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생리학』의 「양생·노인생리」에 대한 미래의학으로서 의미 고찰 : 개인 맞춤형 셀프케어
Ⓒ The Society of Pathology in Korean Medicine, The Physiological Society of Korean Medicine
Abstract
Yangsaeng–geriatric physiology is a specialized subfield of traditional East Asian medicine that integrates the physiological characteristics of aging with preventive strategies based on health(Yangsaeng). While advances in biomedicine primarily infection focused and surgical interventions have extended life expectancy, the prevalence of chronic diseases such as hypertension, diabetes, cancer, and dementia has surged. This epidemiological shift exposes the limitations of conventional treatment oriented approaches and underscores the need for ‘Medicine 3.0’, a paradigm emphasizing early intervention and comprehensive management of exercise, nutrition, sleep, and emotional well-being. In contrast to the Cartesian dualism underpinning modern medicine, Korean medicine offers a holistic foundation rooted in harmony between humans and nature, Sasang Constitutional Medicine(SCM) for personalized care, and Yangsaeng for self directed health maintenance. This study examines the conceptual intersection of future medicine discourse with Yangsaeng and Sasang constitutional theories, proposing a new framework for geriatric physiology and individualized health management and informing the modern reinterpretation of foundational Korean medicine theories. Consequently, this paper suggest that Yangsaeng geriatric physiology warrants renewed attention as an integrated mind-body framework. By prioritizing prevention, personalization, and self-care, this discipline presents a valuable medical model aligned with the goals of extending healthy life expectancy in an aging society.
Keywords:
Korean medicine, Yangsaeng(養生), Physiology, self-care, Medicine 3.0서 론
202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며, 향후 50년 이내에 47.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1).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질병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20년간 주요 질환군이 급성 질환에서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전환되어 체계적 관리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2).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생존이나 수명 연장 개념을 넘어서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기존 의료체계가 충족 시켜온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약 2,000년 동안의 의학은 의학적 판단이 직접적인 관찰과 추론에 의존하는 자연주의적 접근이었다. 19세기 중반 세균론 등장 이후 질병 전파를 막기 위한 사회적 위생 개념이 크게 발전하였고, 항생제 개발 및 현미경 발전 그리고 물리화학적 기술 도입으로 진보는 가속되었다. 그 결과, 선진국에서는 영아사망률 감소, 평균수명 연장이라는 성과를 이루었으나, 대표적 만성질환인 암, 고혈압, 당뇨병,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병률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3). 과학기술과 함께 발전한 현대의학은 생의학(biomedicine)관점에서 질병치료와 생명연장에 기여하였지만, 다양한 위험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질병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래의학은 기존 치료 전략으로 한계가 있다.
최근 ‘개인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과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을 중심으로 질병 발생 이전 예방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의료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전통적 생의학(biomedicine) 모델이 만성질환이나 복합양상 질병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생물학적 요인과 더불어 심리적, 사회적 요인을 고려하는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4), 정신신체사회의학(Biopsychosocial Medicine)5)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축으로 하는 4P의학(예측 Predictive, 예방 Preventive, 개인화 Personalized, 참여 Participatory)개념이 구체화되고 있다6).
또한 유전체학,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디지털 헬스 기술이 접목되면서7), 생물학적 수명(chronological lifespan) 연장을 넘어 질병이나 장애 없이 살아가는 건강수명(healthspan) 연장을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한,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개입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위험 요소에 대한 정직한 평가와 수용이 의료 개입의 출발임을 강조하고 있다. 의학 패러다임이 만성질환의 조기 차단과 건강수명 개선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에서 발전한 ‘사전대응의학(proactive medicine)’으로 바뀌고 있다3).
