 후성유전학, 시스템생물학, 면역학4,5), 양자역학적 통일장 개념과 세계관의 보급6-8)은 생명현상의 음양적 대립과 합일을 포섭하는 한의학이론의 적용에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조성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이 여전히 이전의 선언적 진술(descriptive knowledge)에 의존하여 <내경>과 <상한론>을 인용하기만 한다면 상황은 그만큼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거의 모든 질환 혹은 교과목에서 다루고 있는 염증이라는 양방병리학의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한의학에서의 병리기전과 통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염증의 실험연구에 필요한 논리적 절차와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론

염증은 현대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병리과정이고 임상 각과에서 모두 다루기 때문에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질환별로 일일이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병리과정 전체의 의미와 맥락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염증의 포괄적 이해를 위해 대한병리학회 대구경북지부에서 펴낸 병리학교재 및 대표적인 의학저널에 수록된 3종의 염증리뷰논문9-11)을 중심으로 염증의 개념과 특성을 요약하고 한의대 학부 교재인 <한의병리학>의 각 장에서 대응하는 개념을 도출한 다음 연구방법론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3종의 논문 중에서 멧찌토프의 논문은 염증의 주류의학 최근 이론을 대표하는 것으로, 슬라비치의 논문은 염증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성염증 이론의 기준으로, 마이츨리시의 논문은 항상성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론으로 사용하였다.

대응개념을 도출하는 방법은 연역적인 방법과 귀납적인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염증의 생·병리학적 기전에 따라 대응하는 한의학적 개념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예컨대 체액(body fluid)의 분포는 세포 내외에 존재하고 세포도 장기와 조직에 따라 기능이 다르므로 위치에 따라 陰氣, 陰精, 陰血, 陽津, 陰液 등으로서 소모되거나 부족한 기전으로 작용하고, 과잉한 경우는 水氣, 濕, 水飮, 痰飮, 水分 등으로 작용하는데, 이것이 연역적인 방법이다. 또한 이러한 대응이 실제로 맞는 것인지는 임상에서 확인되어야 하므로 염증의 분류에 해당하는 실제 질환들에 대한 한의치료 사례검토를 통하여 병리와 치법 및 처방들의 대응 근거를 구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귀납적인 방법이다. 다만 본고의 목적은 대응방법과 범주를 개괄적·이론적으로 고찰하여 제시하는 것이므로 추론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든 내용에 대해 정확한 임상문헌을 기반으로 하지는 않았다.

현재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임상·기초에서의 시험·실험연구는 거의 대부분 생의학체계에서 유래한 입증논리와 평가기준을 따르고 있으므로 한의학의 진단방법과 치료효과 및 세부 이론을 논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생의학에서의 측정기준을 준용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절차에 따라 한의학 개념에 사용하는 이유와 연역·귀납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질적 체계의 회통을 위한 일종의 인터페이스에 해당한다. 다음에는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가설(명제)이 승인되었다면 이는 생의학적 기전의 일부를 보인 것이지 아직 입증하고자 했던 한의학이론(가설, 명제)의 내용을 직접 승인하는 것은 아니므로 고찰(discussion)을 통하여 한·양방의 생·병리학적 이론의 대응관계와 결과도출의 상관성을 논증함으로써 연구의 목표인 한의 이론(일반가설)을 승인하는 과정이 제시되어야 한다.12) 이렇게 함으로써 주류의학 중심의 제도권 안에서 실험·시험연구의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한의학이 과학적 지식체계임을 합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염증성 질환의 한의학적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방법을 설계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1. 의학에서 염증의 정의와 분류

병리학교재에서 설명하는 염증은 ‘세포상해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혈관조직의 복합적인 반응으로 유해물질을 파괴, 희석, 국소화하고 손상조직을 정상상태로 수복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개체 보호기능을 하지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13)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개념이고 현대 주류의학의 견해이다. 그런데 멧찌토프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염증은 맥락에 따라서 시스템 즉 인체의 반응, 과정, 상태의 관점에서 생각될 수 있으며, 이들 세 개념은 각각 염증의 서로 다른 측면인 감염이나 부상과 같은 교란에 대한 반응, 교란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다단계 방어 기전을 구동하는 과정, 인체를 보호하거나 발병으로 이끄는 시스템의 변경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1-1)

‘최근 생물학에서의 염증에 관한 지견은 거의 모든 인간의 질병에 관련되어 염증의 세포 및 분자 매개체들이 조직 리모델링, 물질대사, 열 발생 및 행동관련 신경계 기능 등 매우 광범한 생물학적 과정에 관련된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염증을 공식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렵고 기존의 정의는 자의적이다. 예컨대 생물학적 과정이 사이토카인과 골수구 또는 림프구를 포함하는 것이 염증 과정이라면 비염증성 과정과 다른 본질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멧찌토프는 염증을 스펙트럼, 즉 연속적인 범주의 개념으로 파악하여 한쪽 끝에는 감염이나 손상에 기인한 급성 염증이 있고, 다른 쪽 끝에는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관여하는 세포와 분자들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급성염증은 국소적 미세혈관구조의 변화로 초래되는 염증성 삼출물(체액, 단백질, 혈관 밖 세포들)이라는 익히 알려진 熱赤腫痛 증상들이고, 분자와 세포는 염증성 신호분자들인 cytokines, chemokines, eicosanoids, bioactive amines 등과 면역 관여 세포들인 macrophages, neutrophils, eosinophils, mast cells, lymphocytes 등인데 급성염증과 다양한 항상성 유지과정에 모두 관여한다. 염증신호와 세포들의 작동과정에는 기능적 연속성이 있어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과 특정 효과기(effector)에 대한 반응을 포함하는 질적 특성에서도 항상성 유지와 염증성 기전 사이의 차이는 반응의 크기라는 量的인 문제일 뿐이다. (1-2)

이런 논리에서 멧찌토프는 기존의 감염과 조직손상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급성 염증 개념은 그런 자극이 없어도 나타나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만, 노화,14) 암, 수면박탈15) 등인데 염증을 형성하는 공통분모는 系(system)의 정상적인 항상성 상태에서의 이탈(deviation)이다. 그런데 이처럼 생리와 병리가 연속적 생명 과정에서 변이 정도의 차이라는 설명방법은 그간 질병을 독립적인 실체로서의 진단 및 치료단위로 보는 설명방법과는 명백히 다르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염증을 병리현상으로 본 피르호(Rudolf Virchow)와 대식세포를 목적지로 나르기 위해 의도된 혈관성 변화로 본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의 120여 년 전 견해의 연장이고 그 이면에는 적응 특성의 진화론과도 관련되어 있을 만큼 유서가 깊다.16,17) 이렇게 메치니코프는 염증의 병리-면역관점에 반대하여 생리-항상성 개념으로 보고 항상성을 조화와 균형(harmony-disharmony balance)으로 표현하였으며, 항상성에서 염증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관점을 제시하였다.(1-3)

급성 염증의 시간적 경과도 통합변증논치에 중요한 정보이다. 감염이나 조직손상 등의 원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손상이 일어나면 먼저 히스타민 매개성 신경반사에 의한 혈관반응으로 혈류 증가와 충혈, 백혈구의 혈관내피 부착, 혈관 투과성 증가가 일어난다. 2단계는 혈장성분이 혈관 밖으로 새어나와 염증성 수종과 피브린을 형성하며 염증을 국소화한다. 3단계는 백혈구가 혈관벽에 모여 위족을 만들어 혈관 밖 장애부위로 모이며, 4단계에서 세포증식과 재생을 통해 조직을 수복하며 염증이 종료된다. (1-4)

염증의 분류는 형태학적 기준을 따르며, 증후 특성과 경과를 나타내기도 하므로 진단 및 치료에도 유용하여 여기서도 이를 따른다. 먼저 크게 일반적인 급성 염증 유형인 삼출성과 손상강도가 매우 큰 실질성 염증 및 그에 뒤이은 증식성 염증으로 나눈다. 삼출성 염증은 전형적인 혈관반응의 결과로서, 먼저 장액성(serous) 염증은 급성기에 수분함량이 많은 저단백성 漿液 삼출물이 간질에 축적되는 흉·복막염에서 나타나고, 카타르성(catarrhal) 염증은 점막조직에서 삼출물이 장액과 섞여 급성비염이나 장염에서처럼 기도나 소화관의 표층에 나타나며, 섬유소성 염증은 삼출물 안에 다량의 혈장단백과 섬유소를 함유하여 무정형의 응괴를 만들거나 섬유모세포와 혈관증식으로 반흔을 형성하고, 화농성 염증은 세균감염에 의해 호중구、괴사세포、부종액 등이 섞인 화농성 삼출물과 섬유모세포 증식 및 혈관확장이 관찰되며, 출혈성 염증은 혈관이 파열되면서 출혈성 삼출물이 나오는 것으로 섬유소성 염증과 화농성 염증이 병존하고, 위막성 염증은 괴사성 독소에 의한 급성 염증반응에서 삼출액이 괴사 세포와 섬유소、백혈구、조직 파편을 포함하여 미란된 점막 표면에 彈性의 汚濁한 회백색 막을 형성한다.18,19) 실질성 염증은 방어성의 혈관반응이 나타나기 전에 실질조직 세포가 곧바로 변성이나 괴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감염이나 중독과 같은 중증 손상에서 발생한다. (1-5)

한편, 증식성 염증은 수복기 혹은 아급성기에 섬유아세포와 결합조직의 증식이 주로 일어나며, 만성염증에서는 조직학적으로 육아종을 형성하는데, 대식세포 기원의 상피양(epithelioid)세포와 거대세포(giant cell)들이 결절을 형성한다.(1-6)

슬라비치에 의하면, 염증은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보존된 과정으로서 염증반응의 전신성 혹은 국소성 범위와 정도에 따라 대사와 신경호르몬 변화를 통하여 에너지와 영양이 면역계에 적절히 배당된다. 이와 동시에 손상과정 중 생물학적 적응기전으로서 생존에 유리하도록 에너지 절약성 행동(energy-saving behavior)인 슬픔, 의욕상실, 피로, 성욕 및 식욕 감퇴, 수면변화, 사회활동 감소, 혈압상승,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등이 관찰된다.(1-7)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제한된 상향성 조절기전으로서 유해자극이 끝나면 바로 사라져야 하는데, 사회·심리·환경·생물학적 인자들(factors)이 오래 지속되면 老少를 막론하고 immune tolerance가 파괴되며 controller circuit의 gain tuning 부조화로 염증과정의 종료를 방해하여 비정상적인 immune component들이 활성화되면서 세포 및 조직의 변성과 함께 저등급·비감염성·무균성·전신성의 만성염증(Systemic Chronic Inflammation)을 일으킨다.20,21)(1-8) 더구나 임신기간이나 아동기의 만성염증은 발육·발달과정의 부정적인 영향이 전 생애 동안 지속될 수 있다.22-24) (1-9)

2. 한의학에서 염증의 대응 개념과 병리학적 범주

염증의 개념을 한의학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위에서 제시한 단락별로 병리학적 대응이론을 탐색하고 그러한 類比의 타당성을 제시하고자 하며, 주요 근거는 현행 한의과대학 병리학 공통교재25)를 기본으로 하고 부분적으로 의학사에서 중요한 고전 의서를 인용하였다.

(1-1)의 정의에 의하면, 염증은 병인의 교란에 대한 반응과 방어하는 과정, 변경된 상태를 포괄하는 연속적 과정이다. 여기서 감염과 손상 등의 병인은 陳無擇이 주장한 三因說에서의 외인과 불내외인 및 내인을 포괄하는 邪氣에 해당한다. 반면에 인체가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발현하는 생리기능(physiological function, 생명력)의 總名을 正氣라고 한다. 그리고 邪氣의 침입에 상대하여 正氣가 반응하는 현상을 正邪相爭이라 하며 상쟁의 최종적인 결과로 發病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교란의 원인인 邪氣를 제거하는 과정은 제거에 성공하지 못하여 발병하는 과정과 성공하여 생리기능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발병하면 일정한 病機가 형성된다. 즉 正邪相爭의 결과 영위·기혈·진액 등의 균형이 깨지고 생리기능을 상실하여 失調·不足·停滯 등의 該當病機를 일으키는 현상과 대응된다. 또한 변경된 상태는 病機가 진행되면서 이와 인과적으로 관련된 器質的·機能的 症候들을 발현하게 되는데, 특정 시점이나 단계에 나타나는 특정한 증후들의 집합규칙인 證(型)과 대응된다. 이 증후들로부터 병의 규칙을 분석하는 작업을 辨證이라 한다.25)