현대 의학의 질병 조기 발견이 치료 성과와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함에 따라, 건강검진 시기와 빈도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암 치료에 있어서 조기 발견은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므로, 적극적 선별검사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든 대장암이 용종에서 기원하지 않지만 대다수 대장암은 선종성 용종으로부터 발생하므로, 대장내시경은 단순한 진단도구가 아니라 검진과 치료가 결합된 수단이 되었다. 즉 검사를 통해 용종을 조기 발견함과 동시에 절제함으로써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은 예방 중심,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으며, 질병의 조기 발견과 건강 수명 연장중심으로 의료 전략이 변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미래 예측 보고에 따르면8), 보건의료 환경에서 의료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한의계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전문가 소견 기반의 셀프케어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소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함을 제기하고 있다9). 본 연구는 미래 의료수요 변화에 부응하는 한의 기초분야 교육에서 『동의생리학』 ‘노인·양생생리’ 이론이 가지는 가치를 고찰하고자 한다.
본 론
1. 저속노화 관점에서 양생의 재조명
만성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병원에서 치료 이후 일상으로 복귀가 불가능한 생애 말기 노인인구의 행복이 개인적·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낙상이나 중풍 등으로 인한 운동기능이 상실된 경우를 비롯하여 치매로 인한 일상 활동에 제한이 필요한 노인인구가 늘면서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 『동의생리학』에서 다루고 있는 ‘양생’은 ‘정신’, ‘사시’, ‘의식주’, ‘수면·방사·운동’ 관련 양생이라는 소극적인 관점에 국한되어 있으며, ‘노인생리’도 ‘수명’과 관련된 제한된 범위에서 다루고 있다10).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물학적 노화는 20대 중반부터 시작되고11), 장수 인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노화 지연 혹은 노화 중단 관련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12,13).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저속 노화’와 관련하여 한의학 고전에 대한 재해석 차원을 넘어 ‘양생·노인생리’ 이론이 가지는 미래의학으로서 의미를 재조명할 시점이다. 의학 3.0에서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는 ‘운동, 영양, 수면’은 ‘대사’와 관련하여, ‘정서’는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검토하고, 의학에서 배제되어 있는 명상분야에서 다루고 있는 ‘호흡’을 양생과 노인생리의 수행(修行) 측면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운동은 단순히 신체 활동을 넘어, 생리적·생화학적 수준에서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재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심폐 체력의 지표인 최대 산소 섭취량(VO₂ max)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유의한 역상관관계를 보이며,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보고된 대규모 추적 연구에 따르면, 최대 산소 섭취량이 높을수록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다. 또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10년간의 관찰 연구에서는 근력이 낮은 집단이 대조군에 비하여 사망 위험이 40~50% 더 높게 나타났으며, 근력 운동은 비만 또는 암 치료 후 회복기 환자의 이동성 및 신체 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14).
이러한 효과는 운동이 생화학적 차원에서 면역계를 조절하고 신경계와 근골격계에 영향을 미치는 내인성 화학물질의 생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실제로 지구력 운동은 해마의 기능 향상과 관련된 뇌유래 신경영양 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점에서 운동은 일종의 ‘내인성 약물’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만성질환 예방 및 건강 수명의 연장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재활 치료에서부터 체중 감량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건강 목표에 따라 문진, 기초의학검사, 체력 평가 등의 절차를 통해 피검자의 특성을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차를 반영한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제공하는 것을 ‘운동처방’이라 한다. ‘처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이유는, 단순한 운동 지도가 아니라 개인의 신체 조건, 체력 수준,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정밀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령, 생활습관, 운동 선호도와 같은 요소들까지 반영하여 맞춤형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건강 증진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15).
식물은 ‘기립지물(氣立之物)’로 기(氣)에 의존하여 존재하며, 동물은 ‘신기지물(神氣之物)’로 정신과 기(神氣)를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로 인식하였다1). 인간은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닌 ‘신기기립지물(神氣氣立之物)’로 기에 의하여 생명을 유지하면서 정신적 작용과 자율적 운동 능력을 동시에 갖춘 존재로 보았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간까지 모든 생명은 기(氣)에 의존하며 생명유지를 호흡과 움직임에 연관시켜, 대사 활동과 능동적 움직임을 인간 생명의 근원으로 설명한 전통 개념은 오늘날 운동이 건강 유지와 회복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부합한다.