(1-2)에서 염증을 생리적 항상성과 병리적 급성 염증의 兩端을 포괄하는 스펙트럼으로서 반응의 크기에 따른 양적인 문제로 귀결하는 것은 사실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적 토양에서 형성된 <內經>의 본원적이고 고유한 사고방식이다. <左傳 召公>元年 기사에 晉侯가 秦에 원정 진료하러 갔을 때 醫師인 和가 ‘惑疾’로 진단하고 병의 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하늘에 六氣가 있으니⋯陰、陽、風、雨、晦、明이다. 나누어져 四時가 되고 차례를 따라 五節이 되는데 지나치면(過) 재앙이 된다. 陰이 지나치면(淫) 寒疾이 되고 陽이 淫하면 熱疾, 風이 淫하면 末疾, 雨淫하면 腹疾, 晦가 淫하면 惑疾이 되며, 明이 淫하면 心疾이 된다”고 하여 병(疾)이 되고 안 되고(四時五節)는 오직 氣의 지나침 여부에 있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內經>에서도 이를 그대로 이어받아 <靈樞 病傳>에서 “正氣가 옆으로 기울어지면(橫傾) 浸淫하는 邪氣가 흘러넘쳐 퍼지게 된다(淫邪泮衍)” 하였으며, <靈樞 刺節眞邪>1)와 <靈樞 小鍼解>2)에서는 정기와 사기가 본질적으로 같으며 동시에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작용하는 관계임을 설명하고, <素問 刺法論>에서는 “正氣가 내부에서 작용하면(存內) 병을 일으킬 수 없다(邪不可干)”고 하였다. 이로부터 정기와 사기가 하나의 연속체(spectrum)이면서 생리와 병리의 兩端에 있다고 보는 한의학적 사유의 본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1-3)에서 염증을 생리-항상성 개념으로 규정한 것은 크게는 (1-2)의 연장이라 할 수 있지만, 조화와 균형 여부로 본다는 점에서 한의학적인 사고와 더 흡사한 개념이라 구분하였다. <素問 生氣通天論>3)에서 陰과 陽, 氣와 血, 內와 外 사이에 平衡과 秘藏하는 관계가 될 때는 심신이 건강하지만, 兩者 관계가 서로 조화되지 못하면 병이 생긴다고 한 내용이 그 예이다. 여기서 陰과 陽, 氣와 血, 內와 外 등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생리기능을 지칭하는데, 위 내용의 바로 앞에서 설명한다. 즉 “陰은 精을 藏하여 陽의 빠른 작용을 일으키며 陽은 外를 衛하여 陰을 단단하게 한다. 陰이 陽을 勝하지 못하면 脈流가 빨라지고 (陽에) 幷合되어 狂이 되며, 陽이 陰을 감당하지 못하면 五藏의 氣가 不順하고 九竅가 通하지 못한다.”4)하여 음의 內守와 양의 外衛機能이 조화될 때는 항상성이 유지되지만, 서로 조화되지 못하면 항진된 쪽의 병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內經>에서 病과 건강은 연속체(spectrum)로서의 생명과정 속에서 교란에 의해 陰陽氣血이 변동[반응]할 때, 陰陽氣血이 한쪽으로 偏在하면서 虛實과 盛衰를 초래하여 형성되는 병리[과정]에서 平秘와 균형을 이루거나(건강) 혹은 勝‧倂‧傾을 일으킨(병) [상태]이다. 이처럼 염증을 생리적 항상성의 조화와 균형 여부로 이해하는 사유방식은 처음부터 한의학에 원형(archetype)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4)는 염증의 시간적 경과에 따른 [과정]이고 (1-5)는 염증의 형태학적 분류인데, 실제 임상에서는 시공간적 특성이 동시에 발현되면서 질병별 및 개인별로 특정한 유형이 두드러지게 된다. 또한 이는 구체적인 염증성 질환의 병리기전 및 치료방법과 관련되므로 증후양상에 따른 변증과 관련된다. 실제로 변증은 현대의학의 질병진단과 대응되고25) 病機 감별에 근거하여 시행된다. 이렇게 의학적 개념의 [과정]과 [상태]가 인과적으로 직결된 관계인 것처럼 [병기]와 [변증]도 역시 그러하므로 여기서는 통합하여 다루기로 한다.

염증은 손상에 대한 혈관조직의 반응이므로 발적, 부종, 통증에 이어 발열과 기능장애가 나타난다. 현재 양방병리학 교재에서 설명하는 일반적 설명에 의하면, 발적은 병소 혈관의 확장과 충혈로 인해 발생하는데, 초기 염증에서는 산소헤모글로빈이 증가된 선홍색이지만 더 진행되어 혈류가 느려지고 정체되면 산소를 잃고 환원헤모글로빈이 증가되어 검붉은색이 된다. 부종은 조직에 삼출물이 증가되기 때문이며, 통증은 종창과 prostaglandin과 bradykinin 등의 활성화가 연합하여 일어난다. 발열은 백혈구에서 유리된 Interleukin-1이 혈류를 따라 뇌실 주위 혈관내피세포에 가서 아라키돈산을 prostaglandin E2(PGE2)로 전환하고 수용체와 결합하여 시상하부 체온중추의 설정점을 올리면서 일어난다. 기능장애는 통증과 종창, 기타 변성, 괴사 등에 의한 것으로 보는데, 미세하게는 열에 의한 기초대사율 증가(13%/℃)로 인해 에너지 소모가 증가(피로)하는 현상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런 해석은 한의학에서 ‘熱傷氣’하며 ‘陽盛하면 陰虛하게 되는’ 일반적인 병리원칙에 따른 것이다.