한의학 운동치료는 단순한 신체 강화 활동을 넘어, 한자문화권 철학을 바탕으로 한 심신 수련의 통합적 접근이다. 대표적 예로 기공(氣功), 도인(導引), 태극권(太極拳) 등은 모두 의식적 훈련과 호흡 조절을 통하여 기(氣) 순환을 도모하고, 장부 기능을 조화롭게 하여 건강을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수련법은 고대로부터 육체적 단련뿐 아니라 정신적 수양을 포함한 심신일체 건강 관리법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장수와 질병 예방 및 회복을 위한 양생법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개인의 체질, 건강 상태, 질병에 따라 맞춤형으로 운동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 운동처방 개념과 유사하다16). 또한 대사와 관련된 심폐 체력 강화 운동, 움직임이나 자세와 관련된 근력 강화, 낙상 위험과 관련된 안정성 운동 등은 호흡과 연동시켜 동작에 집중하거나, 움직임과 호흡을 연결시켜 천천히 움직이는 전통 운동법의 중요한 요소와 부합된다.
영양 분야 연구는 주로 유행병학적 접근을 통해 수행되어 왔으며, 대규모 인구 집단의 식습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경향성과 상관관계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영양학 연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는 제한된 조건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지만, 표본 크기, 연구 기간, 대조군 설정 등에 따라 결과 해석에 변수가 있다. 또한 영양 관련 연구는 식품 자체가 생화학적으로 복합성을 띠고 있고, 다양한 교란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연구 결과 간 상충이 발생하므로 단일 연구 결과만으로 효과의 일반화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최근까지 도출된 주요 영양 전략은 ‘열량 제한(calorie restriction)’, ‘식이 제한(dietary restriction)’, ‘시간 제한 식이(time-restricted eating)’가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사 건강에 개입한다. 열량 제한은 섭취 열량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사 기능이 저하되었거나 영양 과잉 상태일 경우 효과적이다. 식이 제한은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Low carb-high fat diet, LCHF)’로 알려진 1960년대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 박사가 감량을 목적으로 특정 영양소를 조절하는 전략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와 목표에 따라 맞춤 적용에 유용하다17). 시간 제한(Time-Restricted Eating, TRE)은 일정한 시간대에만 음식 섭취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식사 간 간헐적 공복을 유도해 대사 균형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18). 영양 관련 연구는 나쁜 대사 건강, 영양 과잉, 근육량 부족 간의 높은 상관성이 있으므로 영양 전략과 운동 전략의 병행이 대사 건강 회복과 만성질환 예방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음식 양생(養生)의 타당성을 지지하고 있다. 음식 양생은 단순한 열량 개념을 넘어 음식 섭취와 관련하여 속도, 양, 온도까지 고려하며, 개인의 체질뿐만 아니라 계절, 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섭생 방법이다10). 이는 개인 특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영양 전략(personalized nutrition)이다.