염증의 다양한 형태학적 분류는 질병의 유형을 의미하고 이는 한의학에서 表裏의 臟腑五體六經官竅와 衛氣營血 三焦 또는 六淫과 痰飮水濕 및 瘀血이나 血熱 등의 다양한 병위와 병인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선 카타르성 염증은 점막조직에 발생하는 염증으로 發汗을 통해 餘熱과 충혈 및 滲出物을 제거하는 解表法이 기본인데 임상에서는 辛溫解表, 辛凉解表, 滋陰·養血解表, 益氣·溫陽解表, 化飮·化濕·和胃解表 등의 理法과 方藥으로 구분된다. 이런 치료방법들은 조직세포의 생리적 항상성 회복에 목표를 두고, 교란의 원인이 세포 내외의 체액이나 온도 조건 이상 유무에 따라서 원인과 삼출물 제거를 위주로 하거나, 혹은 체액이나 체열의 부족상황에 보충을 겸할 것인지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장액성 염증은 혈장성분과 수분함량이 많으므로 혈관손상에 의한 누출이 위주여서 카타르성보다는 表裏에 모두 가능하나 裏에 많으므로 삼출물을 제거하되, 정수압과 삼투압을 조정하거나 직접 소변으로 배출하거나 혹은 배변을 통해 간접적으로 압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즉 化飮, 滌飮, 祛濕, 化濕, 利水, 逐水하되 解表, 理氣行氣, 溫化, 淸熱, 攻下 등의 치법을 병용하는 것이다. 섬유소성 염증은 삼출물과 함께 응고자극원이 선행하여 장기화되면 섬유화와 반흔 및 응괴를 형성하며, 혈장단백이 많거나 괴사성으로 진행되면 僞膜을 형성하므로 병변과 병인 및 관련기전이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단순화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痰에 속하여 濕痰, 熱痰, 氣痰 등의 痰病과 痰濁, 濕熱, 痰瘀 등에 더하여 선행 인자인 氣結, 陰虛, 內燥 또는 伏邪 등이 있고 더 진행되면 毒瘀와 虛損이 병합되는 복잡유형이다. 화농성 염증은 화농성 삼출물과 섬유모세포 증식이 혼합되는 癰疽疔瘡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癰疽는 <靈樞>에 癰疽篇에서 전문적으로 다룰 만큼 일찍부터 중요한 병이었고 병리도 “大熱이 不止하여 熱勝하면 肉腐하고 肉腐하면 膿이 되나⋯五臟이 傷하지 않으므로 癰이라 한다⋯疽라 한다. 疽는 上皮가 夭堅하고⋯癰은 皮上이 薄澤하다”고 자세히 설명하였는데 病態가 동일하므로 한의외과학의 內外 癰疽、瘰癧、瘡瘍 관련 지식을 준용할 수 있다.26,27) 출혈성 염증도 이와 마찬가지로 가시적인 병태라서 알기 쉬우므로 기혈진액의 생리이론과 營血分 병리, 血病證의 치법 및 처방을 준용할 수 있는데, <內經>과 <傷寒論>부터 血의 병리가 기술되었고 淸代 <血證論>에는 이미 일차적인 出血證 뿐만 아니라 兼病證과 그로 인해 파생된 후유증까지 포괄하여 생리와 병리 및 변증논치가 세분되어 있다.28) 실질성 염증은 예컨대, 細菌性 肝膿瘍과 같은 급성 감염과 손상에서 나타나며 輕重段階에 따라 肝鬱膽熱, 火毒蘊盛, 正虛毒戀證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淸熱、瀉肝、利膽、理氣、解鬱, 瀉火、解毒、透膿、凉血, 益氣養血、滋陰、調脾醒胃、內托化毒 등의 치법과 처방을 운용할 수 있다.29)

(1-5)에서 분류되지 않은 과민반응 혹은 알러지성 염증, 자가면역성 염증질환과 자가염증성 질환30)은 종류도 많고 임상에서 치료가 쉽지 않으며, 형태학적으로는 복합적 소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대부분 만성화된다. 전신성 피부소양증을 예로 들어보면, 초기반응으로는 피부의 가려움과 열감, 피딱지(血痂)가 생기지만 점차 비후, 태선화 등으로 만성화하며, 교재에서는 변증상 風熱血熱證、血虛肝旺證에 대해 疏風淸熱凉血、養血平肝 祛風潤燥의 치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임상에선 더욱 다양하다. 또한 자가면역성 간염、알러지성 자반병,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등의 다양한 염증성 병증 유형이 있어서 병위상 피부와 사지로부터 내장기관의 전신에 걸치고 병인으로도 六淫、七情、痰飮、瘀血, 毒瘀 등을 포함한 전 영역에 미치는데,31)(한의피부외과: 345-7) 이 모든 이면에는 纏綿性의 濕邪가 虛와 挾伏하여 이들 병인과 복합된다. (1-6)에서 언급된 증식성 염증은 조직의 변성을 포함하기 때문에 痰濁、濕毒、痰瘀、痰核、瘀血 등의 병인들이 雜合된 한의병증이며, 이것 역시 이들 질환의 만성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므로 병변의 복잡성을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이상의 상세 분류와 기전(mechanism) 및 이법방약은 본고의 범위를 넘으므로 생략한다.

(1-7)은 염증과정을 형태학적 변화와 熱赤腫痛의 증후들로 이루어진 positive sign과 생물학적 적응변화로서 피로와 침체성의 negative sign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對比하고 진화적으로 획득된 현상이라 설명한 내용이다. 한의병리학25)에서는 發病의 원리를 정기와 사기의 상호작용 또는 正邪相爭으로 설명하는데, 이 설명방법에 의하면 전자는 邪氣의 작용이고 속성은 實、후자는 正氣의 활동이고 속성은 虛에 대응된다. 병리적으로 邪氣가 盛한 것이 곧 實인데 實은 본래 충만한 것이고 盛이란 충만하다는 뜻이며, 熱赤腫痛은 혈관이 팽창하고 압력과 삼출물이 충만한 결과이므로 생리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감정과 신체활동의 동력원은 모두 眞氣에서 생성되므로 그의 침체는 眞氣의 소모에 기인하며 이는 正氣의 虛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유비가 아니라 두 생리학적 논리가 부합함을 보여준다.

(1-8)은 만성염증의 형성원인과 기전을 제시한 내용인데 두 가지 면에서 상관성을 찾을 수 있다. 여기 제시된 사회·심리·환경·생물학적 요인이란 <內經>에서5)6) 병인을 음양으로 대별하고 기후조건과 음식、거처와 성생활、칠정、담력、골격、노동조건 등의 일상적 생활 환경요인을 들고서 상황별로 관련 병증과 허실병기 등의 발병유형을 설명하는 내용과 맥락이 동일하며, 邪氣와 正氣의 상호작용 또는 상쟁과정이라는 점도 같다. 다만 차이는 (1-8)은 생의학적 메카니즘이고 한의학은 증후 변화의 물리적 현상에 기초한 직관적 설명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런 종류의 저등급 만성염증은 고등급의 급성 염증과 상대되는 개념인데, 이는 <金匱要略 臟腑經絡先後病脈證>에 있는 “大邪中表 小邪中裏”, 즉 큰 사기는 表에 적중하여 발병하고, 작은 사기는 裏에 들어간다는 문장과 대응된다. 여기서 표는 즉시 외감병이 발생함을 의미하고, 裏는 바로 증후를 일으키지 못하고 장기간 잠복하였다가 나중에 어떤 誘因을 받아 발병하는 伏邪임을 의미한다. 전자는 감염에 의한 급성 염증이고, 후자는 면역관용에 의해 특정 항원이나 병원체가 제거되지 않고 만성 감염을 허용32)하여 생기는 만성염증 과정의 설명이며, 이때의 正邪關係는 positive sign과 negative sign의 우세상태를 비교하여 서로 비슷한 “正邪相持”,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正邪相傾”, 둘 다 약한 상태로 지연되는 “正虛邪戀”, 서로 강하게 반응하여 positive sign이 심한 “正邪壅錮” 등의 여러 양상이 있을 수 있다.25)

저등급의 만성염증에 관한 최근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생활습관과 사회심리생물학적 관계 및 환경요인들, 구체적으로는 식습관과 음식물, 적은 수면, 흡연, 신체활동 감소, 악력 감소, 미혼, 노화, 사회적 고립, 만성 감염, 공기오염과 생체이물(xenobiotics) 등은 CRP, WBC, fibrinogen, NF-κB, COX 등의 다양한 inflammatory marker들을 통하여 bradykinin system, oxidative stress, urea cycle, 인슐린 저항성 등과 기타 세포·조직·대사 항상성에 영향을 끼쳐 만성염증과 암, 관절염,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고질병을 일으킨다고 하였는데,33-38) 이것은 위에 <內經>을 인용한 內傷病因 중 일상적 생활 환경요인25)에 대한 충실한 예증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1-7)과 (1-8)을 종합하여 면역학적 기전과 염증과정을 한의학적으로 해석하면 ‘邪正이 相爭하면서 正氣虛와 邪氣實이라는 양면으로 진행되는 역동적 상호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고, 면역요법도 ‘扶正과 祛邪를 통하여 正氣가 왕성한(陰平陽秘, 항상성)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치료방법’으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1-9)는 병인이 위에서 언급한 후천적 생활 습관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임신기나 유아기에 노출되면 선천적 병인인 태열이나 태독의 급성 염증에서부터 만성염증으로 잔존하는 경우나 胎弱에 의한 병리와 대응된다.39)

3. 한의학 기초실험 및 임상시험의 논리와 형식

한의학분야에서의 기초실험과 임상시험 연구는 현재 생의학적 과학연구 방법론을 따르고 있다. 이는 19세기부터 유럽의 학문풍토에서 시작된 실증주의에서 기원하는데, 이는 관찰과 실험, 경험·검증이 가능한 사실과 대상 및 그 관계만을 인정하고 그 배후의 원인을 가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실험의학의 기초를 닦은 베르나르와 세포병리학을 정초한 피르호, 미생물학 분야의 파스퇴르와 코흐, 분자생물학의 왓슨과 크릭크를 지나면서 인과관계의 메카니즘을 생산하는 기초의학과 이에 근거하여 수행되는 임상의학으로 이원화된 논리체계는 현대의학의 과학성을 떠받치는 토대가 되었다. 이를 쿤의 용어로는 정상과학 패러다임40)이라 한다.

이에 비해 한의학은 <內經>과 <傷寒論>이 성립되기 이전에 <五十二病方>, <六十病方> 등41)의 민간방 혹은 의방을 사용했던 전승경험으로부터 기초이론이 성립되었고, <傷寒雜病論> 이후에는 지금까지 이론과 임상은 서로를 검증하며 발전하였다. 그래서 임상증후에 대한 객관적 측정데이터를 얻을 방법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한의기초학 연구자는 한의학이론과 치료 사이의 인과적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생의학적 방법을 차용하여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과 생의학 두 이론체계(패러다임)와 연구방법론 간에 적용 타당성이나 범주적 동등성이 과학자사회에서 아직 승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증의 의의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한의기초실험의 연구성과는 한의학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이 상태로는 독자적 학문으로서 지속이 가능하지 않다. 이에 관해 두 가지 방향으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과학적 연구의 통상 절차는 가설설정 – 관찰/실험 – 자료수집 – 가설 검증(반박/수용)42)을 거친다. 이때 다른 학문체계의 방법론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나는 밝히고자 하는 문제 현상이 같은 것이고, 그에 따라 관찰이나 실험설계가 현상의 속성과 부합해야 한다. 또 하나는 가설이 이론체계(패러다임) 의존적이기 때문에 연구결과 수립된 가설(생의학적 언명)은 대응하는 한의학이론으로 치환하여 설명력을 강화하는 단계가 있어야 한다. 이중 前者는 위에서 시도한 염증이론 비교분석과 같이, 인체의 특정 질환에 대해 생의학과 한의학의 대응되는 용어개념 및 현상과 사실들을 비교하여 상관성 있는 지표를 선정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시험·실험방법을 설계하는 과정(interface)이고, 後者는 그 결과로부터 얻어진 시험가설(귀무가설 기각으로부터 얻어진 생의학적 실험지식)을 확인한 다음 이에 근거하여 한의학의 대응 개념 또는 명제(이론)를 승인함으로써 증거를 쌓거나 혹은 새로운 지식을 추가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치매관련 처방 효과 실험43)연구에서 ㉠기억력 감퇴 현상의 동질성, ㉡치매(AD)와 健忘 혹은 呆病과의 개념 및 범주 동일성, ㉢기억기능 관련 주요 병위인 뇌 속 해마의 신경전달 지표물질을 차단하는 시험을 설계하고, 기억기능 所在인 腦髓를 洩澤補益하는 腎精의 陰液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生精益髓, 健骨益陰하는 試料를 사용함으로써 시험의 논리적 타당성 등을 확보하는 과정을 서론, 연구방법, 고찰에서 고르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후자인 시험가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된 한의학이론을 귀추하거나 적어도 논리적 명제의 형태로 귀납하는 과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12) 이런 경우 실험의 결론은 ‘시료가 기억력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로 종료되고 추가로 도출될 수 있는 귀납추론인 ‘따라서 생정익수를 통해 증가된 陰液은 뇌수를 보익하는 작용을 한다’는 명시적 이론지식으로 축적되지 못한다. 그리고 때로는 이 결과가 가설설정의 배경이 되었던 한의이론과는 맥락이 조금 다르거나 새로이 구체화된 사실을 지시할 수도 있다. 즉 무언가 추가로 발견될 수도 있는데, 이를 퍼스는 귀추(abduction)라고 하고, 정당화의 논리와 발견의 논리가 복합되어 있다. 박준호44)는 이 둘을 통합하여 기본적인 논리형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A. 놀라운 사실 f가 관찰되었다.
B. 그러나 만일 H가 옳다면, f는 당연히 일어날 일이다.
C. 다른 가설은 H만큼 f를 설명하지 못한다.
D. 그러므로 H가 옳다고 짐작할 이유가 있다.
E. 그러므로 H는 그럼직하게 옳다.