수면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특히 2012년 이후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면 연구에 관련된 핵심 연구주제어가 생리학적 기전에서 수면의 질, 수면장애 및 불면증과 같은 임상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약 8~20%가 불면증을 경험한다고 보고되었으며19), 현대인에게 수면 관련 장애가 심각한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면 시간과 건강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은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수면이 다양한 질환 발생 위험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20)을 시사하며, 심한 경우 심혈관 질환21), 제2형 당뇨병22) 등과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수면이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질병 예방 및 건강 유지에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황제내경』에서 불면을 신체 균형 문제로 인식하고, 심신상관 측면에서 통합적 접근이 중요함을 언급하고 있다23). 특히, 사상체질의학은 소증(素證)에서 수면 양상과 특징에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였는데24,25), 수면 형태의 개인별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사상체질 소증진단 항목에 ‘입면 장애’, ‘수면의 질’, ‘꿈 빈도’와 같은 수면 관련 지표가 포함되어 있지만, 객관적 평가도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수면은 삶의 질, 정서적 안정, 면역 기능 및 만성질환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으므로,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을 위한 셀프케어에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수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평가도구가 활용되고 있다. 수면 추적 장치(sleep trackers)는 착용형 또는 비접촉 센서를 통해 수면 시간, 깊이, 주기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여 전반적인 수면 패턴을 확인할 수 있고,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는 최근 한 달간의 수면 질, 수면 시간, 수면 장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수면의 질 진단에 사용되고 있다. 엡워스 졸음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 ESS)는 주간 졸음의 정도를 평가하고 과도한 졸음과 관련된 수면장애 여부를 선별하는 데 활용된다. 불면증 심각도 지수(Insomnia Severity Index, ISI)는 불면증의 중증도를 판단하고, 아침형/저녁형 설문조사(Morningness-Eveningness Questionnaire, MEQ)는 개인의 생체리듬 특성을 기반으로 하루주기 리듬 유형을 파악하고 있다. STOP-BANG설문지는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의 위험도 선별에 사용된다. 이러한 도구들은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자기 수면 상태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3).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SLEEPS(SimpLe quEstionnairE Predicting Sleep disorders)는 약 5,000명의 수면다원검사를 분석하여, 10개 내외 질문과 신체측정 값으로 ‘수면호흡장애’, ‘만성불면증’, ‘수면호흡장애를 동반한 불면증’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26). 성인 인구의 수면질환 유병률에 비하여 실제 의료기관 방문율이 낮은 현실에 주목하여, 수면다원검사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간편하고 접근성이 높은 수면질환 자가검진 체계 구축까지 최근 의료분야에서 수면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수면의 개인차는 체질적 특성이나 질병과 관련되므로 객관적 평가도구를 이용하여 수면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개인 특성을 반영한 셀프케어 전략 수립과 예방 중심의 개인 맞춤형 차원에서 사상체질의학과 연관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현대인의 스트레스 수준과 정서 장애 증가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27). 보건복지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의 급격한 증가와 정신의료기관 이용자가 30% 증가하였음이 보고되었다28).
정신의학은 역사적으로 샤머니즘 수준에서 약물치료를 거쳐 최근의 최면술까지 활용되면서 발전하였다. 14세기 정신상태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고 비정상자를 수용소에 수감하면서 제도적 격리의 역사를 겪었다. 19세기 현미경 개발과 과학의 진보로 진단과 분류에 새로운 접근을 통하여 ‘정신병’ 용어가 정립되었고, 정신 증상을 기능 및 행동 장애로 보면서 마음보다 뇌와 연결하여 설명하는 경향이 가속되었다. 한편, 『황제내경』에서 전증(癲症)과 광증(狂症)을 질병 양상에 따라 음양으로 분류하고, 스트레스 원인에 따라 탈영(脫營)과 실정(失精)을 구분하였다. 이는 심리적 기능과 생리적 기능을 분리시키지 않고 심신통합의 관점이 일찍이 정립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태과(太過)하거나 불급(不及)한 감정을 특정 장부와 연관시켜 질병원인을 파악하거나 혹은 특정 장부의 비정상적 상태가 감정 발현과 연관된다는 이론뿐만 아니라 치료법까지 제시하였는데, 이는 현대 한의학의 정신의학이론 토대가 되었다29). 이러한 전통은 의학 3.0 시대에 증상으로 드러나는 임상의 정신 건강 문제부터 표면적 증상이 없는 정서 건강까지를 포함하여 특히, 정서 건강에 초점을 맞추어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최신 치료 전략과 부합된다.
한의학에서는 심신일원론을 바탕으로 감정과 의지(情志)는 신체의 균형 회복과 건강 유지에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있다. 임상에서 정서를 정서로 치료하는 오지상승요법(五志相勝療法), 대화를 통한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 도가 수양에서 유래된 허심합도(虛心合道) 등이 활용되고 있다30).
불교에서는 의도적으로 몸을 괴롭히는 고행과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명상 중심의 수행이 발달하였는데, 초기불교에서 수행 자체가 건강유지 방법이었음을 볼 때2), 현대인의 건강을 위한 실천적 방법론으로 시사점이 있다. 『황제내경』 「상고천진론」3)을 비롯하여 「생기통천론」4), 「기교변대론」5) 에서 내부 번민이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여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현재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 미국 병원 및 건강센터를 비롯하여 여러 국가의 임상 현장에서 스트레스 관리 및 정서 건강 증진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는 심신통합 관점을 강조한 한의학 정신의학의 전통과 이론에 부합한다31).
현대인의 직업 특성과 잘못된 자세 습관은 신체의 과긴장을 유발하며 건강에 해로운 호흡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슴 부위의 경직, 위장의 팽창, 장의 압박, 그리고 과도한 신경성 긴장 등은 자연스러운 호흡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얕고 비효율적인 호흡이 지속되면 신체 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면역 저하,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증식 위험 증가 등 전반적 건강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32). 바른 호흡은 만성 스트레스 조절, 자율신경 균형 회복, 노폐물 배출과 같은 생리적 이점을 제공하므로 일상에서 호흡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호흡 평가에는 호흡의 해부학적 부위, 호흡의 깊이, 호흡할 때 자세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비강 호흡은 공기 중 세균과 불순물을 여과하는 비강의 구조적 기능을 활용하여 호흡기계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의 윗부분만 사용하는 얕은 호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복부를 팽창시키면서 폐 아랫부분까지 공기가 도달하도록 하는 복식 호흡을 하면서 어깨를 구부리지 않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진화론적 고찰에 따르면 생리해부학적 관점의 호흡법은 호흡을 위한 해부학적 구조가 쇠퇴하고 있으며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 호흡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능동적 접근법이 제안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적 호흡법으로 ‘콧구멍 교대 호흡’, ‘날숨 조절’, ‘공명 호흡’, ‘부테이코 호흡’이 있고, 딱딱한 음식 씹기도 안면 골격 발달 및 기도 확보 등과 관련이 있음이 알려져 있다33).
동양의 호흡은 단순한 생리 작용을 넘어서 심신수련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었다. 현대에 보급된 요가의 뿌리는 인도 하타 요가에 전통이 있으며, 하타 요가는 ‘프라나(Prana)’라 불리는 미세 에너지를 정화·강화하여 심신 해탈을 도모한다. 프라나는 세속적 맥락에서 공기, 수행적 맥락에서 생명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한의학 ‘기(氣)’ 개념과 유사하다. 동양 호흡법에는 ‘정화호흡’6), ‘프라나 호흡법’7), ‘아눌로마 빌로마’, ‘사마나 호흡’, ‘수리야베다’, ‘바스트리카’, ‘시탈리’, ‘싯카리’, ‘박스 호흡’, ‘모래주머니 호흡’, ‘사랑과 연민 호흡’ 등이 있으며, 이들 호흡법은 신체-정신-에너지 통합의 균형을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다33).
전통 호흡법을 셀프케어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질환 및 증상에 맞는 개인 맞춤형 요소 분석이 필요하다. 호흡은 선천일기(先天一氣)로부터 시작된 생명력의 발현이자,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반복되는 율동으로서 신체의 영양과 에너지를 공급하고 ‘정(精)’을 생성하는 근원이다34). 호흡은 신체 외부의 기와 내부의 기가 상호작용하며 순환하는 과정으로 두 흐름의 조화는 건강유지에 중요할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로서 호흡(teamwork)과 자연 생태학적 생명순환의 호흡 개념까지 확장 가능한데, 이러한 관점은 바로 기(氣) 개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흡은 의지를 통하여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조절하여 생리상태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으로써 가치가 있으며, 뇌신경계를 통한 심리 및 정서 조절에 있어서 심신을 통합시키는 매개 수단으로써 가치가 있다. 따라서 호흡 조절과 훈련은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전략으로서 의의가 있다.