여기서 H는 확증/논증하고자 하는 한의학 이론(가설, 명제)이고 f는 실험 결과이며, A-B-D는 발견의 맥락에 사용되는 추론형식이고 A-C-E는 정당화 즉 가설의 진리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추론형식이다. 이런 논증형식을 따라 실험결과를 정리하면,



ㆍ液을 보충하는 약리작용을 가진 시료가 기억기능을 회복시켰다.
ㆍ液이 기억기능을 담당하는 뇌수를 보익한다는 이론이 옳다면 시료의 작용은 당연한 귀결이다.
ㆍ그러므로 精髓와 陰液은 뇌수의 기억기능 유지에 작용한다.

와 같이 형식화할 수 있다. 만일 정당화의 논리에서 기술하고자 한다면 경쟁하는 가설보다 나은 이유에 대한 추가 문장이 필요한 것만 다르다.

둘째, 의학은 본질적으로 응용과학이고, 더구나 복잡계·미시계·거시계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분야의 최근 연구가 한의학의 고전적 해석관점과 유사성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한의학의 통합적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심신이원 실체론, 기계적 자연관, 환원주의와 단선적 시간관에 근거한 결정론적 인과율 등을 기저로 하는 기존의 생의학 체계는 시스템생물학, 후성생물학, 네트워크약리학 등 최근의 생명과학 관련 기초학문뿐만 아니라 특수·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복잡계물리·사회·경제학, 비평형열역학 등 이들 전체의 배경이 되는 자연·사회과학 지식의 비약적 진보와 더불어 실재론적 의미와 근거형성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 전혀 시도된 사례는 없지만, 과학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여 한의학의 기초-임상간 지식형성 방식에 적합한 연구방법론을 설계하고 수행하면서 최적화시켜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찰

한의학의 과학화는 한의대 설립 이래 현재까지 연구 및 교육에서 지향하는 목표로 추구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질환별 한의임상진료지침들이 한의임상의 과학적 근거 수립을 목표로 표방하는 것도 그 일환이고, 한약이나 침구관련 효과에 관한 임상시험과 분자생물학적 효능의 기전을 규명하는 실험연구도 역시 그러하다. 이것은 한의계에서도 쿤(Kuhn)이 언급한 정상과학 패러다임 개념을 따라 생의학적 연구규범을 수용하고 있으며 그에 맞춰 한의계의 문제풀이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서 임상의 과학적 근거 수립은 한의학의 과학화와는 위상이 전혀 달라서 한의사의 임상적 선택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사용할 근거자료는 될 수 있지만, 과학적 한의학으로 만들 근거는 되지 못한다. 과학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임상시험과 기초실험을 통해 먼저 한의학이론 자체의 입증력 또는 박진성(迫眞性, verisimilitude)을 키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실험방법을 설계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과 논리가 합리적이고, 여기서 얻어진 연구가설의 승인 여부를 바탕으로 기존의 한의학 이론(지식)을 확증·부인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실험과학의 이론과 한의학 이론 간에 현상 및 결과해석의 동질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출판되는 한의계의 실험연구에서는 설사 연구자가 이에 관한 숙고가 있었을지라도 논문 안에 명시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고, 설사 있을지라도 ㉰한의학 이론 자체의 성립 근거로서 채택되고 귀납된 결과들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고 있지 않다.

한편 쿤이 말한 문제풀이는, 엄밀하게는 기초과학 분야에 한정할 뿐이며 응용과학 분야는 다른 연구방법과 가치, 예컨대 개방적 태도와 적절한 풀이방식을 취사선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45) 한 것과 특정 시공간 환경에서 그 사회의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발전함에 따라 패러다임도 변한다고 기술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임상의학에 관해서는 연구방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며, 더구나 패러다임이 바뀌면 정상과학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즉 ㉱임상의학적 연구는 생의학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한의학의 이론적 근거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변증임상시험에 적합한 이중맹검시험방법을 새로 고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의 미시계·거시계·복잡계를 망라한 현대과학의 병행 발전(critical point)46-48) 과정에 음양론이 내포하는 모순적 개념 및 비국소성과 동시성 현상들이 점차 설명되고 있어서 ㉲이들과의 결합연구 방법을 통해 한의학 이론의 직접증거를 수립하는 도약의 기회(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 근대과학이 지나온 400여 년의 역사를 거쳐 방법론이 수립되었듯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천지인 삼재를 통합하여 복잡계 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서양에서는 최근 시작한 일이지만 한의학은 적어도 2000년의 경험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체계적 방법론이 갖춰져야 현시대에 부합하는 과학적 한의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 첫 단계인 ㉮의 사례로서, 임상교과목에서 다루고 진료현장에서 만나는 질병들의 대다수가 염증과 관련되어 있고, 한의임상진료지침도 염증성 질환이 많으므로 염증에 관한 한의병리 및 방제와 치법이론의 재구성을 위해 대응이론을 비교하고 동질성을 분석하였다. 다만 염증은 감염과 손상의 유형이 너무나 다양하여 일괄적으로 기술할 수는 없으므로 가장 흔한 감염성 염증을 기준으로 형태학적 분류상 필요한 내용을 추가하였다.