2. 질병 양상변화와 한의학의 미래 가치
질병의 양상은 전쟁, 기근, 전염병과 같은 환경조건을 비롯하여, 치료약물과 수술도구 및 마취약, 그리고 전염병의 원인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동정기술 등에 따른 치료 결과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여 왔다. 직접 관찰과 경험적 추론에 의존하던 의학 1.0 시대를 지나, 19세기 중반 새로운 도구와 기법의 도입과 함께 질병의 세균론이 확립되며 의학 2.0 시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기존 치료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기대한 치료 성과를 얻기 어려운 한계가 드러나면서, 개인 맞춤 의학과 정밀 의학의 발전을 배경으로 한 의학 3.0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되었다3).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은 개인의 면역 차이에 영향을 받는 만성 대사성 질환의 급격한 증가와 수명 연장에 따라 확대된 노화 기간 동안 나타나는 면역 기능의 약화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대에도 인간 개체의 주기성인 ‘생·장·장·노·이(生·長·壯·老·已)’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연환경의 주기성인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은 시계열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의학 3.0 시점에 양생과 노인생리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하여 개인차에 주목한 ‘사상(四象)’의학, 특히 소증(素證)과 현증(現證)의 ‘시계열 접근’, 그리고 유사한 집단 특성에 근거한 체질의 ‘개인 맞춤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의료가 ‘예방 중심’, ‘개인 맞춤형’, ‘사전 대응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사상의학은 미래의료 가치에 부합하는 이론적, 임상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사상의학은 심리적, 생리적, 병리적, 임상약리 특성에 따라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분류하고, 개인의 특성에 따른 진단, 처방을 제시하였고 특히, 예후 및 건강 관리를 위한 실천적 수행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소증(素症)’은 환자가 평소부터 가지고 있는 개별적 증상(症狀, Symptoms)이고 ‘소증(素證)’은 체질적 요인의 본질을 나타내고 체질 병증 분류에 근거가 되는 반응(Syndrome 혹은 pattern)으로 구분한다. 소증(素證)은 발병 전 개체의 고유한 내적 소질(素質)인데, 이는 건강 상태 특히 편소지장(偏少之臟)의 보명지주(保命之主) 유지 보전 정도를 판단하는 ‘체질적 소인’이며, 발병 이전 건강상태에서 병증을 분류하는 근거가 된다35). 따라서 소증(素證) 개념은 과거 증상을 기반으로 질병 발생을 예측하고 현재 상태를 관리함으로써 예방 중심의 시계열적 의료 전략 수립에 의미가 있다. 사상의학의 미래 의학으로서 가치는 미병(未病)로부터 이병(已病)단계까지 개인 특성을 고려하여 완전한 건강 상태인 완실무병(完實無病)을 추구함에 있다.
시계열적 접근은 전통적 수양 혹은 수행의 실천적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급성병과 달리 만성 대사성 질환에 대한 의료전략에 필수적이다. 또한 운동과 영양은 대사율과 직접적 연관이 있으며, 간접적으로 야간에도 낮처럼 활동하고 전자기기 발광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급증함에 따른 수면장애는 간접적으로 대사와 상관성이 있다. 심신통합 관점에서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관리는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정서관리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전통의학이 TCM(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중의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의학에는 소수민족의학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조의학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상체질의학은 우리 고유의학으로 사·심·신·물(事·心·身·物)의 사원구조에 기초하여,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완전한 건강을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조절을 통하여 지행정기(知行正己)하는 측면을 강조하므로36), 자신의 질병 소인을 스스로 인지하고 생리 상태를 회복하거나 유지하는 수행적 측면의 실천의학으로 한의학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사상의학은 현대 셀프케어 전략으로 주목받는 영양, 정서, 수면, 음수 등 생활 습관 요소를 진단과 처방에 포함하고 있으며37), 개인화된 생활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급성질환과 달리 누적 효과가 있는 만성퇴행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있어서 개인차를 고려한 전략수립에 필수적이다. 노화나 만성질환에 개인차를 고려하는 사상체질의학은 임상 효용성이 검증된 효율적 대안이며, 각각의 체질이 가진 생리•병리적 차이를 고려한 치료•예방 전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미래 의학의 중심 가치인 ‘예방’과 ‘개인화’가 가능한 실천의학으로 의의가 있다. 미병(未病) 연구 결과에 따르면38), 체질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비롯하여 미병 상태에서 호소하는 7개 신체증상 및 정신증상에 차이가 있음이 보고되었다. 신체 관련 피로, 통증, 수면이상, 소화불량 증상에서 소음인은 피로와 통증에서 태음인과 차이가 있고, 정서 관련 분노, 불안, 우울 증상에서 소음인은 불안, 소양인은 적대감에서 차이가 있으며, 삶의 질(SF-12)에서 신체 건강지수(PCS)와 정신 건강지수(MCS)가 소양인이 높게 나타났다. 치미병(治未病)에 대한 동아시아 삼국의 의료전략에 대한 비교 연구39)에 따르면, 한국은 이원화의 협진, 중국은 중서의결합, 일본은 고령화 대비 예방차원에서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WHO 건강개념이 확장됨에 따라 치미병 사상이 서구의학에 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대규모 인구학적 연구를 통하여 유전적 차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삶이나 병을 대하는 태도를 비롯하여, 질병에 대한 호소 증상뿐만 아니라 신체 및 정서 상태가 반영된 소증(素證)은 정신·신체의학차원에서 개인 특성을 고려한 개인맞춤형 모델로써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결 론
현대 의학은 분자 수준의 정밀 분석과 디지털 헬스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개인맞춤의학과 예방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지만, 철학적 배경은 여전히 데카르트 이후 확립된 자연과 인간의 분리, 심신의 분리, 질병과 원인의 분리라는 이원론적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초고령화, 복합 만성질환 급증이라는 미래 의료에 대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의학의 ‘천인상응(天人相應)’과 ‘천지인일체(天地人一體)’라는 통합적 세계관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인간은 본래 자연과 한 몸이며, 하늘·땅·사람의 유기적 상호작용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치는 삼재(三才)사상의 실천이며, 개별 장기나 질병만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 삶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자연관, 인체관, 질병관을 비롯하여 양생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상체질의 소증(素證)과 수행(修行) 실천의 양생은 호흡·정서(emotion)·운동·영양을 대사 균형의 핵심으로 보고, 개인의 심리(mentality)·생리·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시계열적 건강관리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상의학은 생활 습관 조정과 스스로 실천 가능한 셀프케어 전략이 필요한 예방 중심의 미래 의료 패러다임에 부합된다.
미래의학은 ‘생물학적 수명’ 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질병과 장애가 없는 ‘건강 수명’의 연장, 노년기 병원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심신의 조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노화를 대비하는 치미병(治未病)의 삶을 지향하는 의학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 스스로 적절한 건강관리 방법을 선택하도록 의학 고전의 지식을 재해석하고 국가나 민족을 넘어선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의학 3.0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조기 검진을 통한 적극적 질병 진단을 기본으로 하면서,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운동, 영양, 정서, 수면의 균형을 셀프케어 차원에서 실천하여, 수행 차원에서 팀 접근(team approach)방식의 호흡을 통합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체계구축에 있어서 한의학의 양생이 자연과 신체로부터 분리시켰던 인간을 온전하게 통합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의생리학』의 「양생·노인생리」에 개인맞춤형 셀프케어와 관련된 최신연구 동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이 양생과 노인생리를 개인맞춤형과 셀프케어 관점에서 담론 수준으로 비교 검토한 한계가 있지만, 한의기초이론이 고전에 대한 단순 해석을 벗어나 새로운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가치를 재해석하고 인간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며 발전하도록 동의생리학 교육과정과 연계시킨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과제는 부산대학교 기본연구지원사업(2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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