멧찌토프가 제시한 최근의 급성 염증 개념은 외부 교란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과 과정 및 그에 따른 상태라는 세 요소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반응은 정사 상쟁의 초기국면이고, 과정은 正勝邪却하는 생리과정이거나 邪勝正却하는 병리과정으로서 주도적 病機를 형성하며, 상태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특정 유형의 증후 집합으로서 감염(외감)과 손상(내상 및 외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證型들로 분류하는 辨證에 대응된다. 이것은 한의학의 전형적인 질병 인식의 과정이다.

또한 염증과정의 내용물이 생리적 항상성 조절과정과 동일하고 단지 양적인 차이며 균형 여부의 문제라면 환자의 평상시 대사 특성과 두드러지는 증후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이는 한의학의 핵심 임상이론인 체질론과 변증논치의 목표나 맥락과 의의가 같으며, 따라서 體質 특성과 證 판별은 염증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요소이며 출발점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멧찌토프는 나아가 모든 염증의 공통 원인을 항상성의 일탈이라고 보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正氣의 變動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다. 항상성 유지기전에 관해서는 제어공학의 동적 시스템 조절이론 및 용어를 그대로 채택하여 설정변수(regulated variables)와 조절변수(controlled variables)에 의해 gain tuning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20) 있는데, 이는 한의학에서 臟象理論의 원리를 흑상이론(black box theory)과 자동제어 방법론으로 설명하는 것과 동일하다.25) 이러한 염증 해석은 생리와 분리된 기존의 병리-면역시스템에 의한 해석방법보다 분명 진보된 관점이며, 세포·조직별로 제시한 항상성 및 염증성 controller의 작동기전과 variables, signals 등의 지표들을 제시하고 있다.9)

그러므로 염증에 관한 실험연구를 한다면 ㉮와 ㉯의 과정에 이러한 해석과 제안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에서 연구가설로부터 한의 이론을 확증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명제 형태의 문장(일반가설)을 제시한 다음, ㉰에서 이와 관련된 실험의 결론과 명제지식들이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연구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본론 (1-1-4)에서 ㉮과정에 해당하는 염증의 주요 증후를 판별하는 시간 및 형태학적 분류를 따라서 대응하는 병리 및 본초·방제·약리학적 기전을 논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컨대 장액성 삼출물이 표리와 삼초 어느 부위에 많은 水分의 證인지(e.g. 오피산, 오령산, 함흉탕), 심부체온의 변이가 생긴 寒 혹은 熱이 점막조직 혹은 심부조직에 있는지(e.g. 패독산, 사역탕, 대시호탕) 아니면 혼재하는지(e.g. 반하사심탕, 생강사심탕), 열이 있는데 국소적·전신적으로 체액부족이 함께 있는지(e.g. 인삼백호탕, 죽엽석고탕) 등을 세분하여 적절한 지표들을 선정할 수 있다. 이처럼 한의학의 실제 임상과 병리 및 방제이론과 생의학적 질병기전이 서로 부합하는 관계에서 대응하는 지표를 선정하여 기초실험 연구를 설계하고 그 결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한의학의 과학적 합리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근본적으로 염증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생의학에서 염증은 기본적으로 생리적 방어·보호성 작용이라서 열에너지를 동원하여(thermogenesis) 침입자를 밀어내는 일련의 과정이므로 혈관 팽창과 혈구동원 및 삼출이 일어난다고 설명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침입(邪氣)이 있다면 먼저 방어하지 못한 선행원인이 있다고 보는데 “正氣存內 邪不可干”(<素問‧刺法論>)과 “邪之所湊 其氣必虛”(<素問‧評熱病論>)가 그것이다. 랜킨49)은 염증의 세포·분자매개물들이 조직 리모델링, 대사, 열발생, 행동을 포함하는 신경계기능 등의 광범한 생물학적 과정에 개입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여기서 正邪相爭의 현대적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즉 신체조직의 리모델링이란 形의 盈虧와, 대사는 虛實과, 열발생은 寒熱의 과불급과, 행동관련 신경계기능은 陽氣·陰血의 성쇠 및 균형 여부와 관련지을 수 있는데, 이들은 물론 독립적 일대일 대응이 아니고 복합적으로 형성된다. 요점은 신체의 생리적(正氣) 상태와 특성에 따라 염증의 발생과 전개과정이 달라진다는 논리가 한의학의 변증사유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학의 염증 이해방법 서술에 正氣의 특성에 따른 변증분류를 도입할 수 있다. 정기의 상태와 특성은 인체의 陰陽·精神·氣血·津液·營衛가 量的으로 充實하고 質的으로 調和를 이루어 陰平陽秘하거나 혹은 일부에 盛衰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正邪가 相爭하면, <傷寒論> 7조에 “病이 發熱惡寒하면 發於陽”이라 하고, 97조에 “血弱氣盡하면 腠理가 開하고 邪氣가 因入하며 正氣와 相搏하여 結於脇下하고 正邪分爭하므로 往來寒熱하면서 休作有時”한다 하며, <東醫壽世保元 少陽人病證論>에 “此二證은 모두 表氣의 陰陽이 虛弱하여 正邪相爭하다가 累日不決하던 中에 裏氣도 秘澁不和하여 變生此證한다(結胸)”한 것처럼, 항진성의 발열오한 혹은 발열이 발생한다. 따라서 역병과 같이 사기(virulence)가 정기보다 더 강하여도 발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정기의 성쇠상태에 따라 眞熱, 假熱이 있고 진열에는 實熱과 虛熱이 있으며 假熱은 본질이 실한인 것과 허한인 것으로 나눈다. 이들에 관하여 Ⅱ.2에서의 형태적 분류에 따라 개괄적으로 대응하는 병기와 치법을 분류하였다. 이들에 대해 더 자세히 토론하기 위해서는 熱證과 火證을 구분하고 轉變 과정에서의 다양한 병기를 다루어야 하므로 여기서는 어렵고, 염증이론 회통을 위한 개요를 도표로 제시한다(Table 1).

Table 1. 
Interface between corresponding concepts of western pathology and Korean medicine on inflammation theory
생의학10,13) 한의25),50),51)
정의 교란에 대한 반응(항상성 상태의 이탈) 정사상쟁(체질·음양의 대사 안정성 이탈)
교란의 원인 제거 또는 ·손상하는 일련의 과정 정기가 驅邪하는 일련의 과정 또는 주도적인 病機
과정을 거쳐 특정 결과를 형성한 상태 證型(단일 또는 복합)
분류 급성
염증
혈역동학적 변화: 발적, 발열→혈관확장, 혈류증가.
 백혈구 변연화, 삼출, 부종, 유착, 유주, 혈액점도 상승
 백혈구 기능장애→수 감소, 부착탐식능·화학주성 결핍
탐식작용: 백혈구, 단핵구, 대식세포, 망내계
구조손상에 대한 반응(1형 반응 염증)
기능상실에 대한 반응(2형 염증, allergen, toxins)
火熱 眞熱 實熱

陽火
외감표열(풍열, 조열, 습열), 온역
울열(동상, 伏邪, 六鬱, 瘀熱)
내상성 화열(七情, 飮食傷, 內生五邪)
本氣(形氣盛衰 조건, 특정 체질)와 內外邪가
相合·傳變하여 형성되는 裏熱
외상성 화열
만성
염증
생리적 항상성 유지기능 상실, 자가면역
구조적 손상 복구지연, 반흔화, 혈관신생
混合型(主次, 輕重) 및 악순환
虛熱 음허, 혈허, 기허, 진액휴손, 노권, 방로, 망음
假熱 진한가열, 음화(鄭欽安)
증후
기전
유형
삼출성(혈관내피 손상, 장액성) 痰飮 淡飮(腸腔), 懸飮, 熱飮, 寒飮, 痰濁, 痰火
여출성(삼투/정수압) 水濕 水濕泛濫, 水熱相結, 皮水, 裏水, 風水
泛血管疾病(동정맥, 림프관) 죽상경화 血分 혈열, 혈어, 혈조
Toxic insults, endotoxin, exotoxin 中毒 습독, 寒濕毒, 열독, 약독, 瘴毒
혼합형 挾雜 수습, 담탁, 어혈과 허실, 한열조습 병기복합, 乾血癆

이러한 방식과 내용의 통합은 향후 통합교과목 구성 방법에 시사점을 제시한다. 즉 의생명과학 과목에서는 염증의 발생과 진행과정이 생리학과 병리학 및 면역학 이론의 통합과정으로 재구성될 수 있고, 한의기초학에서는 병리학과 방제학 내용이 통합하여 운용되면 좋을 것이다. 이는 또한 임상과정에서 염증의 유형과 치료 수단에 따라 생리・병리・약리기전과 진단치료법을 블록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이상에서 양방병리학의 광범하면서도 필수적인 주제인 염증에 관하여, 한의학에서의 기초・임상 통합적 이해를 위해 개념과 논리 및 구체적인 내용을 상호 비교하면서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염증에 관한 실험연구 과정에서 요구되는 한의이론 입증을 위한 논리적 형식과 절차를 탐색하였다.

최근의 급성 염증 개념은 외부 교란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과 과정 및 그에 따른 상태라는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반응은 정사 상쟁의 초기국면, 과정은 특정한 병기(복합), 상태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특정 유형의 증후 집합으로서 證(복합)과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염증의 내용물은 생리적 항상성 조절과 동일하고 단지 양적인 차이라는 점에서 한의학의 대사적 항상성과 과불급에 관한 이론인 체질론과 변증논치의 탐구 대상이 같으며, 모든 염증의 공통 원인을 항상성의 일탈이라 보는 것은 한의학에서 발병의 내재원인을 正氣의 變動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고, 항상성 유지기전을 동적 시스템 조절이론으로 보는 것은 한의학에서 臟象論의 조절방법과 동일하다. 이상을 종합하면, 신체의 생리적(正氣) 상태와 특성에 따라 염증의 발생과 전개과정이 달라진다는 논리는 한의학의 변증논치사유와 동일하므로 염증에 관한 개념·내용물·과정·조절 기전의 동질성에 근거하여 세포·조직별로 항상성 및 염증성 조절기전과 변수 및 지표분자들을 한의병리해석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염증에 관한 실험연구의 형식도 이상에서 확립한 논리적 근거를 적용하여 연구가설로부터 확증 혹은 반증에 이르는 일련의 과학적 방법에 따르되, 연구가설로부터 한의 이론을 확증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명제 형태의 일반가설을 제시하고, 이들은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염증이론의 논리적 통합과 함께 과학적 연구 논리와 형식과 절차를 지켜 지식체계가 축적된다면 한의학의 과학화에도 점차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Notes
1) 正氣者 正風也, 從一方來 非實風 又非虛風也. 邪氣者 虛風之賊傷人也, 其中人也深 不能自去. 正風者 其中人也淺, 合而自去 其氣來柔弱 不能勝眞氣, 故自去.
2) 神客者 正邪共會也, 神者, 正氣也, 客者 邪氣也, 在門者 邪循正氣之所出入也.
3) 凡陰陽之要, 陽密乃固, 兩者不和, 若春無秋, 若冬無夏, 因而和之, 是謂聖度. 故陽强不能密, 陰氣乃絶, 陰平陽秘, 精神乃治, 陰陽離決, 精氣乃絶. 因於露風, 乃生寒熱.
4) 陰者, 藏精而起亟也, 陽者, 衛外而爲固也. 陰不勝其陽, 則脈流薄疾, 幷乃狂. 陽不勝其陰, 則五藏氣爭, 九竅不通
5) <素問 調經論> 夫邪之生也, 或生於陰, 或生於陽. 其生於陽者, 得之風雨寒暑, 其生於陰者, 得之飮食居處, 陰陽喜怒
6) <素問 經脈別論> 黃帝問曰, 人之居處動靜勇怯, 脈亦爲之變乎. 岐伯對曰, 凡人之驚恐恚勞動靜, 皆爲變也. 是以夜行則喘出於腎, 淫氣病肺. 有所墮恐, 喘出於肝, 淫氣害脾. 有所驚恐, 喘出於肺, 淫氣傷心. 度水跌仆, 喘出於腎與骨, 當是之時, 勇者氣行則已, 怯者則着而爲病也. 故曰, 診病之道, 觀人勇怯骨肉皮膚, 能知其情, 以爲診法也. 故飮食飽甚, 汗出於胃. 驚而奪精, 汗出於心. 持重遠行, 汗出於腎. 疾走恐懼, 汗出於肝. 搖體勞苦, 汗出於脾. 故春秋冬夏, 四時陰陽, 生病起於過用, 此爲常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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